2018. 12. 10.
난생 처음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쓴 향수. 이니스프리 퍼퓸 노트 Vol.1. 재구매를 하려했더니 단종 됐는지, 오프라인 매장에도, 온라인에서도 팔지 않더라. 적당한 향을 찾지 못한 채 향기 없이 몇 주를 지냈다. 지난 생일에 나에게 하는 선물로 이솝 휠 오 드 퍼퓸을 샀다.
이솝 휠 오 드 퍼퓸
사실 이 향수는 몇 해 전 처음 론칭했을 때 매거진에서 소개 글만 보고 사고 싶었던 향수다. 그 뒤로 이솝 매장을 지나는 길에 들려 시향 해보고 정말 마음에 들었는데 가격 때문에 주저하던 상품.
식물과 식물학을 연구하는 프렌치 조향사 바나베 피용(Barnabé Fillion)이 일본 교토의 이끼 사원과 편백나무 숲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 구체적으로는 울창한 숲에서 하늘을 올려다 봤을 때, 나무와 나무 사이가 겹치지 않는 공간 사이로 밝게 빛나는 햇빛을 보고는, 자연과 인간의 사이에 대한 사유를 향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이솝 휠 오 드 퍼퓸 패키지 아트워크 조나단 맥케이브(Jonathan McCabe)
우리 사이의 공간(Space between us). 기이한 징후의 흥미로운 향기. 편백나무 숲을 연상시키는 스모키 노트는 신비한 향료와 짙은 녹음과 흙의 조화로 이어진다. 남자와 여자 모두를 위한 오 드 퍼퓸.
Barnabé Fillion
네이밍도 독특하다. 휠(Hwyl)은 '마음이 감동을 느끼기 시작하는 지점'을 뜻하는 웨일스어로, 감정이 예민한 사람들이 느끼는 미묘한 정서적인 감각을 자극한다. 젠더 감수성에 예민한 브랜드가 내뿜는 중성적이고 지적이고 세련된 느낌.
개인적으로는 교토 여행이 떠오른다. 추운 겨울 어두운 히노끼 욕조에 몸을 깨끗이 씻고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을 읽던 그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