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12. 17.
‘미니멀 라이프’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한마디로 말할 수 없는 복잡한 느낌이다. 급진적인 미니멀리스트는 무소유를 지향한다. 현실적인 미니멀리스트는 물건의 개수보다는 그것이 지닌 단순함을 사랑한다. 감상적인 미니멀리스트는 물건과 공간이 지닌 소박함을 사랑한다.
회색이란 색 속에 무수히 많은 다름이 존재하듯, 미니멀 라이프를 살아가는 방식이 너무나 많아서 미니멀하다, 라며 무언가의 분위기나 태도를 규정하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알레르기가 반응하듯 불편했다. 그런 와중에 줄리 포인터 애덤스의 책 <와비사비 라이프>를 만났다.
줄리 포인터 애덤스 <와비사비 라이프>
‘와비사비’는 투박하고 고요한 상태를 가리키는 일본의 전통 미의식이라고 한다. 와비사비 라이프란 절제와 부족함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것으로, 명상과 수행에 가까운 삶의 태도이다. <와비사비 라이프>에 소개된 다양한 문화를 가진 각국의 사람들이 타인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삶의 모습에서 저자가 생각하는 와비사비 라이프의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와비사비 라이프와 미니멀 라이프의 관계도를 머릿속으로 그려 보다가 의미 없는 고민인 것 같아 그만두었다. 한 가지 확신한 점은 미니멀 라이프이든, 와비사비 라이프이든, 사람의 외면이 아닌 내면에 깃들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어떻게 하겠다, 라는 의지나 욕망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누군가 이것이 미니멀 라이프이다, 저것이 와비사비 라이프다, 라고 규정하는 말을 좇기보다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와비사비 라이프란 무엇인가, 와비사비 라이프가 왜 좋은가, 라고. 지금 여기에 있는 내 삶 속에서 와비사비를 발견하고, 그것을 가꾸어 나가는 과정이 진정 의미 있는 와비사비 라이프가 되어 줄 것 같다.
와비사비 라이프의 좋은 기준점을 제시해준 저자에게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