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야마 마시키 소설 [데프 보이스] 김영하 소설 [오직 두 사람] / 가족이라는 언어
신랑이 신부 몰래 준비한 편지를 낭독했다. "나에게 좋은 가족을 선물해줘서 고맙다" 라는 내용이 특히 마음에 남았다. 신부의 가족은 부모와 두 언니 그리고 늦둥이 남동생으로 이루어진, 요즘 보기 드문 대가족이다. 예식장을 찾은 누구라도 속하고 싶을 정도로 활력 있고 사랑스러운 가족이었다. 신부는 나보다 한 살 많은 이종사촌 누나다. 한 달 전 어머니를 통해 결혼 소식을 들었을 때 '그다음은 내 차례다' 라는 끔찍한 생각이 먼저 들었다. 친가와 외가를 통틀어 내 위로 한 명만 빼고 차례대로 결혼했다. 연애, 결혼, 출산을 넘어 인생의 모든 걸 포기한다는 N포세대인 그들은 어찌 이렇게 순서대로 잘만 결혼하는지. 나를 따돌리고 자기들끼리 짜고 연극 결혼하는 걸까, 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다. 나..
2017. 6.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