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키사와 미와 장편소설 [아주 긴 변명] / 살아 있으면 충실히 변명하라
어머니를 잃은 건 초등학교 졸업식이었다. 오랫동안 별거했던 걸 미루어 짐작해 보면 아버지와 사이가 멀어진 건 훨씬 이전이겠지만, 아버지와 함께 나의 졸업을 축하해 주던, 누가 봐도 가족다웠던 모습은 그때가 마지막이다. 분명 어머니와 졸업 사진도 찍었던 것 같은데 어디에도 없고, 어머니가 떠나기 전 하얀 종이에 낯선 글씨로 써 내려 간 두 장짜리 편지도 어디 갔는지 찾을 수 없다. 내게 그런 권리가 있는지 몰라도 나는 아직 어머니를 용서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떠난 뒤 우울하거나 슬펐던 기억이 없다. 초등학교 졸업 후 코앞에 닥친 입시와 취업으로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가끔 어머니에게 전화가 오면 대부분 받지 않는다. 한 번씩 전화를 받을 때면 가장 빠른 연휴에 찾아가겠다는 거짓말로 불편한 통화를 바쁘게 ..
2017. 3.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