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쿠다 미쓰요 소설 <종이달> / 벗어날 수 없는 종이달의 밤
결국 돈인가, 싶을 때가 있다. 무리해서 원하는 물건을 손에 쥐었을 때, 고급 호텔에 묵으며 호화로운 식사를 할 때, 호기롭게 술값을 계산할 때, 나는 행복하다. 반면, 월급날을 며칠 앞두고 만 원, 천 원 단위로 아낄 때 불행하다. 일상에서 여유롭게 돈을 쓰는 사람을 보면 시기와 질투가 나고 그러지 못하는 나는 의기소침하다. 내가 느끼는 모든 희로애락은 결국 돈 때문인가. 가쿠다 미쓰요 소설 은 1990년대 후반,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극에 달한 시점을 배경으로, 한 은행 계약 사원이 고객들의 1억 엔을 횡령하게 된 이야기이다. 소설의 소재인 ‘1억 엔 횡령 사건’을 도입부에 전격적으로 내세운 뒤, 주인공이 돈을 횡령하게 된(그럴 수밖에 없었던) 과정을 들추는 이야기의 흐름은 한시도 긴장의 끈을..
2018. 4.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