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에 가면 / 온그라운드 지상소 윤승준 전시와 보안여관 일상다반사

2017. 7. 23.


종종 서촌을 산책한다. 종로에서 출발하여 광화문 돌담길을 따라 걷는 길도 좋고 맛있는 요리와 한적한 분위기의 카페가 많다. 서촌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길은 효자로에서 자하문로 10길로 이어지는 ㄱ 자 형태의 길. 온그라운드 지상소와 갤러리 팩토리와 정림건축문화재단과 보안여관에서 종종 흥미로운 건축 기획 전시가 열린다.



서촌 온그라운드


자하문로 9길에는 근대 건축가가 설계한 오리지널 가구 하나하나가 세심하게 놓인 게 매력인 카페 mk2와 건축·예술 관련 독립 서점 더북소사이어티가 있어서 책을 보고 커피 한잔하며 반나절을 보내기 좋다. 자하문로 10길에서 서쪽으로 신호등을 건너 곧장 가면 자하문로 9길인데 이곳에 있는 베이커리 밀 MILL 에서 빵 쇼핑을 하거나 이탈리안 레스토랑 서촌김씨 뜨리또리아에서 한 달에 한 번쯤 부리는 호화로운 식사를 하기 좋다.



온그라운드 지상소


온그라운드 2층에서 '최소의 건축' 전시가 열린다고 해서 방문했다. 그런데 정작 1층 온그라운드 지상소에서 열린 윤승준 건축가 사진전 Here to There 에 반해버렸다.



윤승준 Here to There


장례식장 버려진 국도 휴게소를 건축가의 시선으로 담은 <로드뷰: road-view>와 간판 사인 등의 정보를 지운 장례식장의 풍경을 2:5의 가로 포맷으로 담은 <이름 없는 집: unkown house> 연작이 전시되고 있었다. 두 연작 모두 첨예한 자본의 논리에 따라 만들어지는 무국적인 건축적 풍경과 쓸쓸한 현대 사회의 단면을 의도적으로 텍스트를 걷어내거나 도로를 달리는 빠르고 무심한 운전자의 시선으로 담았다.



Here to There 전시 팸플릿


소극적인 분위기의 작품에 작가는 관객에게 무언가 호소하지도 않고 질문하지도 않는다. 건축가로서 그저 풍경에 호기심을 갖고 기록하고 탐구할 뿐인 듯하다. 사진 자체로도 인상적이지만 작가의 건축 작품을 사진 연작 사이에 끼워 넣고 보면 어떤 변화를 감지할 수 있을지 살펴봐도 흥미로운 감상이 될 것 같았다.




온그라운드 2층 최소의 건축 전시


신혜영 미술비평가는 Here to There 전시 서문에 그의 작품을 이렇게 평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본인이 오랫동안 눈과 몸으로 직접 부딪혀 갖게 된 문제의식이 사진의 대상과 주제로 이어져 자신만의 고유한 성찰을 보여준다. 근대 이후 문제시되기 시작한 공간을 통해 드러난 권력 관계의 재생산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자본의 논리에 따라 훨씬 첨예화된 양상으로 지속되고 있다. 그러한 점에서 여전히 지형학 사진은 유의미하며, 관련된 전문 영역과 사진의 만남은 보다 의미 있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 기대한다.



서촌 보안여관 일상다반사


광화문에 영어 수업을 가야 했는데 전시를 감상하느라 시간을 너무 지체했다. 자하문로를 빠져나와 효자로 경복궁 돌담길을 걸었다. 얼마 전 완공된 보안여관 신관과 이곳 1층에 문을 연 일상다반사 카페에 들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건물 2층과 지하는 전시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상층은 사무실과 보안스테이 공간이었는데 관계자만 들어갈 수 있었다. 아마 보안스테이는 이름을 보니 게스트하우스일 것 같은데 여기저기 찾아보아도 정보가 없다. 직원에게 물어볼 걸 그랬다.



보안여관 2층 전시장 전경


보안여관 구관과 신관 사잇길


일상다반사는 ㄷ 자 모양의 넓은 커피 바가 대부분인 미니멀한 인테리어에 창밖으로 골목 조경이 기분 좋게 보이는 쾌적한 카페였다. 여유가 있었다면 한 시간 정도 시간을 내서 책을 읽고 싶은 곳이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그렇게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