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일기] 노만코펜하겐 더스트팬&브룸 / 매일 바닥을 쓸어요

2016. 11. 10.

빗자루를 보면 할머니가 생각난다. 쪼그려 앉은 자세로 틈만 나면 바닥을 쓸고 닦는 할머니의 모습이 떠오른다. 난 할머니와 달리 청소를 잘 하지 않았다. 바닥청소는 무인양품 마루자루걸레 폴과 일회용 물청소포로 가끔씩 하는 정도였다. 빗자루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건 ‘미니멀라이프를 살겠다’고 마음을 먹은 뒤였다. 의미 있는 것만 남기고 집안의 물건을 대부분 버렸더니,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 하나까지 눈에 거슬리게 된 것.


노만코펜하겐 더스트팬&브룸 패키지


노만코펜하겐 더스트팬&브룸


진공청소기는 충전이 필요한 데다가 요란한 소리를 내는 기계여서 싫었다. 그렇다고 퍼뜩 사고 싶은 빗자루와 쓰레받기도 없었다. 그나마 디앤디파트먼트 서울에서 판매하는 수공예 빗자루를 마음에 두었는데, 어울리는 쓰레받기를 찾지 못했다. 무인양품의 브러쉬 폴과 쓰레받기세트는 기존에 사용하던 마루자루걸레 폴과 함께 두면 어울릴 것 같으나, 크기와 형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던 중 29CM에서 노만코펜하겐의 ‘더스트팬&브룸’을 발견했다.


더스트팬&브룸 손잡이 디테일더스트팬&브룸 빗자루 디테일

노만코펜하겐 더스트팬&브룸 디자인은 기능적이면서도 아름답다. 원형 목재에 심플하게 두 갈래로 나뉘어 달린 질긴 돼지털도 좋다. 특히 플라스틱 한 판으로 만들어진 더스트팬은 뭐하나 더함 없이 조금의 변형으로 제 기능을 하는데다가, 손잡이 부분에 난 구멍을 통해 빗자루와 결합하여 함께 보관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빗자루 끝에는 작은 구멍이 달려 끈을 달아 벽에 걸어 보관할 수도 있다. 덴마크 디자이너 올레 젠슨이 디자인했고 노만코펜하겐에서 생산했다. 2002년 덴마크의 북유럽 디자인 전시회 폼랜드에서 상을 받았다.


노만코펜하겐 더스트팬&브룸 뒷면


더스트팬&브룸 메이드 인 덴마크더스트팬&브룸 손잡이 디테일


“아이디어와 물성은 깊이 연관된다. 아이디어는 재료를 통해서만 형태로 드러난다. 나는 손으로 만져본 고유의 형태만을 믿는다. 디자인을 통해 사용자뿐만 아니라 제작자와도 소통하며, 내가 ‘풍요로운 미니멀리스트(fertile minimalist)’ 라는 것을 깨달았다. 작은 것 하나하나에도 의미가 있다. 많고 적음은 중요하지 않다. 간결한 디자인 속에서 고유성을 찾는 것이 나의 목표이며,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관심을 갖고 매만지는 일상 하나하나에 새로운 디자인 과제가 주어진다.”

올레 젠슨 Ole Jensen


노만코펜하겐 더스트팬&브룸 벽에 걸어서 보관


매일 빗자루로 바닥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쓰레받기에 쓸어 담으며 할머니를 생각한다. 북유럽에서 디자인되고 만들어진 노만코펜하겐 더스트팬&브룸은 세련될 뿐만 아니라 따뜻한 감성이 녹아 있어서, 어쩐지 할머니에 대한 기억과 잘 어울린다.


노만코펜하겐 더스트팬&브룸 바닥에 세워서 보관


노만코펜하겐 더스트팬&브룸 패키지 뒤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