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고 사랑하는 단아에게

2022. 7. 25.

형이 많이 미안하고 사랑하는 단아에게. 단아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지 3일이 지났으니 지금쯤 편안한 하늘나라에 도착했겠구나. 단아가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형은 걱정을 많이 해. 단아가 형과 함께한 지난 5년 동안 그리 넓지 않은 서향 집에서 마음껏 뛰놀지 못하고 햇볕도 많이 쬐지 못한 것 같아, 형은 단아에게 미안한 마음만 가득한 채 3일을 보냈어. 의사 선생님께서 심장병이 있었던 것 같다는 걸 미루어 짐작하는 건데 형이 단아에게 먹을 걸 너무 많이 줘서 이렇게 된 건 아닌 지 자책도 많이 해. 형은 단아를 떠나 보내고 마음이 많이 아팠다가, 이제 조금 괜찮아져서 단아를 더 오래 기억하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늦은 편지를 써.

 

형은 단아와 함께한 5년의 시간을 3일로 기억해. 첫째 날은 단아가 처음 형에게 온 날이야. 단아를 입양한 게 어떤 마음에선 지 뚜렷이 기억나지 않아. 지금 곰곰이 생각해 보면 단아를 데려 오기 전에 3년 동안 낯선 서울 생활에 많이 외로워서 의지할 무언가 필요했다는 이기심과, 유기묘 보호소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느꼈던 안타까운 마음때문이었던 것 같아. 단아는 피입양인의 사정으로 형에게 오게 됐지. 그때 성묘가 된 단아가 평생 지낸 환경에서 벗어난 것이 처음이듯 형도 반려묘와 함께 한 것이 처음이었어서 형은 단아와 친해지는 데 꽤 오래 걸렸어. 단아가 형에게 마음을 열었을 때도 피입양인이 주었던 물건 냄새를 맡으면 처음 들어보는 울음소리로 그리워했던 단아를 형은 기억해.

 

둘째 날은 매일매일 단아와 함께한 평범한 하루야. 단아는 아침에 형이 잠에서 깨어나길 기다렸다가 아침 밥을 조르고, 형이 출근 준비를 하면 졸졸 따라다니다가 집을 나설 때면 문 앞까지 배웅을 해줬지. 형이 퇴근을 하면 자가다 뛰어나와 반갑게 맞아 주었고 형이 쓰다듬어 주는 것에 만족할 때쯤 저녁밥을 졸랐지. 형이 집에 늦게 들어오는 날이면 평소보다 더 많이 쓰다듬어 주길 원했어. 형은 그게 미안하면서도, 단아가 형을 그리워했던 것 같아서 고마웠어. 형이 여기저기 자리를 옮길 때마다 먼 발치에서 따라다니며 무얼 하는지 지켜보며 함께해 줬고, 형이 잠자리에 들면 단아도 침대에 올라와 함께 잠을 잤어. 단아가 이불 속에 파고들어 형에게 기대 잠들던 온기를 따뜻하게 기억해.

 

셋째 날은 건강하던 단아가 갑자기 숨을 몰아쉬던 마지막 하루야. 단아는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는 것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 단아를 처음 데려오던 길에는 단아가 많이 힘들어하지 않았던 걸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피입양인과 영원히 떨어져야 했던 기억이 트라우마로 남았던 건 아니었을까 생각해. 호흡이 너무 가빠진 게 걱정 돼 단아를 병원에 데려갔을 때 단아는 스트레스 때문인지 안 좋던 호흡이 더 나빠졌고, 다시 집에 데려왔을 땐 피를 토했어. 형은 병원에서 받은 약도 써 보지 못하고 응급실로 데려갔지만, 단아는 차 안에서 숨을 멈춘 것 같아. 형은 단아가 피를 토하며 형을 쳐다보던 모습과, 숨이 멎는 순간 옆에서 따뜻하게 안아주지 못한 걸 슬프게 생각해.

 

단아야 형은 단아가 정확히 몇 살인지 생일이 언젠지 모른 채 단아를 떠나보냈어.단아를 데려올 때 2살이었다는 것과 2월 어느날 태어났다는 피입양인의 추정과 5년간 형과 함께 한 시간들로 미루어 단아가 8살에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고 어림잡아 기억해. 매년 생일도 챙겨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하다. 단아를 데려온 날이라도 기념해서 축하를 해줄 걸 그랬다는 후회를 크게 하고 있어. 단아가 떠난 722일은 잊지 않을게. 단아가 떠난 소식을 피입양인과 단아를 사랑했던 친구들과 함께 나누며 슬퍼했어. 그 마음들이 단아에게 닿았길 바라. 햇볕 좋은 넓은 곳에서 마음껏 뛰놀며 친구들도 많이 사귀고 행복해야 돼. 하늘나라에서는 형이 먼저 단아를 찾을게.

 

단아야 고마워. 형이 단아를 영원히 잊지 않을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