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Knoll) 가구 브랜드와 모던 아이코닉 체어 5 │ 바르셀로나 체어, MR 체어, 바실리 체어, 웜 체어, 튤립 체어

2014. 12. 17.

사람은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의자에서 보냅니다. 밥 먹을 때, 책을 볼 때, 일할 때, 운전할 때 등, 누워서 자거나 걸어 다니지 않는 이상 의자에 앉아있죠. 그만큼 사람의 몸과 가장 상호작용을 많이 하는 친숙한 가구입니다. 사람이 사용하는 제품디자인과 생활을 영위하는 공간디자인 사이의 날카로운 경계에 의자가 있다고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의자는 앉을 수 있다는 기능적인 면 외에도 하나의 상징적인 면모를 갖습니다. 이번 포스팅에는 모던가구의 상징과 같은 브랜드 놀(Knoll)과 의자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 하려 합니다.





놀이 두오모(Duomo&co)를 통해서도 국내에 론칭했고 어제는 압구정 두오모 쇼룸에서 론칭 파티 및 설명회를 가졌습니다. 놀은 모던디자인의 혁명을 함께하고 현재까지 영향력이 큰 유서깊은 브랜드입니다. 가구제작자의 아들인 독일인 한스 놀(Hans G. Knoll, 1914–1955)에 의해 1938년 뉴욕에서 설립되었습니다. 설립 초기(1941)에 북여럽풍 가구 1세대 디자이너라 할 수 있는 젠스 리솜(Jens Risom)과 함께 15-20 개의 가구로 구성된 600라인을 선보이며 명성을 쌓았습니다.


놀 브랜드는 한스 놀이 건축가이자 가구디자이너인 플로런스(Florence Schust)와 일하며 더욱 성장하게 됩니다. 그녀는 크랜브룩(Cranbrook)에서 사리넨(Eero Saarinen) 밑에서 공부했고 사리넨과 알바알토의 추천으로 캐임브릿지로에서 그로피우스(Walter Gropius), 마르셸 브루이어(Marcel Breuer) 밑에서, 그리고 일리노이 공과대학에서는 미스반데어로에(Mies van der Rohe) 밑에서 공부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교수진이 정말 엄청나군요. 그들의 밑에서 공부했으니 그녀 또한 뛰어난 건축가이자 가구디자이너였고 모더니즘 운동가였습니다. 그녀는 인테리어 디자인에 대한 수요가 늘 것으로 보고 건축가와 협업한 그녀의 예측은 성공적이었고 한스 놀과 결혼하기에 이르죠. 그래서 플로런스 놀(Florence Knoll)로 활동하게 됩니다.


말이 또 길어지네요. 뒷 이야기는 짧게 줄이겠습니다. 한스 놀은 1955년 쿠바 출장중 41세란 젊은 나이에 교통사고로 사망하게 되고 그뒤로 플로런스가 놀 브랜드를 이끌었죠. 그녀는 브랜드를 훌륭하게 성장시켰습니다. 역사에 길이 남을 수 많은 가구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이제 의자이야기를 해야겠습니다. 놀에는 수많은 가구가 있지만 모더니즘 건축가의 상징적인 의자에 브랜드의 영혼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 Barcelona Chair

Mies van der Rohe






2. MR Chair

Mies van der Rohe






미스반데어로에(Mies van der Rohe)는 베르셀로나에서 개최된 세계 박람회의 독일관 설계를 하며 그 공간에 가장 잘 어울리는 가구를 디자인 했습니다. 그 의자가 바로 바르셀로나 체어(Barcelona Chair)입니다. 당시 스페인 국왕의 접견이 이루어지는 휴식공간이었기 때문에 권위있는 고대 로마의 사령관을 위한 의자의 특징인 십자형 교차 프레임에서 모티브를 땄다고 합니다. 바르셀로나 체어가 시대를 대표하는 아이코닉한 의자가 되었지만 그의 건축과 가장 닮은 의자는 그보다 MR 체어 라고 생각합니다. 건축에서 캔틸레버는 기둥없이 길게 뻗어나온 지붕구조를 말합니다. 공중에 떠있는 무거운 지붕은 긴장감과 경쾌감을 선사하죠. MR체어는 바로 이 캔틸레버를 닮았습니다. 무거운 사람의 무게를 기둥없이 가볍게 들어올리는데 직접 앉아보면 보이는 것처럼 경쾌한 느낌이 듭니다. 기둥 없이 간결하고 경쾌한 그의 건축공간을 닮았죠.






3. Wassily Chair

Marcel Breuer







모던 디자인의 또다른 대명사는 마르셀 브루이어(Marcel Breuer)의 바실리 체어(Wassily Chair)입니다. 브루이어가 바우하우스에 있을 당시 파이프를 휘어 만든 자전거 손잡이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고 바우하우스 교수이자 구성주의 화가였던 바실리 칸딘스키 거실에 놓을 의자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바실리 체어라는 별명이 이름이 되었군요. 구불구불한 크롬 관 구조에 의자의 기능으로서 꼭 필요한 부분만 가죽을 사용해 몸을 가볍게 지탱하고 있습니다. 엉덩이, 등, 팔을 정확하게 지탱하더군요. 팽팽한 가죽의 긴장된 느낌이 기분 좋은 의자입니다.






4. Womb Chair

Eero Saarinen





5. Tulip Chair

Eero Saarinen






미스와 브루이어의 의자가 남성적이고 차가운 느낌이라면 에로 사리넨(Eero Saarinen)의 의자는 여성적이고 따뜻합니다. 웜 체어(Womb Chair)는 단어 그대로 어머니의 자궁처럼 편안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 의자에 앉으면 의자가 움직이듯 포근하게 감싸주는 듯합니다. 튤립 체어(Tulip Chair)또한 웜 체어에 못지않게 여성적입니다. 그러면서도 간결하죠. 플라스틱으로 유선형의 디자인이 가능해졌고 바닥부터 의자의 몸체까지 부드럽게 연결되는 느낌의 의자를 만들었습니다. 조각을 전공한 그답게 우아하면서도 균형 감각이 뛰어납니다.


모던 디자이너의 상징적인 가구를 보유한 놀 브랜드는 프랭크 게리, 렘 쿨하스와 같은 해체주의 건축가의 가구라인도 갖추고 있습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함께 변하는 시대정신을 녹여낸 가구를 계속해서 콜렉션하고 생산해오는 놀의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를 더해갈 듯합니다.


모든 사진 ⓒKnol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