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0. 3.
DDP작은영화제 게리허스트윗 어버나이즈드 리뷰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오픈마켓의 일환으로 진행된 게리 허스트윗(Gary Hustwit) 감독 디자인 다큐멘터리 영화 3부작, ≪디자인 작은 영화제≫ 중 마지막 영화 ≪어버나이즈드;Urbanized(2011)≫를 관람했다. 게리 허스트윗은 대학생 때 교수님께서 추천해 준 영화 ≪헬베티카;Helvetica(2007)≫를 통해 알고 있었고 오늘 어버나이즈드를 보러가기 전 ≪오브젝티파이드;Objectified(2009)≫를 집에서 봤다. 원래 출판업계에서 일을 하던 게리 허스트윗은 디자인을 주제로 한 영화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고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에 뛰어들었다. 타이포그래피를 주제로 한 영화 헬베티카를 성공적으로 제작하고 관심분야를 제품디자인(오브젝티파이드), 도시디자인(Urbanized)로 확장해 다큐멘터리를 계속해서 제작했다.
밤에 차를 타고 지나가며 DDP를 봤지만 직접 밤에 방문하기는 처음이다. DDP의 완성도 높은 매끈한 마감은 언제봐도 기분이 좋다. DDP에 방문하면 도시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득해 기분이 좋아진다. 시원한 초가을 늦은 밤, 서울 DDP에서 어버나이즈드를 볼 수 있다니 더 좋았다. 게다가 게리 허스트윗 감독을 직접 초청해 30분간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게리 허스트윗 감독과의 대화
영화 상영 전 30분 동안 감독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대화는 정림건축문화재단 박성태 사무국장이 함께해 영화와 관련된 질문을 주고받았다. 질문을 정리해 봤다. 녹음한 내용이 아니고 키워드만 적은 것을 바탕으로 작성해서 구체적인 팩트는 틀릴 수 있지만 전체적인 맥락은 맞다.
박성태(박) : 출판에 종사하다가 도시라는 주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된 동기가 궁금하다.
게리 허스트윗(허) : 영화 헬베티카를 촬영하며 1년에 100개가 넘는 도시를 방문했다. 도시디자이너, 건축가, 크리에이터를 보며 도시가 작동하는게 흥미로웠다. 도시의 모습은 사람들의 삶을 결정적으로 규정한다. 도시가 어떻게 시민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지 궁금했다.
박 : 다큐멘터리라는 형식을 이끌어 나가려면 어쩔 수 없이 사람을 만나야한다. 감독이 구상한 다큐멘터리 주제에 따라 건축가는 말해주지 않고 건축가는 자신의 생각대로 말한다. 기획한 주제를 표현하는데 어렵지 않았나?
허 : 질문을 준비하지 않았다. 인터뷰한다기보다 대화하는 기분으로 취재했다. 한번 인터뷰하는데 2~3시간 동안 걸리기도 했다. 건축가나 도시디자이너, 정책 결정자의 마음에 있는 그대로를 끌어내고자 했다.
박 : 그렇다면 영화의 핵심 메시지는 편집 과정에서 도출했을텐데 어떻게 노출됐나?
허 : 총 영상이 300시간 가량 나왔다. 1시간 가량의 영상에 도시화라를 하나의 명확한 주제에 담아내기엔 어렵다. 애초에 큰 계획은 없었다. 다만 내가 건축가나 도시디자이너같이 분야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망치지만 말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스토리를 갖지 않고 촬영했기 때문에 교통, 경제기반, 지속가능성 등 다양한 주제가 자연스럽게 나왔다.
박 : 어버나이즈드를 제작하며 스스로 배운점은?
허 : 3년간 제작했다. 영화에 담긴 내용이 내가 지금껏 배운것이다. 크게 배운점을 꼽자면 도시화 과정에서 '평범한 시민의 역할'이다. 사실 시장이나 도시개발자의 정책은 시민의 반대에 부딪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도시 정책 초기부터 시민의 의사를 묻는 경우는 적고 그것이 어렵기도 하다. 정책 계획, 실현과정에서 일반 시민의 의견의 충분히 존중해야 한다.
이어서 청중 질문 3개를 받았다.
청중 1 :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이자 독립 출판물 기획자다. 기획과정에서 인터뷰를 많이하게 되는데 세계적인 디자이너를 인터뷰 과정에 어려움은 없었나?
허 : 6개월에 걸친 인터뷰이를 선정했고 내 기획의도를 전달하고 인터뷰를 요청했다. 이건 비밀인데, 처음엔 약간 거짓말이 필요하다. 예를들면 노먼 포스터나 렘 쿨하스같은 유명한 건축가가 참여하니 ~이런 부분에 인터뷰에 응해주면 좋겠다는 식으로.
청중 2 : 나 또한 독립 출판물 기획자다. 어제 인터뷰에서 좋아하는 분야가 있으면 어렵지 않으니 다큐멘터리를 직접 찍어보라 하셨는데 제작과정은 어땠나? 그리고 처음 가보는 도시 등 어려움은 어떻게 도움을 얻나?
허 : 헬베티카 다큐멘터리 영화는 사이드 프로젝트였다. 그런만큼 사비를 털어 제작했고 제작 과정에서는 지인이나 가족의 돈을 빌리기도 했다. 영화 개봉 몇 달 전부터는 티셔츠를 팔아 후원금을 모집하기도 했다. 영화가 잘되서 오브젝티파이를 제작할 수 있었고 또 이어서 어버나이즈도 촬영할 수 있었다. 다큐멘터리 영화의 장점은 픽션 영화와 달리 제작과정이 탄력적이라는 점이다. 촬영을 하다가 돈이 부족하면 돈을 번 다음 이어서 제작할 수 있다. 촬영도 생각보다 큰 돈이 필요하지 않다. 나는 캐논 7D 카메라 한 대로 대부분 영화를 촬영했다.
청중 3 :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고 제품 디자이너로 활동중이다. 시각 디자인 전공 중 헬베티카를 봤고 제품 디자이너가 되고 오브젝티파이드를 봤다. 그리고 오늘 어버나이즈드를 보러 왔다. 점점 분야가 확장되고 있다. 앞으로의 영화는 어떤 방향으로 확장될지 궁금하다.
허 : 현재 2개의 아이디어가 있고 구체화 중인데 아직 초기 단계라 말하긴 어렵다. 다만 확실한건 'Creativity', 'Communication' 분야를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 내가 원하는 건 간단하고 명료한 영화다. 헬베티카 이후 관심사가 커지다보니 점점 복잡한 주제를 다뤘는데 아무튼 실패를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해야 할것같다(웃음).
어버나이즈드 영화 리뷰
영화는 수 많은 정치인, 도시 계획자, 건축가, 시민운동가, 크리에이터가 등장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담으며(감독의 질문은 영화 중에 딱 한번만 나온다,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흐름을 끊지않고 이어간다) 영화주제의 윤곽을 잡아간다.
전체적으로 이렇다. 도시가 발명되고 도시화 되는 과정은 대부분 실패했다. 이부분은 주로 교통에 관련됐다. 극심한 교통체증, 주차문제 등. 도시가 도심을 중심으로 점점 커진다는 이론을 바탕으로 대부분의 도시가 계획됐다. 그 후 교외지역을 주거단지로 계획하고 도로를 확장했다. 사람들은 내 땅, 내 집을 마련하는걸 도시에서 살아가는데 꿈으로 여겼다. 그에따라 차가 보급됐고 교통체증이 심해졌다. 체증을 줄이고자 도로를 넓혔지만 그럴수록 교통체증은 해소되긴 커녕 늘었다. 교통체증의 핵심은 차로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차량으로 이동해야하는 거리 자체가 멀기 때문이다. 교통 체증 뿐만 아니라 슬럼, 환경오염 문제, 계층간 갈등 등의 사회문제도 일으킨다.
도시가 차량을 장려하는 정책이 아닌 대중교통과 자전거, 보행자 우선정책을 내세우며 해결책을 모색한다. 그래서 시민이 걷고, 자전거를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정책 개발에 있어서 시민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며 사용자 중심형 디자인 정책을 펼치는 흐름이다.
게다가 도심을 중심으로 확장한다고 믿었던 도시화 과정에서 도심이 사라진다는 점이다. 도심이 사라지고 지역생활권이 강화된다. 동네가 활성화 되는 것이다. 하지만 정책은 동네를 장려하기 보다 전체적인 관점에서 지역을 바라다 본다. 훌륭한 건축가가 참여했다고 멋진 장소가 되는 것도 아니다. 시민이 정책에 적극 참여하고 정책과정 또한 시민의 의사를 적극 방영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DIY 방식의 도시화 과정이 주목받는다. 뉴욕, 케이프타운, 리오데자네이루, 뉴욕, 런던, 브라질리아, 베이징, 슈투투가르트, 디트로이트, 시카고, 피닉스 등 수 전세계 수많은 도시화 사례를 자연스럽게 엮었다.
영화는 감독이 주제를 갖지 않고 제작한 만큼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도시화 과정을 담담하게 담고 여러 도시 이해관계자의 생각을 전한다. 관객에게 강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좋은 도시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이끈다. 중간에 조금 지루함이 있었지만 오히려 그 지루함 때문에 내 생각을 확장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역시 도시는 시민이 만드는 것이다. 도시 디자이너는 물리적으로 도시를 '디자인'하는 것에서 시민이 참여하는 방법과 의견을 어떻게 실제로 적용할지를 '디자인'하는 기획자로서의 역할이 더 중요할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