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너드 코렌 당신에게 미학은 어떤 의미입니까?

2026년 10월 21일 리뷰/독서 댓글 0개

"미학은 우리의 삶과 행위 전반에 깃들어 있다." 레너드 코렌의 책 '당신에게 미학은 어떤 의미입니까?'는 이 문장으로 시작한다. 정말이다. 미학은 나의 삶과 행위 전반에 깃들어 있다. 일상에서 발길을 멈춰 서서 가만히 바라보다 사진으로 남겨 간직하고 싶은 아름다운 장면이 있다. 무심코 흘러나오는 음악에 귀를 기울이거나, 추억이 깃든 향기를 맡고 감상에 잠기거나, 손끝에 느껴지는 감촉에 집중하거나, 처음 느껴보는 맛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기도 한다. 예쁜 그릇에 음식을 담고, 그날 기분에 따라 옷을 골라 입고, 머리를 다듬고, 사진을 찍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춤을 추는 행위는 모두 미학적인 것이다.

한편 미학적인 경험을 했을 때 스스로 그 아름다움을 깊이 이해하지 못하고 순간의 감상으로 흘려보내는 것이 아쉽다. 그리고 내가 나이가 들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혼자 사색하는 시간이 줄어들수록, 삶의 책임감이 무거워질수록 이러한 아쉬움은 커져만 간다. 서점에서 '당신에게 미학은 어떤 의미입니까?'라는 책의 제목을 마주하고 나에게 자문했을 때, 그간 한낱 감상으로 치부하던 미학이 절실하게 다가왔다. 내가 느끼고 행동하는 미학을 이해하고 일상에서 더 깊이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집어 들었다.

미학을 느끼고 이해하는 감수성이 줄어든 건 사업을 하면서부터였다. 사업을 하기 이전에는 미술대학에서 디자인을 공부하고 디자인 잡지사 에디터와 광고 제작사 AE로 일하며 미학을 마음 한편에 두고 살았다. 하지만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는 미학을 의도적으로 밀어내고 그 자리에 숫자와 이성을 채웠다. 생존을 위해 업무 생산성을 높이고 사업 성과를 내는 것에 집중했다. 하지만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미학을 향한 갈증을 느꼈고, 미학적인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하고, 미학에 관한 책을 읽고, 예술 영화를 찾아봤다. 더 이상 미학이 공부나 일의 대상이 아닌 지금, 나에게 미학이란 무엇인가?

레너드 코렌 당신에게 미학은 어떤 의미입니까? 표지

이 책은 미학의 의미를 10가지로 규정하고 단어의 용법을 제시함으로써 미학을 정의한다. 그중에서 내게 의미 있게 다가온 미학의 정의는 다음 3가지였다. 첫째, 미학적인/미학 = 취향, 멋의 동의어. 둘째, 미학 = ‘예술적’과 동의어. 셋째, 미학, 또는 미학적인 (것) = 현상과 사물의 감각적이고 정서적인 특성들을 인지하고 이들에 대해 사고하는 인지의 방식. 이 세 가지 미학의 정의를 안목, 심미안, 감수성으로 재해석하고 이들의 상관관계를 나만의 방식으로 정의하여 미학을 이해하고자 했다.

1. 안목 (취향)

“취향이란 사물의 예술적이고 양식적인 특성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리고 가려내는 능력이다.” 24쪽

내 삶에서 미학을 가장 많이 느끼는 지점은 ‘취향’이다. 내가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했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 예를 들어 공간 속 가구와 조명을 볼 때 오리지널 제품인지 복제품인지 식별하는 눈을 키웠다. 가구와 조명의 디자인을 보고 누가 어느 시대에 어떤 생각을 갖고 디자인했는지를 떠올린다. 모르면 찾아본다. 그리고 그것이 어디에 무엇과 함께 놓여 있는지, 그렇게 놓인 의도가 무엇인지 맥락을 이해하고자 한다. 그 맥락과 현재 내가 그 대상을 바라보고 마주하는 상황이 복합적으로 얽혀 복잡한 감정을 이끌어 낸다.

2. 심미안 (예술)

“달리 말해서 우리는 저마다 무엇이 예술이고, 무엇이 예술이 아닌지에 대한 각자의 지속적인 서사를 보전한다.” 40쪽

미술관에 걸린 작품은 예술이다. 미술책에서 소개하는 작품도 예술이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무언가를 보고 “예술이다!”라고 느끼는 것은 온전히 개인의 몫이다. 이는 타인이 예술이라고 규정하는 것과 구분된다. 타인이 예술이라고 말하는 것을 스스로 예술적이지 않다고 느낄 수 있고, 내가 예술이라고 말하는 것이 타인에게 예술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이 인생을 살아오며 ‘이건 예술이야!’라고 구별하고 발전해 온 심미안은 자신만의 고유한 개성이며 그것이야말로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진짜 예술적 경험이다.

3. 감수성 (인지 방식)

“현상과 사물의 감각적이고 정서적인 특성들을 인지하고 이들에 대해 사고하는 인지의 방식.” 52쪽

책은 미학이 일종의 인지 방식이라고 소개하는데, 나는 이 부분에서 알 수 없는 자격지심을 느꼈다. 아마 미술대학 입시 시절 ‘노력해서 잘하는데, 감각은 없다’는 나에 대한 타인의 평가와 스스로 그것을 인정해 온 마음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타고난 인지 방식은 노력으로 길러지지 않는다. 일출을 보며 아름다움을 느끼는 정도는 개인마다 다르다. 누구는 희망찬 하루를 계획하고, 누구는 우주의 신비를 느끼고, 누구는 빛이 산란하는 아름다움에 눈물을 왈칵 쏟는다.

미학의 3가지 정의 비교

안목 심미안 감수성
머리 눈 가슴
가치 아름다움 감정
가치 판단 미적 감각 정서 반응
선택 감상 교감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그동안 미학에 목말랐던 까닭은 삶의 권태와 불안함 때문이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타고난 감수성을 더 깊게 키우지는 못하더라도 그 폭은 넓힐 수 있다. 그러니 일상의 더 많은 경험에 투자하자. 심미안은 내 삶과 함께 발전하는 미학이다. 요즘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무엇인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기록하며 나만의 미학적 서사를 만들어 가야겠다. 도리어 미학은 내 삶의 이야기를 엮어 풍성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안목은 사회와 연결되어 있으며, 과시욕이나 인정 욕구, 자존감과 맞닿아 있다. 이를 잘 조절하면 삶을 더 자신감 있고 주체적으로 살 수 있다.

미학은 자본이나 지식, 외모처럼 현대 사회의 한 종류의 권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