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에서 6개월 동안 살아보며 느낀 점

2025년 12월 23일 일기/라이프 댓글 0개

왜 용산에서 지냈나?

용산에서 6개월 단기 임대로 지낸 이유는 명확했다. 단순히 거처를 옮기는 것을 넘어, 우리 가족이 앞으로 어디서 어떤 삶을 꾸려갈지에 대한 방향성을 잡고 싶어서였다. 소위 ‘월급쟁이 부자들’ 같은 유명 부동산 강의에 수십만, 수백만 원을 결제하는 것보다, 그 동네에 직접 스며들어 나만의 공부를 해나가는 것이 훨씬 가치 있다고 믿었다. 모르는 사람들과 억지로 어울리며 임장 크루를 따라다니기보다, 아내와 함께 같은 풍경을 보고 대화하며 느끼는 생생한 경험이 우리에겐 더 큰 의미가 있었다. 이 기록은 그 치열했던 관찰과 고민의 흔적들이다.

한강벨트 아파트가 비싼 이유

강남 3구와 마용성으로 이어지는 한강벨트는 서울 안에서도 유독 범접할 수 없는 가격대를 형성하며 그 존재감을 과시한다. 지하철 몇 정거장, 차로 단 몇 분 거리일 뿐인데도 수십 억의 자산 가치가 차이 난다는 사실은 늘 경외감과 의구심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아파트 브랜드나 학군, 역세권 여부 등 기술적인 지표에 따라 천차만별로 요동치는 가격을 보며 나는 그 수치 뒤에 숨겨진 본질적인 가치가 궁금했다. 밖에서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화려한 겉모습 말고, 실제 그 안에서 지내는 사람들이 누리는 공기는 무엇이 다른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6개월간 지낸 에피소드 용산 입구

멋진 이웃과 안전한 커뮤니티

용산에서 지내며 체감한 가장 큰 정성적 지표는 부동산 서류에는 결코 나타나지 않는 ‘이웃 주민’ 그 자체였다. 신용산과 동부이촌동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체로 여유가 느껴지는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으며, 단정한 옷차림과 타인에 대한 친절함이 몸에 배어 있었다. 그들과 같은 공간에서 일상을 공유한다는 감각은 단순히 부유한 이웃을 두었다는 만족감을 넘어, 나의 일상이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다는 깊은 신뢰를 주었다. 문제가 생겨도 상식적인 수준에서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이 견고한 이 커뮤니티는, 한강벨트를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무형의 자산이었다.

이웃 혐오에 대한 죄책감

용산의 정돈된 삶을 경험한 후 돌아본 원래의 생활 터전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불편한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횡단보도를 건너며 아무렇지 않게 담배를 피우는 이들, 수거일도 아닌데 길거리에 방치된 음식물 쓰레기, 타인을 배려하지 않는 무례한 행동들이 유독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익숙했던 동네의 풍경이 갑자기 낯설고 싫어지는 과정을 겪으며, 나는 내 이웃을 혐오하고 있다는 서글픈 사실을 마주해야만 했다. 사람을 혐오한다는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은 무거웠지만, 용산에서의 삶을 겪어버린 나에게 예전의 일상은 이미 위험하고 불편한 진실이 되었다.

아파트값은 곧 커뮤니티 입장 티켓

결국 대한민국에서 아파트 가격은 그 커뮤니티에 합류할 수 있는 일종의 ‘입장 티켓’과도 같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상급지 브랜드 아파트에 거주하기 위해 필요한 거액의 자본은 그 사람의 경제적 능력을 증명하는 동시에, 비슷한 가치관을 공유하는 집단에 속해 있음을 상징한다. 사람들은 자산 규모에 따라 부자, 중산층, 저소득층이라는 보이지 않는 줄 세우기에 참여하며, 더 높은 단계의 티켓을 얻기 위해 평생을 분투한다. 이러한 시선이 스스로도 매우 불편한 진실임을 부정할 수 없지만, 더 풍요로운 삶을 갈망하는 인간의 본능은 결국 상급지라는 목표를 향해 달릴 수밖에 없다.

고급 가구로 꾸며진 에피소드 용산 커뮤니티 시설

시스템 속에서 내릴 현실적인 답

6개월의 생활을 마무리하며 나는 이 견고한 시스템 앞에서 스스로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지 진지하게 답해야 했다. 이 계층 구조에 기꺼이 종속되어 평생 ‘상급지 이동’이라는 목표를 쫓으며 살 것인지, 아니면 시스템 밖으로 걸어 나가 나만의 자유로운 삶을 추구할 것인지 고민했다. 하지만 냉정하게 돌아본 나는 결국 전자의 삶을 택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내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내가 속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이 규칙을 이탈했을 때 겪게 될 타인의 시선과 스스로 느낄 실패감을 감당할 용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니, 이것이 용기의 문제인지 조차 알 수 없으며, 이를 시험하기에는 인생이 짧게만 느껴진다.

앞으로의 전략과 삶의 균형점

현재 서대문구의 소형 아파트에 거주 중인 내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제 감정이 아닌 철저한 전략이 필요하다. 지금 보유한 자본과 소득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어떻게 현금화하여 다음 기회를 잡을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그려야 한다. 향후 부동산 시장의 전망과 주택 구입 시기를 면밀히 검토하며, 그사이 유휴 자금을 어디에 투자하여 수익을 극대화할 것인지 끊임없이 공부하고 있다. 내가 가진 경제력과 내가 꿈꾸는 삶의 질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균형점을 찾는 이 과정은, 더 큰 삶을 향한 필수적인 통과의례가 될 것이다.

용산 생활을 마무리하며

돌이켜보면 용산에서의 6개월 전과 후, 내 생각의 커다란 줄기는 바뀌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굳이 큰 비용을 지불하며 이 모든 것을 경험해야 했나 싶은 회의감이 들 때도 있지만, 그 덕분에 내 생각의 깊이는 이전보다 훨씬 깊고 단단해졌다. 현실에서 마주한 불편한 진실들을 기록하며 마음이 무거워지기도 했지만, 아내와 함께 보낸 신혼 생활만큼은 즐겁고 행복한 기억들로만 가득하다. 이제 나는 이 불편한 감정을 동력 삼아, 아내와 함께 더 나은 삶이 무엇인지 계속해서 대화하고 경험하며 우리만의 정답을 찾아 나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