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부터 신용산의 한 오피스텔을 빌려 일상을 보내고 있다. 용산의 오피스텔을 빌린 목적은 ‘서울에서 가장 비싼 동네에서 살면 행복할까?’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함이다. 향후 5년 이내 이사 계획이 있다. 평수를 줄이고 대출을 무리하게 받아서 최대한 강남, 용산 도심 방면에 가깝기 지낼 것인지, 아니면 서울 외곽 또는 경기도권으로 빠져나가 여유를 즐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던 차였다. 결국 실제로 지내보지 않으면 막연히 이럴 거라는 추측만 하게 될 것이 뻔하여 아내와 상의 끝에 원룸 오피스텔이라도 직접 살아보기로 한 것이다.
테레네, 건축가가 운영하는 프라이빗 리조트
그러던 와중에 이 고민의 연장선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제안을 받았다. 테레네 운무라는 이름의 프라이빗 리조트에 초대 메일을 받은 것이다. 초대를 받고 간단히 홈페이지에서 정보를 찾아보았다. 테레네는 바드건축사무소에서 부동산 개발, 건축 설계, 서비스 운영을 하는 회원제 독채형 리조트이다. 테레네의 첫 번째 공간인 ‘테레네 운무’가 지난 5월 강원도 화천군에 준공해 오픈했고 향후 ‘테레네 그루브’, ‘테레네 서울’ 등 새로운 공간을 오픈할 예정이다. 현재 회원권 구매 후 예약 또는 비회원 일반 예약을 할 수 있다.
프라이빗 리조트 브랜드의 비지니스 모델
아난티 이후 최근 국내에서 모자이크, 바운더리 등 신규 회원제 프라이빗 리조트 브랜드가 여럿 생기는 분위기이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낫어호텔’ 브랜드가 세계적인 건축가와 디자이너를 앞세우며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들 브랜드의 비즈니스 모델은 회원권 판매로 초기 자본을 빠르게 확보하고, 관리비로 안정적인 매출을 만들고, 브랜드 확장에 따라 회원권 가치를 높여 나가는 것이다. 테레네는 국내 브랜드 중에서도 건축, 자연, 예술을 앞세운 차분하고 절제된 브랜드로 눈에 띈다.
프라이빗 리조트, 나도 가입해 볼까?
필자는 평소 여행을 좋아하고 OTA 에디터로도 일한 경험이 있어서 호텔에 관심이 많다. 그럼에도 회원제로 운영되는 프라이빗 리조트 브랜드에는 관심이 없었다. 아마도 이는 단순한 관심과 취미를 넘어선 자산 관리의 영역이기 때문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회원권 입회금은 수 천만 원에서 수 억 원을 오가는 비싼 금액으로 알려져 있고, 회원은 운영관리비 수준의 비용만 지불하고 연간 수십 일의 공간 이용 권리를 얻게 된다. 추후 회원권을 양도할 수 있고 브랜드의 가치 및 물가 상승률에 따라 회원권이 오르기도 한다. 다른 투자 상품과 비교하여 멤버십에 자산을 투자했을 때 경제적 이익과 정서적 이익의 합이 크다면 좋은 투자 상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테레네 운무 프라이빗 리조트 방문 후기
프라이빗 리조트라... 1박 일정의 짧은 여행이지만 막연히 꿈꾸던 도심에서 완전히 벗어난 여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의 정점을 경험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홈페이지 사진에 담기지 않을 400평 대지라는, 그동안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광활한 공간이 주는 감상이 어떨지 기대되었다. 침실 3개, 침대 4개, 최대 8인 투숙이 가능하나, 급하게 일정을 조율한 나는 이 넓은 공간을 아내와 둘이서 오붓하게 보낼 계획으로 다녀왔다. 건축가가 짓고 운영하는 프라이빗 리조트답게 하드웨어가 뛰어나고 마감 디테일이 좋았으며, 사용자를 배려한 동선 배치와 건축적 완성도가 뛰어났다. 본격적인 리뷰는 아래 사진과 함께 기록한다.
- 해당 글은 테레네 측으로 부터 숙박을 제공받았으며, 별도의 블로그 작성 요청이 없이 필자의 솔직한 경험을 작성한 점을 밝힙니다. 이 자리를 빌려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제안해 주신 테레네 측에 감사 인사 남깁니다. 감사합니다.

용산 오피스텔에서 지낸 지 처음으로
용산에서 출발해 지방으로 여행을 떠났다.
집에서 용산까지 1시간이 걸릴 때가 허다한데,
시간을 절약한 것 같아서 출발부터 기분이 좋다.

이촌한강공원을 통해 강변북로로
진입해서 곧장 강원도까지 달렸다.
강변북로를 달리는 길에 한강변 잠실 일대의
멋진 가을 단풍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내비게이션을 따라 국도와 고속도로를
오가다 보니 어느새 북한강으로 접어들었고,
북한강 의암호 일대의 멋진 풍경을 감상했다.
내비가 추천하는 길대로 왔는데, 지나고 보니
테레네 운무에서 추천하는 드라이브 코스였다.


서울에서 출발해 약 2시간 30분 정도를 달려
테레네 운무가 위치한 강원도 화천군에 도착했다.
테레네 운무로 진입하는 호수마을길을 따라 늘어 선
메타세쿼이아 가로수도 예쁘게 물들었다.



꽤나 가파른 경사로를 오르다 보니
멀리 테레네 운무의 외관이 보이기 시작했다.
테레네 운무 건축의 첫인상은 눈에 띄지 않게
절제됐지만 외부와 차단된 높은 담벼락에서
다소 위엄 있는 분위기와 무게감이 느껴졌다.



차량이 진입하는 북동측 마을 방면으로는
창문 하나 없이 벽으로 막혀 있다.
테레네의 네이밍은 아마도 땅, 대지를 뜻하는
테라(Tera)와 테린(Terrene)에서 왔으리라 생각된다.
음각으로 새긴 외벽 사이니지에서 건축 외관의
첫인상으로 느낀 절제된 분위기가 그대로 드러난다.

테레네 운무의 주차장은 여유롭게 차량 2대,
최대 4대 정도를 댈 수 있는 크기였다.
파쇄석이 깔린 바닥이 다소 미끄럽게 느껴졌고,
차가 여러 대라면, 후방으로 주차하기 위해
차량을 돌리기에는 다소 좁을 것 같았다.


테레네 운무는 현장 직원의 안내 없이
셀프 체크인으로 입실하게 된다.
체크인 당일 오전 8시와 오후 12시에
2번에 걸쳐 체크인 안내 문자가 온다.

중정에 들어서서 왼쪽에는 입구가,
오른쪽에는 '라운지'가 있었다.
라운지는 일찍 도착한 손님이 체크인 시간까지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다.
나는 체크인 시간이 지나 도착했지만,
라운지를 먼저 둘러 보았다.




라운지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감탄사가
터져 나오는 호사스러운 분위기였다.
바 캐비넷, 커피 머신, 책 어메니티가 있어서
몇 시간이고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좁은 욕실은 천창이 높게 나 있어서
답답하지 않고 고급스럽게 느껴졌다.


라운지를 간단히 둘러본 뒤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본관으로 들어선다.



본관 입구에도 높은 천창이 나 있어서
자연광의 밝은 기운이 느껴져 입구부터
쾌적하고 화사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곧장 정면으로 마주하는
용화산 북한강 뷰에 압도당한다.
이 뷰를 더욱 드라마틱하게 연출하기 위해
진입로부터 높은 벽을 세웠지 않았나, 싶다.

리빙룸에 TV가 없는 점이 마음에 들었는데,
그것보다 마음에 드는 건 사운드 시스템.
초고가의 뱅앤올룹슨 스테레오 스피커를 온전히
나와 아내 둘이서 마음껏 즐길 수 있다니…
태어나서 귀가 가장 호사한, 기념한만한 날이다.


8명이서 둘러앉을 수 있는 널찍한
테이블이 있는 다이닝 공간.


웰컴 샴페인을 선물해 주셨으나,
건강상 이유로 마시지 못해 아쉬웠다.

공간을 본격적으로 둘러보기 전에
소개 책자에 실린 건축 평면도를
살펴보며 동선을 파악하기로 했다.

내가 입구로 들어온 층은 건축 상 2층으로,
리빙다이닝키친, 침실 1개, 야외 데크로 구성.

계단을 따라 1층으로 내려가면
침실 2개와 야외 수영장, 사우나가 있다.

설치된 실내 온도조절 장치가 처음이라
낯설었는데 UI 디자인이 잘 되어 있어서
조작하는데 그리 어렵지 않았다.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주방 어메니티를 살펴본다.




각종 조리도구와 식기류는 물론이고,
밥솥과 바베큐 조미료가 풀세팅되어 있다.

빌트인 냉장고와 냉동고가 있으며, 아일랜드
아래로는 제빙기와 식기세척기도 있다.

바베큐를 하게될 아웃도어 데크로 나가 본다.


아웃도어 데크에도 8명이 앉을 수 있는
넓은 다이닝 테이블이 세팅되어 있다.


스테츠 화로와 바베큐 도구가 잘 준비되어
먹을 것만 잘 챙겨가면 된다.
나는 혹시 몰라 이것저것을 챙겨서
왔는데 다 무용지물이 됐다.


아웃도어 데크 아래로 야외 수영장과
스파 시설이 보인다.

2층 계단실 옆으로 침실1이 있어서
1층으로 내려가기 전 침실1을 둘러 본다.




침실1 세면대가 침대 맞은편에 놓인 것이 독특했고
작게나마 환기할 수 있는 중정이 있어서 좋아 보였다.



침실1을 간단히 둘러보고
1층으로 내려가 본다.




1층으로 내려가면 작은 홀이 있고,
홀 우측으로 침실 2개와 이어진 복도가,
정면으로는 야외로 나가는 도어가 있다.


홀에는 유료 결제할 수 있는 작은 미니바와
디자인 예술 서적이 진열된 벽장이 있다.
복도를 따라 침실2를 들어가 본다.



야외와 연결된 전면 창호가 있고,
침대 2개가 나란히 놓여 있다.
아마도 자녀를 둔 가족이 함께 머무는 걸
고려한 방이라 생각된다.


화장실과 세면대도 넓고 쾌적하다.

그리고 복도로 나와 침실 3을 향한다.
이곳이 침실의 하이라이트였고,
나와 아내는 이곳에서 잠을 잤다.




침실에 들어서자마자 침대 너머로
욕실과 욕조가 보였고 또 그 너머로
멋진 자연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욕조와 함께 세면대가 2개 설치되어 있어서
침실3 이곳이 마스터베드룸이라 할 수 있다.
침실3에서 2층을 오가는 게 그리 편하진 않았는데,
동선 상 가장 안쪽에 마스터 베드룸을 두어서
심리적으로 건축적 경험의 완성도를 높인 듯하다.


제일 안쪽 구석 방인 이곳에 힘을 주지 않았다면,
'공간이 그냥 남아서 만들었으니 필요한 사람은 쓰세요-'
라고 만든 방 같았을 것 같다.
이곳에서 2층으로 오르는 실내 또는 실외 계단을 두어서
순환하는 동선을 구성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했지만,
누군가 매일 사용하는 공간이 아닌 불특정다수가 짧게 이용하는
리조트의 특성을 고려해 심플한 동선 구성이 우선순위다.



사우나와 야외 수영장을 둘러볼 차례다.
나름대로 고급 호텔과 리조트를 많이 다녀 봤지만,
이렇게 시설을 둘러보는 것만으로 많은 시간을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층 슬라이딩 도어를 열고 밖으로 나가면
정면으로 스파 파빌리온이 있다.



건축가가 짓고 운영하는 리조트답게,
장면 연출을 정말 잘했다.
어딜 들어가나 예상치 못한 멋진 뷰로
와! 하고, 외마디 감탄사를 내뱉게 만든다.




습식, 건식 사우나를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됐다.
사우나 탕에 물을 다 받는데 2시간, 그리고
건식 사우나를 뜨겁게 데우는 데 2시간이 걸린다.
탕에 물을 틀어 놓고, 건식 사우나 온도 세팅을 하고,
저녁을 맛있게 먹고 오면 딱 될 시간이다.

그리고 테레네 운무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야외 수영장을 둘러본다.



용화산의 풍경도 멋지지만, 그것과 조화를
이루는 야외 정원의 조경도 멋지다.


용화산 방면으로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게
나무를 심어서 심리적으로도 안정감이 있다.

수영을 하려고 수영복을 챙겨 왔는데,
날씨가 추워서 선베드만 잠시 이용했다.



정신없이 리조트를 둘러보다가
정신을 차리니 배가 무척 고프다.
준비해 온 식재료를 손질하고
바베큐를 준비한다.



오늘 바베큐 메뉴는 한우등심, 갈빗살과
생새우, 버섯, 그리고 각종 채소다.


멋지게 야외에서 먹을까 싶었지만,
날씨가 쌀쌀해서 2~3번에 나누어 굽고
실내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그나저나, 스테츠 화로는 처음인데 너무 좋다.

건강 이슈로 알코올 섭취는 못하고,
하이트 0.00 무알콜 탄산음료로
아내와 분위기만 냈다.
행복한 신혼의 가을이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빠르게 정리한 뒤
사우나를 아내와 함께 즐겼다.


물이 탕에 받아지는 동안에도 식어서,
예상보다 뜨거운 물을 받아야 했다.

확 열 수 있는 폴딩 유리창이 설치되어서
상쾌한 바깥공기를 쐐며 사우나를 즐겼다.


건식 사우나는 세팅을 잘못했는지
뜨겁게 데워지지 않아서 이용하지 못했다.
건식 사우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사전에
사용법을 잘 숙지하고 방문하시길 바랍니다.


사우나를 하고 나와서 둘러보는
멋진 야외 수영장 야경.

1층에 전시된 책 이것저것을 챙겨서
2층으로 올라 아내와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그래, 뱅앤올룹슨 스피커를 즐겨야지.


평소 즐겨 듣던 글렌 굴드의 연주는
뱅앤올룹슨 스피커를 타고 나를 춤추게 했다.
글렌 굴드는 공연장보다 잘 음향 세팅된
음악청취실에서 클래식을 듣길 즐겼다고 한다.
어떤 방해도 허용하지 않는 괴짜 완벽주의자다.

학창 시절 명성이 자자했던 O.M.A 건축가
렘 콜하스의 S,M,L,XL이 있어서 들춰 보았다.
참고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축가는
O.M.A 출신 매스스터디스 조민석으로, 당연히
렘 콜하스도 좋아하는데, 책은 난해하고 어렵더라.
어려운 건축 책은 읽지 않아도 되는,
건축과 관련이 없는 사업가가 되어 다행이다.

건조해지는 계절이 다가오면, 기관지가 약한
나는 여행지에 가습기를 들고 다닌다.
잘 때는 쾌적한 습도 45-55%를 유지해야 한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침대가 편안해서 아주 잘 잤다.


2층으로 오르니 용화산 정기가
공간에 가득 드리치려고 한다.

리모컨으로 편안하게 커튼을 친다.


이곳의 이름이 왜 테레네 '운무'인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정말 멋진 운무다.


아웃도어 데크 유리 난간에는 성애가 끼고,
멀리 보이는 북한강 위로 수증기가 가득하다.
시간 여유가 많았다면,
강변을 따라 마음껏 달렸을 것이다.

멋진 풍경을 봤더니 센치해져서
커피 한잔을 내렸다.


맛있는 곡물 커피 향이 공간을 채운다.


체크아웃은 10시 30분이지만,
약속이 있어서 8시에 체크아웃했다.
시간을 꽉 채워 즐기지 못해 아쉽다.


나갈 때가 되니 아침 햇살이
실내를 따뜻하게 비춘다.


안녕, 테레네 운무.
다시 이곳을 방문할 수 있을까?

더는 지체할 틈이 없어, 테레네 운무를 나선다.



금요일 체크인, 토요일 체크아웃이다.
차가 전혀 막히지 않는다. 나이스!


테레네 운무를 나서는 순간까지
멋진 풍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돌이켜 보니 이렇게 넓은 공간에서
프라이빗하게 지낸 기억이 없다.
공간이 넓고 여유로우니, 나와 아내만 알던
나의 좁은 마음도 조금은 넓어져서
더 많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레 생겼다.

여유로운 공간이 주는 힘을 처음 느껴서
이 감정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다시 한번, 자리를 빌려 멋진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제안해 주신 테레네 측에 감사 인사를 남깁니다. 테레네 프라이빗 회원에 가입하거나 테레네 운무를 방문하길 고민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자세한 사항은 테레네 홈페이지(링크)를 참고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