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6. 15.
모든 브랜드를 한 지붕 아래로
미국의 가구 브랜드 밀러놀(MillerKnoll)이 시카고 디자인 위크를 맞아 자사의 여러 브랜드를 하나의 복합 공간에 통합해 공개했다. 이번 공간은 시카고 웨스트루프(West Loop) 지역의 Fulton Market Design Days에 맞춰 마련되었으며, 두 개의 건물에 걸쳐 다양한 제품 전시와 쇼룸이 구성되었다. 그 중심에는 미국 최초의 헤이(Hay) 쇼룸도 포함돼 눈길을 끈다.
브랜드 개성과 통합의 조화
그동안 서로 다른 건물에 흩어져 있던 브랜드들을 하나로 모으는 이번 프로젝트는 밀러놀의 인테리어 부사장 크리스 리옹(Chris Leong)이 주도했다. 그는 각 브랜드의 고유한 아카이브와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하나의 통일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리옹은 이를 “서로 다른 목소리를 가진 가족을 조율하는 일”에 비유하며, 엘리베이터 홀과 같은 전이 공간까지도 스토리텔링의 요소로 활용했다고 밝혔다.
헤르만 밀러부터 날트원까지 다양한 전시
주 전시장인 1100 웨스트 풀턴 마켓(1100 West Fulton Market) 건물은 5층 규모로, 1층에는 헤르만 밀러(Herman Miller)의 오피스와 의자 실험실, 나무와 파란색 톤의 맞춤형 테이블로 꾸며진 리셉션 공간이 있다. ‘Together By Design’이라는 전시는 다양한 브랜드의 가구들을 조합해 조각 작품처럼 구성한 것으로, 브랜드 간 스타일 융합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과거 의자들과 제작 사진을 매치한 ‘Manufacturing Model’ 전시는 밀러놀의 아카이브 책임자 에이미 아우셔만(Amy Auscherman)이 스탠다드이슈(Standard Issue)와 협업해 선보였다.
색채와 재료의 조화
2층 사무 공간은 색상 통일을 통해 다양한 브랜드 가구를 조화롭게 배치했으며, 톨로메오 조명이 일관된 디테일 요소로 사용되었다. 옥상에는 헤이, 헤르만 밀러, 무토(Muuto) 등의 브랜드가 제작한 야외 가구가 배치돼 휴식 공간을 형성한다. 각 층에는 Knoll의 신제품 Dividends Skyline, Geiger와 DatesWeiser의 협업 전시, 그리고 Maharam의 텍스타일 설치작품 등도 다채롭게 구성되었다.
헤이 쇼룸, 미국 첫 진출
1144 웨스트 풀턴 마켓 건물은 주로 쇼룸 용도로 활용되며, 디자인 위드인 리치(Design Within Reach), 날트원(NaughtOne), 무토 등 브랜드가 입주했다. 특히, 캐나다 조명 브랜드 A-N-D의 펜던트 조명, 일본 디자이너 타케우치 케이지(Keiji Takeuchi)의 신작 테이블, 영국 디자이너 댄 스코필드(Dan Schofield)의 라운지 체어 등 다양한 신제품이 소개되었다. 또한 미국 최초의 헤이 쇼룸은 1920년대 건물의 목재 트러스와 천창을 활용해 빛이 가득한 공간으로 조성되었으며, 에르완 부룰렉(Erwan Bouroullec)의 Traverse 의자를 중심으로 다양한 컬렉션이 전시되었다.
디자인 속 ‘쉼’의 공간
이외에도 조경가 마이클 반 발켄버그(Michael Van Valkenburgh)가 조성한 나무가 심어진 안뜰은 디자인의 밀도 속에 여유를 더하는 공간으로, 리옹은 이를 "멈춤과 이야기의 순간"으로 표현했다. 이러한 구성은 단순한 제품 전시를 넘어 브랜드 정체성과 디자인 철학을 공간적으로 체화하는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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