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저드의 가구 전시
미국의 미니멀리즘 미술 거장 도널드 저드(Donald Judd)의 가구 디자인 38점을 한데 모은 전시 《도널드 저드: 가구(Donald Judd: Furniture)》가 서울 이태원의 현대카드 스토리지(Hyundai Card Storage)에서 개최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저드 재단(Judd Foundation)의 예술 감독이자 고인의 아들인 플라빈 저드(Flavin Judd)가 직접 기획했으며, 저드의 가구가 한국에서 전용 전시로 소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번 전시는 1970년부터 1990년 사이에 제작된 저드의 목재, 금속, 합판 가구 디자인을 선보이며, 그의 일상적인 공간에 대한 철학적 접근 방식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철학적 디자인
저드는 1970년대부터 자율적인 예술 작품을 넘어 일상생활의 공간으로 초점을 옮기며 가구 제작에 몰두했습니다. 그는 "가구는 유용성과 실용성을 지녀야 한다"고 말하며, 가구를 자신의 조각 작업과 분리된 것이 아닌 비례, 구조, 그리고 신체가 공간을 가로지르는 방식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의 일부로 보았습니다. 이번 전시는 저드 재단 소장품과 도널드 저드 가구(Donald Judd Furniture)가 특별 제작한 디자인을 포함하여, 드로잉 및 판화와 함께 저드의 기능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가구 철학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작업 환경을 구현한 공간 구성
이번 전시는 2020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열린 저드 회고전의 후속 전시로, 저드 자신의 작업 및 생활 환경과 공간, 색채, 재료에 대한 그의 생각을 반영하여 네 가지 공간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이러한 건축적 틀은 가구가 구상되었던 실용적이고 철학적인 조건을 엿볼 수 있게 해주며, 관람객들이 작품을 고립된 유물로서가 아닌 더 큰 공간 시스템의 요소로 경험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플라빈 저드는 이러한 배치를 통해 관람객들이 저드가 이 오브제들이 사용되고, 거주되며, 마주쳐지는 방식을 어떻게 상상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열어주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미니멀리즘 거장의 장인 정신
저드는 1970년대 초 뉴욕 101 스프링 스트리트(101 Spring Street) 자택의 가구를 시작으로, 1977년 마파(Marfa), 텍사스에 새집을 지으면서 가구 제작에 다시 착수했습니다. 그는 대부분의 1920년대 이후 디자인을 '소비자를 위한 잡동사니'로 치부하며, 사용 가능한 디자인이 필요했기 때문에 가구를 직접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1980년대 중반까지 침대, 책상, 벤치, 의자, 선반 등 광범위한 목재 작품과 금속 의자, 벤치, 침대, 테이블 등을 개발했으며, 특히 1991년에는 합판 가구를 선보였습니다. 단순해 보이는 각 가구는 치수, 재료, 구조 및 마감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엄격하게 명시되었으며, 저드는 직접 선정한 지역 목수 및 금속공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자신이 요구하는 수준의 정밀한 숙련된 수작업에 특별한 가치를 두었습니다.
가구와 함께 전시된 판화 및 드로잉
가구와 함께 전시된 세 그룹의 판화는 전시 작품을 형성한 개념적 사고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제작된 실크스크린(Silkscreen)과 목판화(Woodcut)는 일련성, 리듬 및 색채 구조에 대한 저드의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줍니다. 설치된 드로잉은 재료, 치수 및 구성 논리가 어떻게 개발되고 정제되었는지 추가로 보여주며, 아이디어에서 오브제로 이어지는 과정을 추적할 수 있도록 합니다. 중앙 계단에 전시된 여덟 권의 책 또한 저드의 폭넓은 사고를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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