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6. 25.
기존 브랜드 가격 상승이 부른 소비자 인식의 전환
최근 몇 년간 유명 시계 브랜드들의 가격이 급격히 오르며 소비자들의 인식에도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독립 시계 브랜드 스페이스원(SpaceOne Watches)의 공동 창립자인 기욤 라이데(Guillaime Laidet)는 기존 브랜드의 가격 상승이 소비자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가지 못한다고 지적합니다. 소비자들은 블로그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직접 정보를 얻고, 2천 유로짜리 시계와 1만 유로짜리 시계를 비교해도 성능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게 됐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과거에는 과소평가되던 소규모 시계 브랜드, 일명 ‘마이크로 브랜드’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온라인 중심의 유통 방식과 정교한 부품 조달이 가능해지면서 이들은 시계 시장의 고정 관념을 흔들고 있습니다.
사양과 디자인 모두에서 경쟁력을 갖춘 신흥 강자들
일부 마이크로 브랜드는 사양 면에서도 기존 브랜드와 견줄 만큼의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세리카(Serica)나 폼엑스(Formex)처럼 COSC 인증 무브먼트를 사용하는 브랜드도 있으며, 자체 부품을 제작하거나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시계를 만든 밍(Ming)처럼 기록을 세우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브리티시 브랜드 크리스토퍼 워드(Christopher Ward)의 통합형 브레이슬릿 모델처럼 외관에서도 고급 브랜드에 뒤지지 않는 디자인을 선보입니다. 이들은 단지 기존 브랜드를 따라잡는 데서 멈추지 않고, 더 과감한 시도들로 시장의 시선을 끌고 있습니다.
자유로운 디자인, 더 대담한 미학의 실현
마이크로 브랜드들이 특히 앞서나가는 부분은 디자인입니다. 비너스타스 퍼 콘스탄티암(Venustas Per Constantiam, VPC)의 창립자 토마스 반 스트라텐(Thomas Van Straaten)은 이들이 색상, 타이포그래피, 형태 등에서 훨씬 실험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반면, 대형 브랜드들은 글로벌 마케팅 전략과 모기업의 기준에 맞춰야 하므로 보다 보수적인 디자인을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이크로 브랜드는 소량 생산과 소비자 직접 판매 방식 덕분에 더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하며, 때로는 기술적 경쟁보다 개성 있는 시계로 차별화를 꾀합니다.
마이크로 브랜드의 지속 가능성, 무엇이 필요한가
수많은 마이크로 브랜드들이 등장하며 시장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에나멜 다이얼로 독창성을 인정받은 어노데인(AnOrdain)의 창립자 루이스 히스(Lewis Heath)는 단순히 ‘예쁜 시계’를 만드는 것을 넘어, 브랜드만의 독창성을 확보해야 지속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마이크로 브랜드 전용 박람회인 윈드업 워치 페어(Windup Watch Fair)나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퍼페추얼 갤러리(Pérpetual Gallery) 등은 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성공을 위해선 자사의 철학과 차별화된 이야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가격 인상과 대중성 사이에서의 고민
기술과 디자인 양면에서 진화한 마이크로 브랜드들이 고가 전략으로 전환할지도 주목됩니다. 일부 브랜드는 가격대를 높여 고급 시장으로의 진입을 시도하고 있지만, HTD의 공동 창립자 페데리코 줄리안(Federico Zulian)은 마이크로 브랜드의 본질은 여전히 ‘합리적인 가치’에 있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금으로 제작한 크로노그래프를 약 1만 유로에 선보이고 싶다고 밝혔지만, 이는 대형 브랜드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가격대라는 점에서 차별성이 있습니다. 결국, 이들이 기존 브랜드와 똑같이 되기보다는, 새로운 이야기로 시장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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