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0. 17.
필자는 2020년 쿠팡에서 마켓플레이스 판매자배송으로 상품 판매를 시작해, 2022년 쿠팡의 풀필먼트 서비스인 로켓그로스(판매자로켓, 구 제트배송)에 가입하면서 큰 성장을 이루었다. 판매자배송 대비 로켓그로스를 통해 매출이 400% 증가하며 현재도 꾸준히 성장 중이다. 올해 쿠팡 로켓배송 팀에서 여러 차례 로켓배송 입점 제안을 받았고, 이를 위해 두 차례 오프라인 미팅도 진행했다. 이제 로켓그로스를 유지할지, 아니면 로켓배송으로 새로운 도전을 할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그 과정에서 느낀 점들을 정리해보려 한다.
로켓배송 상품의 위상
로켓배송은 한국 전자상거래 업계에서 자영업자들이 꿈꾸는 목표 중 하나다. 그 이유는 로켓배송 태그가 붙은 상품이 매출이 높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로켓배송은 판매자가 원한다고 누구나 입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쿠팡 측에서 입점 제안을 받을 때만 가능하다. 그만큼 진입 장벽이 높아, 어느 정도 매출 성장과 브랜드 인지도가 쌓여야 제안이 들어오게 된다. 따라서 올해 로켓배송 입점 제안을 받은 것은 필자의 사업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볼 수 있다.
판매자배송, 로켓그로스, 로켓배송의 차이
판매자배송은 쿠팡 측에 판매 수수료만 지불하고 판매자가 직접 배송을 관리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배송 기간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어 구매 전환이 상대적으로 낮다. 쿠팡에서 상품을 검색해보면 대부분 상위 노출되는 상품은 로켓배송 또는 로켓그로스 상품이다. 한편, 로켓 판매상품 대비 마진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로켓그로스는 판매자배송에 쿠팡의 물류 및 판매 관리 서비스가 추가된 풀필먼트 서비스다. 이에 따라 추가적인 배송비와 보관 비용이 발생한다. 배송비는 일반 택배보다 비싸지만, 고객이 배송에 대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어 구매 전환율이 높아지고, 이를 통해 필자는 400%의 매출 성장을 경험했다. 즉, 매출을 크게 늘리는 반면 마진이 줄어드는 구조다.
로켓배송은 쿠팡이 판매자의 상품을 직매입하여 판매하는 방식이다. 판매자배송이나 로켓그로스는 판매된 만큼만 정산받고, 정산 주기도 약 2개월 걸린다. 반면, 로켓배송은 쿠팡이 직매입하므로 재무적으로 더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1인 기업인 필자에게는 복잡한 업무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로켓배송 입점을 걱정하는 이유
그렇다면 로켓배송에 입점하는 것이 당연한 선택처럼 보이지만, 몇 가지 중요한 고민이 따른다.
1. 첫째는 재고 관리이다. 쿠팡은 판매량에 따라 입고 수량을 지정해주고, 그 수량에 맞춰 입고해야 한다. 시장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필요 시 선제적으로 재고를 관리할 수 없고, 최악의 경우 쿠팡의 요청이 없으면 판매자가 자체 보관 중인 재고가 악성 재고로 전락할 수 있다.
2. 둘째는 가격 관리이다. 쿠팡은 최저가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이는 다른 판매 채널(예: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의 가격에 맞춰 자동으로 쿠팡 판매 가격을 조정하는 시스템이다. 필자는 고객에게 일관된 가격을 제공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가격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는 점은 경영 철학과 맞지 않는다. (이나모리 가즈오의 말에 따르면, 가격은 경영 그 자체이다.)
3. 셋째는 경영 리스크 관리이다. 로켓배송에 입점하려면 모든 SKU 상품을 한꺼번에 로켓배송으로 변경해야 한다. 또한, 로켓배송에 입점한 후에는 판매자배송이나 로켓그로스 상품 등록이 어려워지며, 쿠팡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이는 유연한 경영에 제약을 줄 수 있다.
로켓배송 입점을 결정하려면
이러한 이유들로 필자는 로켓배송 입점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특히, 데이터가 없는 상태에서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로켓배송과 판매자로켓을 동시에 운영하며 A/B 테스트를 해볼 수 없기 때문에, 매출이 떨어지거나 이익이 줄어드는 상황에 대한 대비가 어렵다. 따라서 최소한 다른 기업이나 브랜드의 사례를 참고해 로켓배송 입점 시 얼마나 매출이 증가하고, 이익이 증대했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있어야 하며, 그 데이터에 대해 접근할 수 있다면 의사 결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