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B 무인양품 / 산소 같은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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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B가 무인양품을 좀 더 일찍 다룰 줄 알았다. JOH 대표이자 매거진B 발행인인 조수용은 매거진B가 창간되기 전 어느 인터뷰에서 이상적인 브랜드로 무인양품과 프라이탁을 꼽았다. 프라이탁이 창간호로 다루어졌으니 무인양품도 곧 다루겠군, 이라고 생각했지만, 좀처럼 다루지 않아서 의아했던 기억이 난다.


꼬박 1년 전 이맘때 무인양품 브랜드 전반을 소개한 단행본 [무인양품 디자인]이 국내에 번역 출간되어, 어쩌면 매거진B에서 무인양품을 다루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 책으로도 충분히 무인양품을 잘 설명했기 때문. 


매거진B 무인양품


하나, 매거진B가 무인양품을 다루었고 B의 관점으로 본 무인양품은 달랐다. 역시 매거진B는 브랜드가 발산하는 문화에 초점을 맞추어서,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과 함께 브랜드를 이해하기 좋다. 반면, 니케이 디자인에서 펴낸 [무인양품 디자인]은 브랜드로 수렴하는 구성이니 함께 읽으면 좋다.


매거진B 무인양품은 히토쓰바시대학원 국제기업전략연구과 교수 쿠스노키 켄에서 그래픽 디자이너 하라 켄야, 프리랜스 바이어 야마다 유로 이어지는 세 명의 오피니언 인터뷰를 통해 차례대로 브랜드의 전략, (집을 중심으로 한) 제품 그리고 스타일을 소개했다. 또, 브랜드 자문위원인 고이케 가즈코, 후카사와 나오토, 스도 레이코 그리고 양품계획 회장인 카나이 마사이키의 인터뷰를 통해 무인양품이 발산하는 문화의 원점을 짚었다.


하라 켄야 오피니언 인터뷰


하라 켄야 역시 브랜드 고문 위원인데, 오피니언 꼭지로 따로 때내어 무인양품의 집과 하우스비전 전시 기획에 대한 전반적인 의견을 물은 게 독특했다. 그동안 부동산에 특별히 애정을 쏟아 온 JOH의 관심이 드러난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작년 여름 도쿄 여행에서 하우스비전2 전시를 보고 기타마쓰도에 있는 나무의 집을 답사하는 등 디자인을 통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려는 일본의 노력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먼 한국의 부동산 시장이 배워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던 터라, 하라 켄야에게 던진 집과 관련한 매거진B의 질문에 공감하며 즐겁게 읽었다.


일 년 후 무인양품이 중국에 호텔을 연다는 짧은 기사를 읽었다. 지금까지 무인양품이 팔았던 대부분이 제품이었다면,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판매하는 전환점이 될 거로 예상한다. 호텔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하면, 병원, 요양원, 교육 등 새로운 활로로 브랜드를 확장할 게 분명하다. 생활의 미의식을 팔았기 때문에 무인양품이 새로운 브랜드의 물결을 일으킬 수 있었다고 꼬집은 쿠스노키 켄의 인터뷰를 되짚어 본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면 제품과 서비스가 일관된 미의식(콘셉트)을 공유하는 상품이 많지 않기 때문에 내가 예상하는 무인양품의 행보는 충분히 가능하다.


모드 르프티 무지스타일 인터뷰


무인양품을 바라보는 매거진B의 관점이 빛난 꼭지는 무지 스타일 MUJI STYLE 이다. 무지 스타일 꼭지는 절제, 간결, 균형이라는 키워드를 삶의 나침반으로 삼은 전 세계 다양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며 무인양품의 철학을 전했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밀도 파티시에 전익범과 호호당 대표 양정은이 삶과 일을 대하는 태도에서 한국인이 지닌 소박함의 멋을 느낄 수 있었다. 무인양품과 연관된 이야기는 없었지만, 그들의 삶에 무인양품이 있는 건, 어쩌면 당연할 것 같다는 느낌.


프리렌스 바이어 야마다 유는 매거진B에게 인터뷰를 의뢰받고 둘러보니 '언제 이렇게 많이 샀지?'라고 생각할 정도로 무인양품의 제품이 생활 곳곳에 있었다고 고백했다. 나도 내 생활을 둘러 본다. 인덕션에는 주전자가 놓여 있고, 개수대 옆에는 건조대가, 책상에는 조명과 초음파 가습기가, 옷장에는 투명 수납함이, 의자에는 방석이, 옷걸이에는 패딩이, 청소함에는 폴대와 마대자루가, 침대에는 베개와 이불이 가방에는 카드 케이스가 있다. 모두 무인양품 제품. 내가 기억하지 못한 것들이 분명 더 있을 거다.


저 역시 야마다 유씨 처럼 "마치 숨을 쉬듯 무인양품과 함께 생활하고 있죠."


책 속 밑줄


무인양품이 브랜드의 새로운 물결을 일으켰다고 말할 수 있는 건, 무인양품이 기능 좋은 합리적인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생활의 미의식을 판매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비싸고 좋은 제품도 아주 많지만, 그 사이사이에 무인양품의 제품을 놓는 것. 그것으로도 충분한 브랜드라는 인식. 그게 무인양품의 영향력일까요?


이번 인터뷰를 의뢰받고 집 안을 둘러보니 무인양품 제품이 곳곳에 있더군요. 세다 말고 '언제 이렇게 많이 샀지?' 했어요. 분명 다른 집들도 그럴 거예요. 존재를 크게 의식할 일은 없는데, 마치 숨을 쉬듯 무인양품과 함께 생활하고 있죠.


하지만 무인양품은 단 한 번도 '스타일'을 만들려고 한적이 없어요. 오히려 그것을 배제하고 묵묵하게, 가장 기본적인 생활환경을 제공하려는 자세에서 '이것으로 충분해'라는 개념이 태어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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