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 영화 아가씨 사진집 [아가씨 가까이] 영화 사진집을 모으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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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사진 위주로 포스팅해서 손가락이 간질간질했는데, 간만에 글 위주의 포스팅이네요. 박찬욱 감독의 첫 사진집 [아가씨 가까이] 리뷰입니다.


[아가씨 가까이] 표지


스토리가 좋고 영상이 아름다운 영화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의 경우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감독하고 타키모토 미키야가 촬영한 작업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와 [바닷마을 다이어리] 그리고 토드 헤인즈가 감독하고 에드워드 러취맨이 촬영한 [캐롤]입니다.) 블루레이 화질의 파일이나 DVD를 소장한다고 해서 왠지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와 [캐롤]은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서 영화관에서 두 번 보기도 했습니다.


종종 [유어마인드] 독립서점 웹에서 사진집 신간을 둘러보는데 다키모토 미키야의 아날로그 사진을 기록한 사진집 [寫眞集 「海街diary」]이 있는 겁니다. 하지만 매진. 그래서 예스24에서 외서로 꽤 비싸게 주문했습니다. 해외배송에다가 예스24를 거쳐 와서 2주 정도 걸렸던 것 같네요. 저는 책이 쌓이면 짐이 된다는 생각에 다 읽은 책은 알라딘 중고서점으로 되팔고 있는데, [바닷마을 다이어리] 사진집은 너무 좋아서 도저히 팔 수 없는 처지입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사진집을 그냥 스윽스윽 넘겨보고 나면 잡념이 사라지고 마음이 정리됩니다. 소설이 그렇듯, 이 사진집 또한 다시 펴 볼 때마다 다른 느낌과 생각이 듭니다. 사진집을 다 보는 데는 짧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 정도 걸립니다. 이게 어떤 기분이냐면, 일이 힘들 때(당 떨어졌다고 하죠), 완전 달콤한 음식을 먹고 기분전환을 하는 것처럼, 안구를 정화해서 뇌를 속이는 것 같습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사진집 표지


개봉하자마자 영화관에 달려가서 봤던 [아가씨]는 많은 사람들이 비판하듯 저 또한 마지막 장면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스토리가 아름답고(요즘 [아가씨]의 원작 소설 핑거스미스 읽고 있습니다), 영상이 예뻐서(류성희 미술 감독이 칸영화제에서 벌칸상을 받았다죠?) ‘소장하고 싶다.’, ‘또 보고 싶다.’라는 마음이 간절했는데, 마침 박찬욱 감독이 라이카 사진으로 찍은 [아가씨] 사진집이 나온다길래 얼른 구매예약, 친필 사인집을 오늘 받았습니다.


박찬욱 감독은 지난 [매거진B라이카 편에 실린 인터뷰에서 라이카에 대한 애정을 한껏 드러냈는데(당시 인터뷰가 ‘[아가씨]라는 신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로 시작해서 흥미롭네요), 이번 사진집에 실린 모든 사진 역시 라이카 카메라로 촬영되었다고 합니다.


‘가까이’라는 제목에 대해서도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스콧 슈만의 스트리트 패션 사진집 [사토리얼리스트]를 좋아했는데, 후속책 이름이 [사토리얼리스트 클로저] 입니다. 스콧 슈만은 서문에 클로저, 즉 가까이 다가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책을 알라딘에 팔아버려서 인용을 못하게 되었네요(이런 경우는 참 난감합니다만). 대략 피사체에 더 다가갈수록 사진의 매력이 더해진다는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두 달 전부터 35㎜ 필름카메라를 찍으며, 피사체(특히, 인물)에 더 다가가고 싶다는 마음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사람과 장면 그리고 상황을 보며, ‘아 저거 가까이 가서 너무 찍고 싶다.’라고 생각할 때가 많지만, 용기가 없어서 그러지 못하죠. 그래서 망원 렌즈를 살까 싶기도 합니다. 말이 길었네요. ‘가까이’라는 말에 박찬욱 감독의 피사체에 대한 애착, 관점, 생각 들이 들어갔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에도 여실히 드러나고요.


박찬욱 감독의 사진집 [아가씨 가까이]에서 영화의 뒷 이야기를 보는 것 같아 팬으로서 반갑습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사진집은 조금 신중한 느낌이고 하나하나 완전히 연출된 느낌이 강한데, [아가씨 가까이]는 좀 더 친근하게 느껴지네요. 조금 아쉬운 점은(알라딘 리뷰에도 많이 언급되었 듯) 흑백 사진 출력물이 선명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저로선 별 문제가 안됩니다만. 사진집 뒤에는 사진에 대한 감독의 설명이 덧붙여져 흥미롭고, 감독의 시선으로 류성희 미술감독의 세트장을 엿보는 것도 즐겁습니다.


모쪼록 영화를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합니다.


무릇 풍경이란 좋은 빛을 만나야 비로소 빛이 난다. 그 식물적인 수동성은 적절한 빛만 만났다 하면 야성적이고 동물적인 능동성으로 돌변한다. 배우도 비슷한 존재가 아닐까? 그들은 본래 조용히 웅크리고 엎드려 기다리고 있다.


[아가씨]를 만들면서도 어김없이 여기저기 다녔고 가는 데마다 대개 찍었다. 골라놓고 보니 작품 기획 단계인 2013년 4월의 경기도 파주부터 영화음악 녹음하러 간 2016년 3월 베를린까지의 시공간이 망라되었다. 그 기간 중이라도 예컨대 영화제 참가나 휴가 여행 따위의 사적인 움직임에 동반한 카메라에 담긴 풍경들은 뺐다.


[아가씨 가까이]에 담긴 감독의 글 [風人景物사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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