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 / 누구의 잘못도 아닌 어쩔 수 없는 일

2016. 3. 30.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오랜만에 만난 자녀와 어색함을 느끼고는 '역시 피보다 시간인가?'라고 느낀 감정, 지극히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감정에서 주제를 끌어온 것이라 합니다. 그는 <걷는 듯 천천히>에세이에서 '주위에 있을 법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다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영화 속 시간은 현실의 시간과 함께 1초씩 흐르는 것 같습니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작년 영화관에서 보고 며칠 전 집에서 다시 봤습니다. '주위에 있을 법한 이야기'매력은 영화 속 인물들이 주위 실존 인물들과 닮은 점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인물들이 저의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직장 동료를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영화 속 인물에 몰입하게 되었고 감동이 컸습니다.



영화 배우 정우성이 지난 JTBC 뉴스룸 손석희 앵커와의 인터뷰에서 보편적 사랑을 다룬 멜로 영화가 다른 장르 영화보다 관객에게 감동을 전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던 게 떠오르네요. 멜로는 아니지만, 보편적인 가족 이야기를 다룬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에 나온 배우들의 연기, 그 연기를 담아낸 영상과 음악이 (사진집과 음악을 구매해 필요할 때마다 여운을 즐 정도로)좋아서 영화가 짜임새 있었습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죽음'의 기운이 감돌아 차분합니다. 주인공 아버지의 장례식으로 시작해 할머니의 7주기 장례식 그리고 어릴 적부터 가족처럼 지낸 음식점 아주머니의 장례식으로 끝납니다. 그 중간중간에는 벚꽃과 불꽃놀이의 생명력이 죽음과 강렬한 대비를 이루며 이야기를 이끌어 나갑니다.


네 자매와 주위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전하는 만큼, 영화는 다양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영화 전반을 지배하는 흐름이 있다면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고 진정한 가족이 되는 자매의 성장 과정'이 아닐까요? 가족을 버린 아버지의 의붓동생 아사노 스즈와 함께 살게 된 코우다 사치는, 아버지와 불륜을 저지른 어머니를 대신 미안해하는 스즈에게 "누구도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어. 누구의 탓도 아니야."라고 말합니다. 또, "여기가 네 집이야. 언제까지나."라고 말하죠.



어쩌면 동일본 대지진에서 허망함을 느꼈던 감독의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라는 위로가 영화 전반에 스민 것은 아닐까요? 저는 온실 속 화초처럼 인생의 큰 굴곡 없이 지금까지 성장해서 영화를 통해 느낀 게 여기까지지만, 더 느낄 것이 많은 영화라는 것을 직감합니다. 그래서 언젠가 또 다른 관점에서 영화를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