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그라픽스 요리후지 분페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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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아직 디자이너가 되지 못했다. 인테리어 디자인 잡지사 취재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내디뎠지만 어디까지나 차선책이었을 뿐, 여차하면 디자인 회사에 취직할 생각이었다. 그 뒤 여행사 에디터로 일하게 되며 ‘디자이너’의 꿈과 점점 멀어져 갔다.


요리후지 분페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안그라픽스 가제본


책으로 읽는 디자인 교양


안그라픽스의 디자인 관련 책을 좋아한다. 나 건축가 구마 겐고, 내일의 디자인, 디자인의 단서들, 내일의 건축 등 양질의 책을 꾸준히 출간해 온 안그라픽스. 글 쓰는 일에 몰두하며, 디자인 책보다는 문학 책을 더 가까이하게 되었지만, 여전히 디자인 책을 보면 마음이 두근거린다.


디자인 책에는 디자이너의 ‘오리지널리티’가 쓰였다. 눈에 보이고 몸으로 느끼는 디자인 너머, 그 속에 담긴 디자이너의 의도를 세심하게 이해할 수 있다. 좋은 디자인이라면 그 자체로 의도가 명확하게 드러나기 마련이지만, 디자이너의 맥락과 논리를 이해하다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에는 지적 교감으로 인한 황홀감에 휩싸인다.


안그라픽스의 새 디자인 책,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은 그래픽 디자이너 요리후지 분페이의 인생과 디자인 그리고 디자인론이 담겼다. 이름 없는 학생이 유명 디자이너로 성장하는 성공담과 디자인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성장 과정에서 부닥친 디자인 고민과 그것을 돌파한 세세한 경험들이 유독 빛난다.


요리후지 분페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안그라픽스 가제본


디자인 감식안을 기르는 일


나는 대중의 디자인 감식안이 성숙할수록 사회가 문화적으로 성숙한다고 믿는다. 좋은 디자인의 정답은 없다. 설득력 있는 논리를 갖출수록 좋은 디자인이라고 판단할 뿐이고, 논리가 뚜렷하지 않더라도 마음을 움직이는 강렬한 힘을 갖추고 있다면, 그것으로 매력적인 디자인이다. 그래서 ‘좋은 디자인’의 감식안을 기르는 일은 답이 없는 질문을 안고 고민하는 과정이다.


일상에서 무언가를 보고 ‘디자인’을 논할 때면, 십중팔구 독특한 모양이거나 기존의 상식을 깼을 때다. 예컨대 건축가 자하 하디드나 산업디자이너 필립 스탁과 같이 기존의 것과 확연하게 차이 나는 디자인처럼. 차이가 뚜렷한 디자인은 디자인 감식안을 환기하는 엔터테인먼트적 역할을 한달까, 정작 디자인 감식안을 기르는 일에서 조금 빗겨났다고 생각한다.


디자인 감식안을 기르는 일은 차이가 뚜렷한 것보다, 작은 차이에 마음이 이끌리는 논리를 이해하는 것이 아닐까. 요리후지 분페이가 “정통성 안에서 제대로 차이를 만드는 일에 확신을 얻었다”는 화가 안노 미츠마사의 말을 곱씹으며, “본질적인 의미의 ‘디자이너’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듯이, 사회적 맥락 속에서 조금씩 변화하는 ‘좋은 디자인’을 이해할 때 비로소 디자인 감식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안그라픽스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의 가제본을 미리 읽고 남기는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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