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6. 9.
안그라픽스 이토도요 내일의건축 리뷰
한국 시간으로 6월 7일 저녁, 2014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에서 조민석 커미셔너가 이끈 한국관이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사실 2년 전만 해도 한국 건축계가 이와 같은 쾌거를 이루리라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건축을 공부하며 한국 건축계의 부정적인 면을 너무 많이 봤기 때문이다. 수상은 축하해야 할 일이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건축계가 더욱 노력해 성숙한 모습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2년 전에 열린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 황금사자상 수상자는 이토도요가 이끈 일본관이었다. 그리고 이토도요는 다소 늦은 감이 있다는 분위기 속에서 다음 해 프리츠커상을 받는다. 프리츠커상은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권위 있는 상으로 이토도요는 일본인으로서 다섯 번째 수상자였다. (2012년엔 중국건축가로서 처음으로 왕슈가 수상했고 2014년 올해는 일본건축가 시게루 반에게 수상의 영애가 돌아갔다. 한국인은 없다.)
2012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황금사자상 수상, 2013년 프리츠커상 수상. 건축가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상은 다 받았다고 할 수 있는 이토도요, 이토도요의 국내 첫 번역서 <내일의 건축>을 통해 그의 삶과 건축철학을 들여다 봤다.
동일본 대지진
2011년 발발한 동일본 대지진은 이토도요의 건축세계를 확장하는 중요한 계기였다. 그는 그 일을 계기로 '건축이란 무엇인가?', '건축가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와 같은 건축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내일의 건축>은 그 물음에 대한 자기 생각과 건축을 기록한 것이다.
피해 지역 가마이시에 건축한 그의 작품인 센다이미디어테크는 비교적 피해규모가 작았다. 천정의 텍스가 떨어져 나간 것이 전부이니 피해가 없었다고 해도 무방했다. 그는 센다이미디어테크를 거점으로 피해 지역을 돌아보며 건축의 본질에 대해 사색할 수 있었고 건축가로서 한층 성숙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센다이미디어테크 © Nacasa & Partners
모두의 집 프로젝트
그는 피해 지역을 복구하기 위해 두발벗고 나섰다. 단순한 도시시스템 복구차원을 넘어 지역의 활기를 불러일으키고 생명력을 일깨우기 위한 프로젝트를 수립했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리라는 보장이 없는 상태에서 주민들을 직접 만나고 관공서에 제안하는 그의 방식은 건축가로서 사회적 책임감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프로젝트는 '모두의 집'이라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실현됐다.
가설주택에서 생활하던 피해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그 해결방안을 함께 고민한 후 관공서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자원봉사자와 후원사의 도움으로 진행된 '모두의 집'은 그야말로 '모두'가 이루어낸 건축이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갖고 베니스 비엔날레 건축전에 전시했고 많은 이의 공감을 얻어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2012 베니스비엔날레 <모두의 집> 프로젝트 ⓒimages.google.com
모두의 집 프로젝트는 얼핏 보면 건축가의 고민이 집대성된 작품이라 하기엔 너무 소박하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그의 생각을 쫓아가다 보면 화려한 건축이 담을 수 없는 성숙함이 이 작품에서 느껴진다. 폐허 속에서 피해 주민과 눈을 마주하며 의견을 듣고 함께 고민하고 사회의 공감을 이끌어내 결국 희망을 보여준 '모두의 집'은 하드웨어적인 건축이 아닌 소프트웨어가 성숙한 건축의 시작이다.
성숙한 건축가가 보여주는 건축은 뜻밖에 소박한 경우가 많다. 근대건축의 거장인 르꼬르뷔제가 직접 건축하고 죽음을 맞이한 집은 호숫가의 평범한 오두막이었다. 미국의 건축거장 필립존슨 또한 자신이 죽을 때까지 살았던 집인 '글라스하우스'는 철근과 유리로 만든 직사각형의 소박한 집이다. 건축의 본질에 다가갈수록 화려함보다는 소박함이, 그리고 그 소박함 속에 생활의 철학을 담게되는건 아닐까?
타마예술대 도서관 ⓒ Iwan Baan
이토도요, '공동'의 건축철학
마지막 책장을 덮고 그의 건축관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공동(共同)'이 떠올랐다. 공동은 둘 이상의 사람이나 단체가 함께하거나 관계를 맺는다는 의미로 책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개인이 개인을 초월한 경지', '개인을 초월한 공동의 결과물'을 언급하며 건축가로서 아이덴티티를 내세우려는 공격성을 초월해 사회와 관계맺으며 상호작용하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건축사조, 건축언어, 건축기술을 연마한다. 건축은 본질적으로 자연과 떨어져 안전한 영역을 확보하기 위함이지만 이토도요는 역설적이게 건축을 통해 개인에서 사회로 회귀하는 것에 관심을 갖고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간의 건강한 사회성 회복을 건축을 통해 이루고자하는 그의 철학을 이해하고 나니 그의 건축 디테일이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2012년 베니스비엔날레 황금사자상 수상 직후 쓰여진 <내일의 건축>은 저자 이토도요의 건축인생과 철학, 건축교육에 대한 자신의 견해, 내일의 건축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담고있다. 책의 후반부에는 2014년 2월에 진행한 감수자 임태희 교수와의 인터뷰를 실어 프리츠커상 수상 이후 그의 근황과 생각을 생생하게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