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4. 16.
내일(4월 17일)부터 열리는 커먼센터 「혼자 사는 법」 전시 리셉션에 다녀왔습니다. 전시라고 부르는게 맞는지, 어쩌면 페어라고 부르는게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커먼센터는 갤러리라는 이름에서 자유로워 지고자 '센터'라는 명칭을 달았기 때문입니다. 공공의 재원으로 미술 작품을 전시하기도 하고 경우에따라 판매도 하기 때문에 미술관이기도 갤러리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이번 전시 막바지에는 '큐브 페어'라는 이름으로 작품 판매가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1
거대자본과 장기간 경기침체, 기득권의 폐쇄적인 시스템으로 한국의 젊은 작가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예술계 뿐만 아니라 문화, 경제 등 사회전반으로 이런 분위기는 만연합니다. 그런 중에 젊은 세대의 고군분투는 더욱 눈에띕니다. 영등포 커먼센터, 효자동 시청각, 상봉동 교역소, 황학동 케이크 갤러리, 창신동 지금여기, 세운상가 개방회로, 을지로 대림상가 800/40, 한남동 구탁소 등 서울 구석구석엔 형식 실험이 일어나는 공간이 생겼습니다. 어느 청년예술가는 이를 두고 촛불의 심지가 스러질 때 치솟는 마지막 불길처럼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2 커먼센터와 같은 문화 실험 공간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입니다.
전시장 이라고 믿기 힘든 외관
간판대신 떼다 만 스티커
총 3층에 걸쳐 16개 방마다 1팀이 작품을 전시
옥상 영등포 뷰
옥상 영등포 뷰2
커먼센터 혼자사는법 리뷰
다시 주제를 커먼센터의 「혼자 사는 법」 으로 돌려봅니다. 커먼센터는 미술가가 운영하는 공간(Artist-run Space)로서 동시대에 어울리는 미술이란 무엇인지, 각종 기금과 레지던시프로그램이 아닌 작가 스스로 문화계에 어떻게 뿌리 내릴 수 있는지 자문합니다. 이에 자답하기 위해 기존 미술계에서 아우르지 못하는 빈틈을 찾아내고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파편적 시각 문화 현상을 직접 설계하고 관찰하고 있습니다. 3 「혼자 사는 법」 은 그 최전방에 있는 전시입니다. 이 전시로 1인가구가 점점 주된 가구형태로 확대되어가는 가운데 1인가구로 인한 생활의 변화를 쉐어하우스나 협력적주거와 같이 '사회적인 관점'이 아닌 개인적이고 실질적인 관점으로 접근하고, 함께 고민할 것을 제안합니다.
3가지 유형으로 나눠본 동시대 작가
전시에는 총 16 팀이 참여해 혼자 사는 법을 제안했습니다. 전시를 둘러보고 작가를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바로 순수 작가형, 디자이너형, 비즈니스맨형입니다. 순수작가형은 작가적 관점으로 1인가구를 대합니다. 1인가구가 느끼는 현실을 작품으로 드러내는 거죠. 이를 대표적으로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은 김재경의 '감옥의자'였습니다. 현재의 젊은 세대가 1인 가구라는 틀 속에서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풍경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4
디자이너형은 현실을 작품에 녹아내기보다 좀 더 냉철한 관점으로 문제를 분석하고 솔루션을 내놓습니다. 이를 대표한다고 생각하는 작품은 옵티컬레이스(OR)의 '홍대러가 되자'였습니다. 이는 서울 각 지역의 원룸 아파트의 시세를 정리하고 아시아 대표 유흥가인 홍대입구까지의 거리를 산출하여 만다라처럼 그린 인포그래픽입니다. 지난 「 5즐거운 나의 집」 전시에서 옵티컬레이스가 보여줬던 인포그래픽처럼 첫 눈에는 강렬한 그래픽에 압도당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며 알아가는 과정을 통한 학습이 즐거운 작품이었습니다. 혼자 사는 법을 제안하자는 전시 주제에도 가장 잘 맞았던 것같습니다. 내 경제력 아래 홍대 상권에서 소비하며 살기위해서는 어디서 혼자 살 수 있는지를 알려줬으니까요.
마지막 유형인 비즈니스맨형의 대표 작품은 길종상가의 '커먼센터 엔 커몬비앤비 앤 길종상가'라 할 수 있습니다. 길종상가는 이번 전시회에서도 전시장을깨알같이 수익을 거둡니다. 전시장을 1명 정도가 적당히 즐길 수 있는 방으로 꾸미고 에어비앤비에 등록해 하루 2만원으로 2차임대한 형태입니다. 이곳에서 생활하게 될 숙박자의 태도가 더 궁금해 집니다. 아무튼 이런 비즈니스적 태도는 작가로서의 길종상가를 더욱 독특하게 한다는게 아이러니입니다. 작년 플라토미술관에서 열린 「스펙트럼-스펙트럼」 전시에서도 전시가 끝나면 작품을 판매한다고 했었죠. 그때 팔리지 않았던지 그 작품이 이번 전시장에도 등장했습니다. 이번 페어에서 팔릴지 궁금해 지네요. 길종상가 바로 맡은 편에서 '옷 정리'라는 작품명으로 옷을 팔고 현장에서 리폼해주는 연 양민영 작가도 이런 비즈니스형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꼭 3가지 유형으로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조금씩 그 성향을 공유하고 있다고 보면 더 다면적으로 작가와 작품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금을 뽑고 잔돈을 바꿔, 전시를 보러 가자
커먼센터에서 열리는「혼자 사는 법」 전시는 5월 25일까지 열립니다. 전시 작품을 판매하는 큐브페어는 전시 마지막 5일인 5월 21일부터 25일까지 열리고 그 기간동안 다양한 강연과 워크샵이 열린다고 합니다. 시간내서 둘러보고 동시대 한국 사회의 미래, 더 깊이 예술의 미래 그리고 더 멀리 1인가구로 살아갈 우리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기 바랍니다. 입장료는 3천원입니다. 잊지 마시고 현금 뽑아서 가시길.
PS. 개인적 소견입니다만 「코리빙시나리오」나 「서울리빙디자인페어」보다 재밌으면서도 실제로 제 삶에 도움이 된 느낌입니다. 느낀 점이 많은 것은 물론이구요.
감옥의자 / 김재경
홍대러가 되자 / 옵티컬레이스(OR)
커먼센터 엔 커몬비앤비 앤 길종상가 / 길종상가
커먼센터 엔 커몬비앤비 앤 길종상가 / 길종상가
옷정리 / 양민영
팜플렛과 포스터
- 커먼센터 홈페이지 > ABOUT http://commoncenter.kr/cc/about/ [본문으로]
- 나일론, 어느 청년 예술가의 고백, 오도함 http://navercast.naver.com/magazine_contents.nhn?rid=1096&contents_id=84865 [본문으로]
- 커먼센터 홈페이지 > ABOUT http://commoncenter.kr/cc/about/ [본문으로]
- 커먼센터 혼자 사는 법 팜플렛 kr [2/2] 16 생활과 비생활 / 김재경 [본문으로]
- 커먼센터 혼자 사는 법 팜플렛 kr [1/2] 홍대러가 되자 / OR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