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 가나코 장편소설 아이 / 자기 존재 가치를 부정하는 소녀의 성장기

광고

인터넷 뉴스, 특히 댓글을 되도록 보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곳엔 내가 감당하기에 너무 많은 사람이 있다. 그곳엔 너무 많은 의견이 있다. 나와 의견이 같고 다름은 중요하지 않다. 압도적으로 너무 많은 사람이 그곳에 존재하는 것이 두렵다. 그 의견을 하나하나 읽다 보면 때론, 누군가의 이기적인 마음에 놀라고, 때론 누군가의 지나치게 이타적인 마음에 반감이 들어 어느 시점엔 내 머리가 이상해지는 것만 같다.


뉴스에 실린 사회와 인물을, 지나치게 가볍고도 확고하게 스스로의 잣대로 평가하는 네티즌들의 의견이 몹시 불편하다. 엄청나게 많은 의견과 의견에 달린 의견을 읽다 보면 의미는 제쳐두고 그 압도적인 숫자 자체를 혐오하게 된다. 그러다가 인터넷 뉴스 창을 닫으면 혐오의 화살은 작은 단어 하나도 불편해하는 스스로에게 돌아온다.


그럴 때면 정말 내가 존재하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한다. 내 의견을 갖고 싶지 않아진다. 나의 평화롭고도 무료한 일상과 상관이 없는 사회에 눈과 귀를 닫고 내가 사랑하는 예술과 문학과 취미만을 오롯이 생각하고 싶어진다. 그렇게 스스로 고립되어 간다고 느낀다. 나는 도대체 어디에 존재하는 걸까. 타인의 말들을 이렇게나 혐오하고 그런 자신을 또다시 혐오하는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나 있는 존재일까, 생각하고 우울해진다.


니시 가나코 장편소설 아이


“아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이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 시리아에서 태어나 미국인과 일본인 부부 사이에 입양된 소녀. 소녀는 학창시절 수학 시간에 제곱해서 음수가 되는 ‘아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스스로의 존재를 부정한다. 그전부터 스스로의 존재에 혼란을 느꼈지만, 그 말을 들은 순간을 계기로 부쩍 자기 존재를 부정하고 스스로를 사회에서 고립한다.


유복한 가정에 사진 한 장으로 선택받아 입양된 자신이 줄곧 불행을 모면해왔다고 여기며 대상이 없는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소녀, 아이. 그런 아이는 세상에 일어나는 대규모 참사 사건의 사망자 수를 노트에 기록하기 시작한다. 노트에 숫자가 늘어날수록 스스로 더 괴로워한다. 나는 또 불행을 모면했다, 라고 자책한다.


그러던 어느 날 부모님이 해외에 간 사이, 아이는 도쿄에서 홀로 동일본 대지진을 겪는다. 지진을 감지한 순간, 본능적으로 무섭다고 느끼고 살고 싶다고 느낀다. 그동안 세계의 참사를 목도하며, 자신이 모면했다고 자책하던 아이. 자신이 아닌 누군가가 대신 불행해졌다고 자책하던 아이. 그런 자신이, 눈앞에 불행이 닥쳤음에도 두려움을 느끼고 모면하고 싶어 한 자신에게 충격을 받는다. 원전이 폭발하고 위험이 잦아들지 않는 일본을, 아이는 알 수 없는 책임감을 느끼고 떠나지 않고 마주하기 시작한다.


아이는 어떤 책임감으로 세계에 일어나는 사건들을 기록했을까. 자신의 가까이에서 일어난 사건을 어떤 마음으로 직면하고자 했을까. 아이의 그러한 마음과 행동은 남들과는 다른 자신의 출생과 성장 과정에 따른 것일까, 아니면 자신 본연의 것일까. 독자인 나의 이러한 생각은, 답을 찾을 수 있는 물음일까. 혹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물음일까.


니시 가나코 장편소설 아이


“아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존재 가치를 줄곧 부정하던 아이는 사회 운동에 참여하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며, 점차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아간다. 지나치게 민감한 마음과 상상력을 가진 아이. 제곱해서 음수가 되는 상상의 수 아이. 자신이 상상하는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상상하는 것 자체가 존재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뉴스를 통해 본, 자신이 겪지 않은 일을 상상하며 아파하고 분노하는 일은, 직접 그 일을 겪은 당사자에 대한 폭력이거나 교만함이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는 한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일종의 권리라고. 그 권리를 행사하며 사회에 한 걸음 용기 내 다가가야 자신 역시 존재하는 것이라고.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그렇게 느꼈다.


내가 줄곧 피해온 뉴스들. 사람들의 의견들. 어쩌면 뉴스를 피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피해온 것은 아닐까, 뉴스를 보며 떠오르는 나의 상상력을 혐오한 것은 아닐까, 사회 구성원인 한 개인이 되기 위한 노력을 피해온 것은 아닐까, 반성한다. 순수한 마음을 갖고 사회를 적극적으로 들여다보다 보며, 나만의 가치관과 뚜렷한 자존감을 갖고 싶다.


나의 자존감이 타인에게 폭력일지 모른다는 자격지심을 버리고, 타인의 자존감을 혐오하는 뒤틀린 심상도 버리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존재하는 개인이 되고 싶다. 니시 가나코의 상상 속에 버젓이 존재하는 아이 처럼.

미니 갤러리

독서/소설 다른 글

이전 글

다음 글

“보심 블로그.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담는 블로그입니다. 열린 마음으로 운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