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3. 11.
통일은 점점 멀어져 가는 것 같습니다. 남북간의 정치적이거나 군사적인 마찰 때문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속에서 점점 통일의 감각이 무뎌져 가는 것이 더 무섭습니다. 지난 70년간 3세대를 거치며 통일은 아버지로부터, 할아버지로부터 구전되는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우리에게 통일을 바라보는 구체적인 프레임이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이것이 작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한국관 전시가 개인의 영광이나 문화적 업적보다 한민족의 통일을 향한 단초가 되어주길 바라는 이유입니다.
김일성 주석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이루어지지 못한 베니스 비엔날레 남북 합동 전시는 지난 해에도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민석 건축가의 플랜B는 통했습니다. 전시는 기획된 것이지만 조민석 건축가의 강연을 떠올려보면 아카이빙에 더 가까운 전시입니다. 수많은 자료에서 선별했다기보다, 전시 기획에 맞춰 작품을 발굴해 나가는 고고학적인 과정이었습니다. 이를 뒤집어 생각해보면 그동안 정치 경제적으로만 통일을 논했지, 문화적인 노력은 부족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제14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귀국전 '한반도오감도'
전시장소 : 아르코미술관 (종로구 동숭길 3)
전시기간 : 2015년 3월 12일 ~ 5월 10일 (월요일 휴관)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반도 오감도’ 귀국전이 는 5월 10일까지 아르코 미술관에서 열립니다. 전시를 통해 다소 지겹고 뻔한 프레임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통일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나 할아버지의 이야기라 감 잡을 수 없고, 무디기만 하던 통일 이슈가 이제는 나의 문제로 다가옵니다. 이번 수상이 단발적인 이벤트로 끝날 것이 아니라 정치·경제·문화적으로 지속확장될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어 갔으면 합니다. 건축과 문화적으로는 가장 가깝게 DMZ라는 땅에서 변화를 이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봄은 오는데 한반도를 생각하면 아직 춥기만 합니다. 다 같이 전시장으로 모여 따듯한 온기라도 나누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공동경비구역에서 바라본 남한과 북한을 찍기위해 이탈리아 사진작가는 수천 km를 이동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