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7. 25.
두 달전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한국관. 공간 기자님의 발빠른 페이스북 공유 글을 보고 기쁜 마음에 나도 블로그에 소식을 빠르게 올린 기억이 난다. 어제 한국관을 이끈 조민석 커미셔너의 강연소식을 지인 소개로 듣고 '가고싶은데 회사마치고 가면 늦지 않을까, 감기기운도 있고 ㅠㅠ' 싶었다.
그런데 하늘이 도운걸까, 1차 잡지 교정이 일찍 끝나서 평소보다 일찍 퇴근! 7시 30분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진행되는 조민석의 강연을 들으로 혜화로 향했다. 시간도 많아서 야근중인 고딩친구를 불러내 밥도먹고 이리저리 아다리 잘 맞는 하루!
오늘 조민석 강연을 듣고 나의 기분부터 말하고 싶다. 상경한 이후로 3 주만에 처음 '서울 이구나!' 싶었다. 미디어로만 접하던 문화계 스타의 강연을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접할 수 있다는 것과 매일 있는 연남동 동네구석을 벗어나(나쁜 뜻은 아니다) 여행하는 마음으로 대학로도 가고 말이다. 평소 동경하던 건축가 조민석의 에너지를 듬뿍 받고 감기기운도 씻은 듯 나았다. 이렇게 두근거리는 마음을 이어 리뷰를 적는다.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조민석 강연 리뷰
아르코 예술인문콘서트 '오늘' 의 2014년 일곱번 째 강연, 조민석 건축가의 강연 리뷰. 커미셔너 선정 후 4번 째 강연이라고 한다. 대부분 같은 내용을 계속 말했다고 하는데 오늘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다만 모든게 해피앤딩으로 끝나고의 강연인 만큼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의 '완결판'강의라고 정의했다. 이 '완결판' 강의를 위해 아이폰의 사진까지 끌어 모았다고 ㅎㅎ 총 600장의 사진을 담았는데 60분짜리 강연이니 10초에 한장을 보는 꼴이라며 긴장감을 조성했다.
강연은 말 그대로 '완결판'이었다. 커미셔너로 지명된 후 참여하게된 개인적 계기, 포부, 제안서 부터 진행과정에서의 계획들과 시행착오들, PLAN B를 진행하는 과정과 만난 사람들의 에피소드, 전시 설치과정, 오프닝파티, 심사과정과 수상장면, 그리고 자신의 서재에 전시된 '황금사자상'까지. 짧은 호흡으로, 비엔날레 전 과정을 주마등처럼 짚었다. 커미셔너 조민석의 관점으로 말이다.
참여 계기
처음 커미셔너로 지목되고 할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인연깊은 '렘 콜하스' 선생(선생으로 표현했다.)이 총감독을 맡고 무엇보다 주제가 '건축가가 아닌 건축'에, '콘템포러리가 아닌 히스토리'에 초점을 맞춘 것에 흥미를 가졌다고 한다. 이에 박용구 선생(조민석이 스승으로 모시는 듯, 2014년이 꼭 100세를 맡으신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의 글에서 영감을 받아 '한반도 르넷상스의 마스터 플랜'이란 가제로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을 제안했다. 이는 최초의 남북 공동 계획 제안이었고 정치를 넘어 건축을 통해 대안적으로 평화를 제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스포츠와 음악 등 다른 문화분야는 그렇게 한 경험이 있는데 건축이라고 못할 것 없다는 포부를 갖고서.
주제를 대하는 태도
커미셔너가 된 그는 "비위 맞추기는 낮간지러운 짓(서구나, 총 감독인 렘콜하스나, 비평가들에게)"이라 말하며 그것을 뛰어넘고자 했다. 이 말을 하며 렘콜하스의 성향에 대해 "서구 중심의 건축에 비판적이고 외부세계에 호기심이 많은 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니 구색맞추기가 아닌 우리 스스로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는 것-'전시를 넘어선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는 창발성'이 그의 전략이었다. 어찌보면 렘 콜하스에 비위를 맞췄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아무튼 두 건축가의 사상과 태도가 궁합이 잘 맞아 보인다.
커미셔너로서 전략적인 태도
그는 커미서녀로서 전시의 총 지휘를 책임지고 맡는다는 강한 리더쉽으로 임했다. 그리고 플랜A, 플랜B, 플랜C까지 제시하며 대안을 갖는 전략적인 모습을 보였다. 플랜A는 북한과 공동으로 전시를 준비하는 것이었고 플랜B는 간접적으로 북한을 끌어들이는 (북한의 자료를 갖고있거나 북한 유입이 자유로운 외국인의 도움 등)것이었다. 결국 플랜A가 좌절됐지만 강연을 통해 느껴지는 모습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노력했다는 인상이다. 북한과의 접촉을 위한 많은 노력들, 가령 통일부나 평양 명예시민권을 가진 분과 접촉하고, 북한을 오가며 건축 예술활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도움을 얻기위해 발로 뛴 수 많은 에피소들이 이를 증명했다.
이것이 더 아쉬운건 한국관이 마지막 국가관으로 베니스에 지어진 계기까지 거슬로 올라가야 하는데, 당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던 백남준 선생의 제안으로 남한과 북한이 공동으로 참여한다는 조건하에 한국관이 지어졌기 때문. 하지만 김일성 주석이 죽는 등 너무 많은 남북관계의 변화로 한번도 그 조건은 성사되지 못했다. 이번에 공동으로 주최했다면 그 의미가 더 깊었을 것.
PLAN B
그 후 플랜 B를 적극 진행했다. 한반도의 근대 역사를 잘 이해하는 지식인을 끌어모으고 관련된 예술인을 찾아다녔다. 플랜 A를 위해 접촉했던 사람들이 많은 도움이 됐다니 플랜 A를 위해 흘렸던 땀이 헛수고는 아니었다. 내가 잘 모르는 예술인이 많아서 다는 기억이 안나지만 고 김수근 선생의 부인과 딸, 북한에서 자유롭게 고려투어를 10년간 운영한 외국인 dguttenfelder?, 등을 만나러 전 세계 각지를 돌아니고 관련된 전시를 둘러보는 그의 에피소드가 담긴 한장 한장의 슬라이드에서 그 열정이 느껴졌다.
큐리이팅의 후기
그는 큐레이팅 과정을 두고 "탐험가적인, 저지르는 실행력과 고고학적인 상상력이 필요로 했다"고 말하며 정리했다. 나는 그보다도 그의 네트워킹-능력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그 많은 사람을 모으고 커미셔너로서 잘 조직했으니 말이다. 보통 리더쉽과 영향력으로 할 수 없는 엄청난 일이다.
또한 '빅 네임'이나 '콜럼버스 신드롬'같은 정치적 준비보다 한국 모더니티의 맥락을 극화하지 않고 담담히 읽어나갈 수 있는 사람들을 모셨다. 그래서 전시도 담백하게 주제가 잘 전해졌다. '모더니티의 흡수'라는 주제아래 한국의 분단상황이라는 슬픈무기를 앞세워 주제를 관통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끝까지 플랜 A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에 아쉬운 듯보였다. "조감도 같은 서사가 아닌 얼기설기 엮인 서사"라고 말했다. "얼기설기 강연이 끝났다"며 강연을 마치기도 했다.
조민석에 대한 전체적인 느낌
위트있는 젊은 건축가. 언변이 뛰어났다. 조크를 일상화 하며 가벼운 태도를 유지하는 '심각'하거나 '고리타분'하지 않았다. 사람을 설득하는 전략적인 태도도, 미디어를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스타적인 모습도 좋았다. "황금사자상을 당연히 받을 줄 알았다"고 알려진 것에 어쩔줄 몰라며 심사위원 반응이 너무 좋고 수상발표전부터 칭찬을 너무 많이 들어서 어느정도 예감했다고 이야기 한게 와전됐다는 것을 설명하는 모습에서 겸손한듯 대인배적 기질도 느껴졌다.
리뷰를 마치며
질의 응답시간이 짧아 "한국의 모더니티를 주제로한 비엔날레 전시를 준비하며 건축가 조민석 개인적인 심적변화가 있었다면 무엇인가?"란 내 질문을 하지 못했다. 그만큼 나는 근현대를 주제로한 비엔날레 황금사자상도 기쁘지만 미래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조민석이라는 건축가가 한국의 건축문화에 어떤 행보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가 궁금하다. 다음에 질문할 기회가 생기거나 아니면 그가 건축가이니 만큼 한 작품씩 해나가는 작품을 한 발 뒤에서 보며 읽어나가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아래사진은 한국관 홈페이지에서 퍼온 아이덴티티이미지들. 이것만 봐도 얼마나 컨셉을 군더더기 없이 잘 표현했는지 느껴지지 않는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