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 7.
ⓒGansam Architects & Partners
영화 국제시장 이야기로 연일 시끄럽네요.
전쟁과 분단 이후 고도로 경제성장을 이룬 우리 어른들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게 정치로 보면 보수 진보가 엇갈리고 세대로 보면 기성세대와 신세대가 엇갈리기 때문일 겁니다. 지난 주 영화를 봤는데 한국 근현대사를 영화로 보는 듯 했습니다. 반전이나 스릴과 같은 영화 특유의 맛이 있기 보다는 우리의 과거가 어땠는지 다시한번 돌아보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보수와 진보로, 기성시대와 신세대로 나뉘어 감정소비가 무슨 소용인가 싶습니다. 정작 중요한 오늘과 내일에 대한 발전적인 이야기로 풀어나가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한 마음이 들 뿐입니다.
영화로 치면 국제시장쯤 되는 건축 책인 ‘집’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간삼건축 상임고문인 부부건축가 지순, 원정수 선생님이 쓰신 책입니다. 1935년, 34년 생이신 두 분은 함께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셨고 한국 땅 위에 건축하며 일생을 보내셨습니다. 196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주택작품을 담아냈으니 한국 집(주택)변천사를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작품보다 더 마음에 와 닿는 내용은 격변기를 보낸 대한민국의 근현대 사회 집에 대한 생생한 설명과 증언 그리고 한국건축에 대한 깊은 애정이었습니다. 지난 몇 년간 한국 건축에 대한 자성과 비판이 공격적으로 쏟아졌는데 원로 건축가가 담담한 어조로 풀어낸 이 책 앞에서는 숙연하게 느껴집니다. 영화 국제시장이 이래저래 곤욕을 치루고 있지만, 한국 근현대 주택 건축을 담은 책 ‘집’은 한국 땅에 건축하는 사람들의 가슴에 희망의 씨앗을 심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는 금요일에 지순, 원정수 건축가를 인터뷰합니다. 제가 직접 인터뷰하는 것은 아니고 저희 잡지 사장님께서 하시고 제가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어께너머로 한국 건축과 주택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들어보려 합니다. 책을 너무 감명 깊게 읽어서 그런지 인터뷰 생각에 벌써부터 설렙니다. 블로그를 통해서도 그 내용을 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