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시 가나코 <밥 이야기> / 니시 가나코 활자 정식 코스 요리!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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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 가나코의 신작 수필집 <밥 이야기>

읽는 내내 활짝 웃었다.

긍정적인 에너지가 가득한 수필집이다.


니시 가나코는 개인적으로 소설의 재미를 알게 해준 고마운 작가다. 이전에는 잡지, 수필집, 자기계발서 위주로 읽었는데 니시 가나코의 <사라바>를 읽은 후 장편 소설이 삶에 스며드는 묘한 행복감을 알게 되었다. 그 뒤로 꾸준하게 소설을 손에서 놓지 않고 살고 있고, 그런 삶이 꼬박 2년이 다 되었다.


니시 가나코 <밥 이야기>


니시 가나코의 유쾌한 수필을 읽고 있으면 그 힘이 지면을 넘어, 읽는 순간을 넘어, 내 주변 환경과 가까운 미래의 시간까지 확장되는 기분이 든다. 마치 칙칙한 일상의 밝기를 120% 높인 느낌이다. 글에서 느껴지는 밝은 에너지는 내가 갖지 못한 부분이라 그녀의 글에서 많이 배운다. 밥 이야기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음식에 관한 저자의 생각 대부분과 짧은 단편 그리고 대담과 레시피를 곁들인 책이다. 요리 메뉴에 비유하면 니시 가나코 활자 정식 코스 쯤 되려나.


밥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밥에 얽힌 저자의 이야기다. 자신의 이야기를 완전히 긴장을 풀고 편안한 친구와 사우나에서 대화를 나누듯 술술 내뱉는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사우나를 함께 다녀오면 더더욱 돈독해지는 법. 그녀의 꾸밈 없는 글을 읽고 나면 좋은 작가를 더 가까이 알게 된 그런 느낌이 든다. 마음에 남은 에세이는, 핀란드 요리 이야기 ‘멋이 뭐예요?’ 와 이집트에 살던 어린 시절의 밥 이야기를 담은 ‘제이나브의 홍차’. 활기찬 기운 속에서 유난히 따뜻하게 빛나는 글이다.


ごはんぐるり 표지 (출처: 아마존 재팬)


일본어 원제로 ごはんぐるり 고한구루리.

ごはん 고한은 식사의 공손한 표현인 밥,

ぐるり 구루리는 명사로 둘레, 주위라는 뜻이고,

부사로는 둘레를 돌아보는 모양으로 빙- 또는 휙-과 같은 느낌 이라고.


고한구루리는 “진지 둘레” 이런 진중한 느낌일까,

“식샤 빙글!” 이런 가볍고 통통 튀는 느낌일까.

아, 영어를 제쳐 두고 일본어 배워 일본 작가의 글을 구석구석 다 느끼고 싶다!


일본판 표지는 니시 가나코 씨가 밥을 먹는 측면을 대담하게 내세웠다.

일본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재치있는 입담으로 활약하는 유명 작가답다.


‘냄비가 보글보글 끓을 때까지’

‘맛술로 진하게 윤기를 내면’

‘감자에 대나무 꼬챙이가 쑥 들어갈 정도가 되면'

하나같이 행복한 예감으로 가득한 멋진 시 같다. 그건 역시 식食이 우리의 삶과 그대로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진과 마찬가지로 목적이 확실한 것이다.

맛있는 것을, 먹고, 만든다. 그래서 그 말 하나하나가 아름답고 귀하다. 앞에 ‘활자밥’에서도 썼지만, 역시 문자로 나타내는 요리는 특별한 마법을 가진 것 같다.


나처럼 책과 활자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저자가 말한 대로 활자로 읽는 음식 맛은 먹는 요리보다 3할은 더 맛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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