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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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통해 게스트룸을 찾은 손님은 이번이 처음이다. 감사한 마음을 어떻게든 전하고 싶어서 소설 <걸어도 걸어도>를 선물했다. 다행히 손님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팬이라며 선물을 기쁘게 받았다. 게스트룸에 진열한 <바닷마을 다이어리> 사진집도 진심으로 좋아해 주었다. 취향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는 건 추억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중한 일이다.


지난 연말을 고레에다 히로카즈에 빠져 지냈다. 소설 <태풍이 지나가고>와 <걸어도 걸어도> 그리고 신작 영화 <세 번째 살인>을 완전히 푹 빠져 보았다. 특히, 지난 20년의 작품 활동을 자서전 형식으로 돌아본 수필집인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을 읽으며, 그의 생각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책을 읽는 동안 감명 깊게 보았던 그의 많은 작품이 마음속에 되살아나 새로운 의미로 차곡차곡 정리된 듯한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사진: 바다출판사


그를 작가와 감독으로 경계를 나누는 것이 애매하다. 모든 작품에 ‘작가로서의 태도’와 ‘감독으로서의 태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속 그의 고민을 읽으며, 작가로서의 그와 감독으로서의 그를 생각하게 되었다. 국내에 소설로 출간된 <걸어도 걸어도>나, <태풍이 지나가고>와 같은 영화가 그가 작가의 관점으로 지난 자신의 삶을 되새기며 영화에 투영한 ‘오리지널 작품’이라면,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나 <바닷마을 다이어리>와 같은 영화는 감독의 역량에 집중한 작품인 듯하다.


작가의 시선으로 내놓은 영화는 내향적인 작품으로, 그가 삶에서 느끼고 성찰한 바가 진솔하게 마음에 와닿아서 유난히 여운이 짙게 남는다. 반면, 감독의 시선으로 그린 영화는 외향적인 작품으로, 입체적인 인물들이 이야기를 극적으로 이끌고 나가 관람객의 마음에 뚜렷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힘이 있다. 책을 읽는 동안 지난 작품들을 생각하며 그렇게 느꼈다.


<태풍이 지나가고>를 찍고 그는 “가족영화를 당분간 만들지 않겠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한 것 같다” 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러한 언급이 있었던 탓인지, 국내에 소개된 여러 매체에 신작인 법정 스릴러 <세 번째 살인>을 두고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새로운 행보’란 평가가 많다. 하지만 그는 그동안 TV 다큐멘터리와 영화를 통해 ‘감독의 관점’으로 꾸준히 사회 전반에 걸친 관심과 애정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는 작가의 시선과 감독의 시선을 서로를 비추는 거울삼아 자문하며 영화를 내놓는 건 아닐까. 마치 숨을 들이 쉬고 내 쉬며 생명을 이어가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제 이미지로는 과거, 현재, 미래를 세로축에 놓으면 죽은 자는 세로축에 존재하며 시간을 뛰어넘어 우리를 비평하는 존재, 아이는 같은 시간축에 있지만 수평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우리를 비평하는 존재라는 느낌입니다.

저의 영화에 죽은 자와 아이가 중요한 모티프로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이 두 존재로부터 사회를 바깥에서 비평하는 시선을 느끼기 때문이겠지요.


지금의 저는 제 생활이 무엇을 토대로 이루어져 있는지 제대로 그리고 싶습니다. 시대나 사람의 변화를 뒤쫓는 게 아니라 우리의 사소한 생활에서부터 이야기를 엮어 나나고 싶습니다.

그러므로 제 발밑의 사회와 연결된 어두운 부분을 주시하면서 한편으로는 새로운 만남을 소중히 여기고, 외부와 마주하고, 그 좋은 점을 영화 속에서 표현하는 것에 앞으로도 도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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