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시클 트로피(Bicycle Trophy) / 인테리어 소품, 디자이너 강동현

2015. 3. 1.

제가 어떻게 황소머리(Bull's Head)를 만들었을지 상상해 보세요. 어느날 잡동사니 속에서 오래된 자전거 시트와 녹슨 핸들바를 발견했고, 그것을 본 순간 곧장 머리속에서 재조합됐습니다. '황소머리'를 머리속으로 생각하기도 전에 말이에요… [하지만] 만약 당신이 황소머리만 보고 자전거 시트와 핸들바를 보지 못한다면 이 작품의 요점을 놓치고 말꺼에요.(1943, 피카소 / 위키피디아)


Guess how I made the bull's head? One day, in a pile of objects all jumbled up together, I found an old bicycle seat right next to a rusty set of handlebars. In a flash, they joined together in my head. The idea of the Bull's Head came to me before I had a chance to think. All I did was weld them together... [but] if you were only to see the bull's head and not the bicycle seat and handlebars that form it, the sculpture would lose some of its impact." (1943, Picasso / via Wikipedia)



Bull's Head by Picasso(left) ⓒFelix Clay and Fountain by Marcel Duchamp(right) ⓒAlfred Stieglitz



마르쉘 뒤샹의 샘(Fountain, 1917)은 개념미술의 시작을 알린 작품으로 유명합니다. 작가가 스스로 창작한 미술품이 아닌 기존의 기성품(Ready-Made)을 활용한 작품이죠. 일상품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창작뿐만 아니라 편집자의 개념또한 예술의 중요한 범주에 포함된다는 예술의 새로운 장을 연 것이죠. 소변기에 작가의 이름만 적었을 뿐인 이 작품이 역사에 남아 계속해서 회자되는 이유입니다. 이런 작품을 두고 '파운드 오브젝트(Found Object)'라는 예술 범주를 형성하는 데요, 이는 후에 다다이즘 운동으로 전개되어 예술을 넘어 건축, 패션, 디자인 분야로 빠르게 확산되었습니다. 파블로 피카소의 조각작품 황소머리(Bull's Head, 1942)는 '파운드오브젝트'의 대표작입니다. 잡동사니 더미에서 발견된 자전거 시트와 핸들바는 피카소의 머릿속에서 빠르게 재조합되어 황소머리라는 작품으로 탄생했습니다.


트로피 헌팅은 사냥 게임에서 사냥한 동물의 몸 일부를 박제해 기념하는 트로피인데요, 불법 사냥이 아닌 합법적인 절차를 통한 게임이지만 찬성 반대가 엇갈립니다. 아무튼 트로피 헌팅은 힘의 상징, 권위, 자랑스러움등을 드러내며 인테리어 장식용으로 많이 사용돼는데요, 최근에 이를 나무 합판이나 종이로 제작한 디자인 제품이 인테리어 소품으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인테리어 장식 트렌드에 맞춰 자전거 부품을 업사이클링한 인테리어 장식 제품을 소개하려 합니다. 개념미술, 다다이즘, 콜라주, 업사이클링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기도 하죠. 평면작업보다 입체적이라 공간을 더 풍부하게 느낄 수 있고 트로피 헌팅의 권위, 업사이클링 콜라주입니다.


Upcycle Fetish ⓒAndreas Schieger


Upcycle Fetish ⓒAndreas Schieger



업사이클 패티쉬(Upcycle Fetish)란 작품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는 디자이너 Andreas Schieger는 피카소의 황소머리와 트로피 헌팅에 영감을 받아 작업하는데요, 버려지는 자전거 부품을 활용해 자전거 거치대, 인테리어 소품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바이시클 트로피(Bicycle Trophy)란 작품을 제작하고 있는 강동현 디자이너는 이에 더 나아가 벽걸이 시계, 옷걸이, 조명 등 다양한 기능을 담은 작품을 제작하고 있는데요 그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Bicycle Trophy ⓒDonghyeon Kang


Bicycle Trophy ⓒDonghyeon Kang


Bicycle Trophy ⓒDonghyeon Kang



대학에서 제품디자인을 전공, 인테리어 디자인을 부전공한 디자이너는 자연스레 인테리어 소품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평소 픽시 자전거를 즐겨타던 그는 버려지는 자전거 부품을 활용해 업사이클링 작품을 제작하게 되었고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신만의 바이시클트로피 수공예 제작 방법, 오리지널리티를 연마했다고 합니다. 현재는 자전거 거치대, 조명, 옷걸이, 시계 등의 기능이 있는 제품을 제작하고, 계속해서 제품군을 연구하고 있는 단계이며 공식적으로 작품을 제작하기위해 실용실안, 특허 및 브랜드 론칭 준비중이라고 합니다. 현재 낙동강 강정보 리사이클 자전거 휴게공간 등에 바이시클 트로피를 만나볼 수 있다고 하니 근처라면 들러보는 것도 괜찮겠습니다.


버려진 제품이 갖고 있는 이야기를 콜라주해 공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컨셉이 흥미롭습니다. 버려진 자전거 부품은 특정인의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열심히 달렸던 도시,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가 함축적으로 드러납니다. 그것들이 재조합된 바이시클 트로피가 장식되는 공간은 굳이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레 긴장감을 연출할 것 같군요. 바이시클트로피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공식적인 브랜드 론칭과 새로운 제품을 관심있게 지켜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