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B 기네스 리뷰

2014. 5. 25.

매거진B는 브랜드뿐만 아니라 브랜드를 통해 문화를 읽게한다. 과월호에서 인텔리젠시아라는 커피 브랜드를 통해 커피 문화, 시장의 흐름 전반을 이해할 수 있었다. 세종대왕, 이순신, 고종황제와 같은 인물을 통해 역사를 이해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 브랜드가 시장에서 살아남고 사랑받는 이유를 밝혀가는 과정은 비단 브랜드가 어떠해야 하는 지를 이해하는 것과 동시에 지난 사회문화를 이해하게되고 나아가 브랜드의 미래, 사회문화의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붇돋는다.



표지사진 출처 www.magazine-b.com



매거진B 기네스 리뷰


이번에 리뷰할 호는 세계적인 맥주브랜드 기네스다. 인텔리젠시아편이 브랜드와 함께 커피문화에 대한 이해를 도왔다면 기네스는 맥주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나는 맥주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맥주를 마신다면 카스로 할지 하이트로 할지 정도였다. 맥주에 호기심이 계기라면 도쿄의 에비수 맥주박물관의 경험, 난생처음 목넘김이 부드러운 맥주 호가든을 맛본 경험. 매거진B 기네스편을 읽고 나니 맥주에 대한 시야가 넓어졌고 앞으로 제대로된 맥주를 맛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 문화에 흠뻑 빠질 워밍업을 마친 기분이랄까.


매거진B 기네스편은 다섯 번 정도 읽었다. 그것도 몇 주 혹은 몇 달의 간격을 두고 읽었다. 처음 읽었을 때 에일, 스타우트, 드래프트, 라거, 흑맥주, 홉과 같은 생소한 단어가 많아 절반도 이해하지 못했다. 두번, 세번 읽다보니 조금씩 이해가 됐고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맥주집에 들리거나 캔 맥주를 마실 때 조금 비싸지만 기네스를 시켜봤고 그 오묘한 맛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그리고 또 읽고. 알면 알수록 재밌다. 앞으로 더 읽으며 완전히 즐길 수 있는 정도의 경지에 까지 이르고싶다. '인생을 살며 맥주를 제대로 알고 즐긴다.' 멋지지 않은가.


기네스는 스타우트(흑맥주)의 대표격 브랜드고 스타우트는 에일맥주의 한 종류다. 맥주는 크게 상면발효방식, 하면발효방식 두 가지로 나뉘는데 에일맥주가 상면발효방식이고 맥주시장의 80%를 차지하는 라거는 하면발효방식이다. 라거는 탄산이 많고 청량감이 높은 반면 에일은 목넘김이 부드럽고 풍부한 맛이 특징이다. 라거가 유통이 쉬워 전 세계로 급속히 퍼졌지만 많은 브랜드가 있음에도 대부분 맛이 비슷하다고 한다. 맥주 맛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레시피에 따라 각각의 맛이 다른, 청량감 보다 맥주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는 에일을 선호한다고. 특히 그 중 기네스는 많은 사람들이 믿고 마시는, 아일랜드를 상징할 만큼 인지도 높은 맥주다. 겨울이 오면 제대로된 에일 맛을 찾아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 www.magazine-b.com


매거진B의 아쉬운 구성


이번 호에서 아쉬운 점은 18페이지부터 21페이지 까지 배경의 색상과 글의 색상이 비슷해 가독성이 너무나 떨어진다는 점이다. 안그래도 7-8포인트의 작은 텍스트를 읽느라 눈이 아픈데 이런 가독성은 스트레스까지 불러일으켰다.(사진 상으론 그나마 괜찮은데 프린트된 것은 최악이다. 안보일 지경) 사진 촬영에서 부터 편집, 인쇄에 이르기까지 좀 더 세심한 배려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구성이다. 이는 기네스편 뿐만 아니라 다른 편도 포함될 수 있다. 기네스편에서는 전체적인 흐름을 이렇게 잡았다. 맥주→ 에일→ 기네스→ 아일랜드의 펍→ B컷→ 브랜드 스토리→ 아일랜드의 농담. 맥주라는 큰 그림에서 기네스 브랜드로 점점 클로우즈하는 느낌이다가 아일랜드의 펍을 소개하며 초점 변경, 다시 브랜드스토리로 브랜드를 집중조명, 그리고 또다시 아일랜드의 농담을 다뤄 하나의 흐름을 가진 책이 아닌 띄엄띄엄 흩어진 내용을 패치워크한 느낌이다.


처음 매거진B에 대해 리뷰할때 신선하고 좋다고 생각한 것이 '획일화되지 않은 구성'이다. 브랜드마다 그 개성이 다르기 때문에 다뤄야 할 내용과 흐름도 다 다르기 때문이다. 어쩌면 상식같지만 지금까지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매거진의 형식이었다. 지금에와서 생각해보니 그것이 장점이자 단점같기도 하다. 구성이 획일적이지 않다는 것은 매 번 다른 에너지라는 뜻이고 매거진B만의 에너지가 숙성된다기 보다 게릴라 식으로 단타치기의 느낌이 강하다는 것이다. 대박이거나, 뭐 별 관심없거나. 한호 한호 쌓여갈 때마다 큰 매력의 흐름을 느낄 수 없다. 개인적인 막연한 이야기를 늘어놓다보니 전달력이 떨어지지만 내가 생각한 매거진B의 아쉬움이다.


매거진B는 마지막에 그 브랜드만의 가치를 분석한다. 이해하기 쉬운 일러스트와 함께. 기네스편에서는 그 가치를 블랙, 출처, 에일, 한잔 총 네가지로 정리했다. 그리고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차라리 책의 구성을 편집팀에서 분석한 이 네가지 키워드를 바탕으로 구성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지금의 에피소드, 피드백 중심의 매력은 떨어지겠지만 구성력이나 전달력은 더 강하지 않을까?



매거진B의 이번 달에 다룰 브랜드는 '챔피언스리그'라고 한다. 오늘 새벽 레알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맞붙은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하일라이트를 보는 내내 소름이 돋았다. B에서 하나의 리그를 다루다니! B의 스케일과 내공, 네트워킹 능력이 새삼 대단하다고 느꼈다. 애독자로서 더 감동적인 매거진B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