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03] 하자 있는 캐릭터가 훨씬 매력적이다.

2014. 1. 28.

하자 있는 캐릭터가 훨씬 매력적이다.


경험이 부족한 영화 제작자는 보통 하자 있는 주인공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그들은 주인공이 호감형이면 좋겠고 그들의 목적이 숭고하길 바란다. 그러나 전지전능한 영웅은 관객에게 긴장감을 주지 못한다. 뭐든지 잘하는 주인공을 무엇하러 걱정하겠는가? 관객은 보통 캐릭터의 모순과 단점에 매력을 느낀다. 완벽한 캐릭터보다 우리가 흔히 저지르는 특이한 행동과 실수를 저지르는 캐릭터가 훨씬 매력적이다. - 영화학교에서 배운 101가지 중




브랜드를 흔히 사람에 비유하곤 한다. 제이오에이치의 조수용대표는 브랜드가 사랑받기 위해서는 인간적 매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매거진B 윌슨 편 발행인의 글에 기록했다. 조수용대표는 자신의 이름을 딴 제이오에이치 컴퍼니를 설립하기 전 NHN 이사로 있을 시절 네이버라는 검색포털을 사랑받는 브랜드로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무료 한글폰트 나눔체를 만들어 배포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더 좋은 검색서비스를 만나면 고객이 떠날 것같은 사랑의 부재는 인간적 매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었음을 터놓는다.


지난 일요일, 월요일에는 회사 브랜드 네이밍과 C.I디자인, 회사의 첫번째 프로젝트인 양말브랜드 네이밍 브레인스토밍과 C.I디자인 컨셉, 디자인 전략회의를 1박 2일간 합숙으로 진행했다. 사무실도 재배치하고 양말공장 현장을 방문해 디자인의 기술적 가능성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지금까지 막연하게 개념적으로만 진행했던 브랜딩을 실제 네이밍을 하고 C.I디자인을 만드는 등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작업을 진행하니 이제 진짜 비즈니스의 첫 발을 내딛는 벅찬 기분이 들었다.


브랜드 네이밍과 C.I디자인은 브랜딩 과정 중 가장 높은 우선순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브랜딩 자체가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만큼 그것의 궁극적인 목표는 고객에게 사랑받는 것이다. 브랜드를 사람에 비유할 때 네이밍은 이름이고 C.I는 얼굴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처음 사람을 만날 때 무의식중 1초도 안되는 시간의 첫인상으로 그 사람을 판단한다. 그리고 서로 이름을 말한다. 그 순간의 만남으로 우리는 그 사람을 사랑할지 말것인지 상당부분 느낄 수 있다. 네이밍과 C.I는 그런 존재다.


영화학교에서 배운 101가지를 읽다보면 브랜딩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무궁무진하다. 간단히 주인공을 브랜드로 관객을 고객으로 감독을 ceo로 바꿔 읽어보면 설득력있다. 그 중 <하자있는 캐릭터가 훨씬 매력적이다>라는 글이있다. 요지는 완벽한 캐릭터에 관객은 사랑을 느끼지 못한다는 거다. 우리는 주인공에게 감정이입하고 나의 부족한 부분을 함께 공유하길 원한다. 그리고 그것을 극복해 가는 과정을 통해 대리만족을 얻는다.


브랜딩에 있어서도 하자있는 브랜드가 훨씬 매력적이다. <구글>과 <네이버>를 비교해보면 구글 브랜드가 훨씬 하자있어 보인다. 구글은 내 생일을 축하해주고 오늘 세계적으로 어떤 의미있는 날인지 알려주며 꾸미지 않는다. 반면에 네이버는 빈틈없어 보이고 돈을 좋아하며 자신을 내세운다. 최근에 내가 자주가는 <봉구비어>는 멍청하지만 착한친구라는 컨셉으로 부족해보이는 직장인 캐릭터를 내세워 네이밍과 C.I 디자인을 했다. 오래전 부터 세계맥주집으로 자리잡은 <와바>와 비교해 봤을 때 훨씬 촌스럽고 부족하지만 <봉구비어>에 가고싶다. 카카오그룹은 공지사항을 친구에게 말하듯 편하게 적고 애플은 iSO 업데이트하면 반갑게 Hello 라고 인사해준다.


우리의 브랜드도 소비자가 친근하게 느꼈으면 한다. 우리가 나아가는 한걸음 한걸음으로 인간적 매력을 보이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우리의 그런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첫인상인 C.I, 네이밍도 부르기 쉽고 가까이에 있어 쉽게 기억되 또 보고싶은 어릴 적 동네 친구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