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8. 8.
1970년대 당시 대구현대미술제에 관한 신문 기사, 자료제공:강정 대구현대미술제
유신헌법이 뿌리내린 1970년대 전국적으로 반향을 불러일으킨 현대미술제가 있었다. 1974년부터 1979년까지 5차례에 걸쳐 진행된 ‘대구현대미술제’다. 이강소·최병소·박현기 등 대구지역의 젊은 작가들에 의해 시작돼 전국에서 작가들이 동참했다. 당시 언론에서는 ”전위미술의 현주소를 보여 준다”며 높이 평가했었다. 제2회(1975년)에 참여한 모더니즘 미술의 선구자 박서보는 이 행사를 벤치마킹해 ‘서울현대미술제’를 만들었고 이후 부산·광주·전북·강원 등 전국으로 파급됐다. 유신체제에 맞선 예술적 항변이자 목마름의 표출이었던 ‘대구현대미술제’는 한국 현대미술에 있어 역사적인 행사다.
그로부터 35년이 지난 현재 한국 현대미술은 어디쯤 왔을까? 그 위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2013 강정 대구현대미술제’가 대구 강정보 디아크(The ARC) 일대에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이곳이 1977년 당시 200명의 작가가 참여한 제3회 대구현대미술제가 열렸던 장소라는 점은 더욱 의미 있다. 박영택(감독)은 "역사가 되어버린 전위적 미술제의 의미를 오늘날 되살리고자 했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하지만 35년 전 행사가 자발적이었던 반면 지금은 달성문화재단에 의해 주최된다는 점은 태생적 모순이다. 규모와 작품 또한 당시의 실험적 정신을 느끼기엔 다소 부족해 보인다. 올해 2회를 맞이한 이 행사가 앞으로 어떻게 현대미술을 비춰갈지 지켜봐야 한다.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① Please sit down, 이명미 ②배송된 하늘, Delivered Sky, 이태희 ③들판의 幻(환), 박정애 ④영아티스트 오픈 웍스 장면
전국에서 모인 26명의 작가가 ‘장소에 개입’을 주제로 관객이 작품과 자연스럽게 만나도록 했다. 박영택은 "실험적 시도로 인정받으면서 디아크 일대의 장소에 개입할 수 있는 작가를 선별했다"며 "작품성향이 중복되지 않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작가와 작품이 소개된 안내지도를 들고 보물찾기하듯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또 다른 재미.
거친 숨소리의 컨테이너로 관객의 이목을 끄는 이태희 작가의 ‘배송된 하늘’(Delivered Sky)은 장소·대중과의 소통을 끌어낸 작품이다. 지난 7월 강정에서 찍은 하늘 영상을 숨소리, 기침 소리 등에 맞춰 편집한 후 컨테이너에 포장해 관객에게 선물한다는 의도다. 관객은 작가가 느낀 강정 하늘을 함께 공유한다. 이 외에도 관객의 스마트폰을 통해 이미지를 보여주는 김안나의 ‘한여름밤의 꿈’(A midsummer night’s dream), 허공을 지시하는 가상의 이정표를 설치해 관객이 꿈꾸는 공간을 상상케 하는 김주연 작가의 ‘산책’ 등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지난 3일 '아트 토크’도 열렸다. 매 주 금, 토, 일 오후 5시부터 10시까지 젊은 작가들이 작업하는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며 관객과 소통하는 '영 아티스트 오픈 웍스'를 진행한다. 관객이 현대미술을 쉽고 재미있게 이해하도록 돕는 동시에 젊은 작가를 양성한다는 취지다. 이번 미술제는 오는 18일까지 진행된다.
한편, 디아크(「SPACE」 540호 p.40~47 참고)는 지난해 9월 20일 개관한 4대강 문화관으로 하니 라시드(Hani Rashid)가 설계한 건축물이다. 물수제비와 한국의 도자기에서 영감을 받았고 건축과 전시가 하나 되는 개념으로 설계됐다.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3,688㎡ 규모로 전시실과 서클영상극장, 세미나실, 다목적실, 카페테리아, 전망대 등을 갖췄다. <심명보 10기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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