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룸 대청소 / 매일 하는 육체노동의 기쁨

광고

영국에서 온 C 가 게스트룸에서 3달간의 장기투숙을 시작했다.


무인양품 깃털 베개와 이불


게스트룸을 연 뒤 지난 몇 개월 동안 시간을 쪼개 방을 청소하고 손님을 맞이하고 배웅하는 일을 매일같이 했다. 청소하는 것이 귀찮고, 부수입을 바라고 한것이기는 해도,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즐거웠다. 막상 당분간 그 일이 없어진다고 하니 아쉽다.


C 가 체크인하는 지난 주말 게스트룸 대청소를 했다. 가구를 들어내고 구석구석 묵을 먼지를 쓸고 닦았다. 애정이 어린 가구들을 하나하나 매만지다 보니 당분간 이것들이 놓인 풍경을 못 보게 될 것이란 생각에 또다시 아쉬워졌다.


가리모쿠60 K체어와 사이드테이블


돌아보니 게스트룸을 연 뒤로 삶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졌다. 손님을 모시는 입장을 항상 마음 한편에 두다 보니 매사에 겸손하게 되었고, 작지만 노동의 대가로 부수입을 얻게 되니 돈의 소중함을 느끼게 되었다.


정작 벌이는 조금 나아졌지만, 생활을 윤택하게 가꾸기 보다 더 알뜰하게 소비를 점검하게 되었고, 당장의 기분 보다는 장기적 관점으로 가치 중심의 소비를 하게 되었다. 그것이 짧은 육체노동을 통해 알게 된 삶의 지혜일까.


무인양품 탁상조명과 삼성스마트TV 리모컨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하다 보니, 앞으로 3개월 동안 마음을 많이 쏟아 온 방을 못 보게 된 것이 아쉬운 것이 아니라, 육체노동을 하며 마음을 단련해 온 생활의 리듬을 잃는 것이 두려운 건 아닐까, 싶다.


요 며칠간 육체노동의 기쁨을 무엇으로 대체할지 고민하는 시간을 보낼 것만 같다.

미니 갤러리

일기/일상다반사 다른 글

이 글에 담긴 의견 8

    • 게스트룸을 만든지 이 글을 통해 이제야 알았네.
      소박한듯 고상하고, 가벼운듯 진중함이 있는 것 같다고 표현해야 할까?
      누군가 서울에서 머물곳을 찾는다면 추천해야겠다!

    • 앗 Teo! 오랜만에 댓글이라 새 글이 올라 왔나 싶었는데 그건 아니구나 ㅠㅠ
      어떻게 지내는 지 궁금하다. 좋게 봐줘서 고마워~~ 한 번 들려~!

    • 책과 글쓰기가 보심님의 낙이 될수있지않을까요?
      생활적으로 조금이라도 윤택해진다니 다행이에요, 부럽기도하고 ^^

    • 친절한 민수씨 님, 고마워요~
      정말로 부러워 하실 정도의 윤택함이 못 되는 실정입니다.. 하하
      정말 독서에 좀 더 집중해야겠어요.
      요 몇 달 독서에 소홀했던 것 같아 스스로 서운했거든요.
      다음엔 독후감으로 찾아 뵐께요 :)

    • 일상적으로 하던 육체노동의 일부가 사라져서 홀가분하면서도 허전하시겠어요.
      기다리는 독자를 위해 글을 조금 더 자주 써주시는 건 어떨까요? ÷)

    • 내 당장 오는 주말이 뻘쭘하네요.
      마침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첫 작품인 <열차 안의 낯선 자들>을 다 읽어서 리뷰를 쓸까 해요.
      다음 주말은 뭘 해야 할까요.. 무료한 날들이 이어지는 걸 보니, 영락 없는 아저씨 꼴이네요 ㅋㅋ
      레이먼드 카버가 글쓰기를 육체 노동으로 여겼다죠 아마? 무라카미 하루키가 그런 말을 했던 가요?
      육체노동을 하듯 일상에서 좀 더 관심을 갖고 소재를 찾고 즐거운 글쓰기 생활을 해봐야겠어요. C 가 떠나기 전까지 꽤 성공하길 바라봅니다~ 고마워요!

    • 건강한 정신을 가지셔서 육체노동의 기쁨을 느끼셨군요.
      저처럼 썩어빠진 정신은 육체노동 꺼져ㅠ.ㅠ인데...
      그나저나 의자가 이쁘다며 검색해봤더니 가격이 ㄷㄷㄷ 게스트룸에 50만원 의자라니욧!
      보심님 안목에 乃를 날리며.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안녕하세요 청춘일기님! 오랜만에 글 남겨주셨네요 :)
      건강한 정신이 육체노동의 기쁨을 안겨준 것이기 보다 거꾸로 건강한 육체노동이 정신의 기쁨을 안겨준 것 같아요! 육체노동을 사서할 순 없겠지만, 꾸준히 몸을 움직이는 일은 일생에 빌린 몸을 단련하는데 필요한 것 같아요.
      여행 후기를 꾸준히 남기시는 청춘일기 님도 어쩌면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건강한 정신을 가진 건 아닐까요?
      어쩌다보니 제 방에서 쓰지 못하는 좋은 가구를 손님방에 두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좋은 가구가 제 방에도 있고 손님방에도 있는 날이 오길 ^^ 청춘일기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랄께요!! 감사합니다 :) :)

*

*

이전 글

다음 글

“보심 블로그.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담는 블로그입니다. 열린 마음으로 운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