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캠핑장 반달곰이살던숲 솔로캠핑
시월의 마지막 주말 경기도 화성 반달곰이살던숲 캠핑장으로 솔로캠핑을 다녀왔다. 월드컵대교와 서부간선지하도로가 개통되며 편도 1시간 남짓한 거리가 부담 없었다. 빨갛게 노랗게 물든 나무 아래에서 가을을 만끽하는 감성 캠핑을 기대하고 두 달 전쯤 예약을 했지만 막상 내가 머문 사이트 주변의 나무들이 기대만큼 물들지 않아서 조금은 아쉬운 캠핑이 됐다.
솔로캠핑은 이번에 세 번째다. 여럿이서도 캠핑을 가 봤지만 줄곧 혼자서 캠핑하는 것이 체질에 맞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캠핑을 떠나는 이유와도 연관된 것 같은데, 나는 타인과 대화를 그리 오래하지 못하고 술자리도 좋아하지 않는 반면에 혼자서 생각에 잠기는 걸 좋아하기 때문인 것 같다. 코로나 이전에 여행을 다닐 때도 혼자인 편이 좋았다.
이번 캠핑에서 새로 산 스노우피크 헥사타프 아이보리 M을 첫 피칭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L사이즈 타프는 텐트와 색상이 맞지 않고 사용해보니 커서 당근마켓으로 판매했다. 새로 산 타프가 색상과 사이즈도 마음에 들지만, 한국어로 모닥불이라는 뜻의 타키비 たきび 라인답게 타프 아래에서 모닥불을 피울 수 있는 이너루프가 포함되어 있어서 쌀쌀한 가을 캠핑에 어울린다.
반달곰이살던숲 캠핑장은 캠프사이트를 선착순으로 정한다. 도착했을 대는 이미 많은 가족 단위 많은 팀이 사이트를 차지했다. (나는 몰랐지만 할로윈데이라 더 요란했다.) 나는 가족 사이에 끼어 혼자 캠핑하는 것을 원치 않아 차량 진입이 안 되는 백패킹 계곡존 C 꼭대기에 자리를 잡았다. 그만큼 캠핑장비들을 손수 옮기느라 힘들었지만 머무는 동안 조용하고 여유로워서 좋았다.
캠핑장 사장님께서 먼 곳에 자리 잡은 내 사이트에 두어 번 오셔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주시기도 했고 읽는 책이 재밌어서 딱히 지루할 틈은 없었다. 모닥불을 꺼트리지 않고 피우는 것만으로도 시간은 잘 갔다. 요즘 일 생각에 사로잡혀 반 미친 사람처럼 일상을 보냈는데 이렇게 자연 속에서 미뤘던 독서를 하고 멍 때리고 나니 조금은 숨통이 트인다.
자세한 캠핑 이야기는 사진과 함께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