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 AE-1P 필름카메라 네 번째 롤 / 필름사진이 주는 세 가지 기쁨

2016. 4. 26.

필름카메라를 찍기 시작하고 벌써 네 번째 롤이네요. 지금까지 찍으면 찍을수록 사진이 마음에 들어서 기뻤는데, 이번에 좌절을 맛봤습니다. 흑백필름-로모그래피 얼그레이 100-으로 사진을 촬영했는데 컬러사진보다 더 어렵더라구요.


지난 주말에는 종묘부터 광화문까지 산책하며 제 시선이 머문 장면을 기록했습니다. 그동안 필름사진을 찍으며 든 아날로그에 대한 생각을 덧붙입니다.


광화문 앞을 지나는 라이더


광화문과 더케이트윈타워 그리고 트윈트리타워(2010, 건축가 조병수)


한복을 입고 흥례문으로 향하는 두 소녀



① 기다림

아날로그는 기다리는 즐거움이 있다. 마치 어두운 터널을 지나 서서히 밝은 세상으로 다가가는 즐거움이랄까? 그런 반전과 리듬감 때문인지 사진 찍는 마음이 더 풍요롭다. 반면, 디지털 사진은 그 과정이 초납작하다.


광화문 시민열린마당. 이날 황사가 심했다.


KT 광화문사옥 EAST(2015, 건축가 렌조 피아노) 광화문을 걷는 보행자에게 건축가가 선물한 수직광장.


SK서린빌딩(1999, 건축가 김종성)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② 제한

보통 한 필름 당 36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그래서 사진 한 장 한 장이 아깝고 찍기 전에 신중하게 된다. 현상된 사진을 보면 그 신중하게 고민했던 생각이 떠오르는 게 즐겁다. 디지털 사진보다 한 장에 더 깊은 생각이 담긴다.


종묘를 걷는 사람들 1


종묘를 걷는 사람들 2


종묘를 걷는 사람들 3



③ 변치 않음

인간의 욕심에 끝이 없듯 디지털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한다. 기술이 발전해서 삶이 편해지면 좋지만, 그만큼 잃는 걸 생각하면 조금 무섭기도 하다. 아날로그는 욕심 없이 그 자리에 멈춰있다. 더이상 성장하지 않는 시대를 살기 때문인지 변치 않는 아날로그에 위로받는다.


세운상가(1968, 건축가 김수근) 꼭대기 층


집으로 가는 길 홍대입구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