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건축가상 2015> 단행본 리뷰

2015. 12. 23.

<젊은건축가상 2015> 도록은 각기 다른 세 개의 시선으로 수상자-SOA의 강예린, 이재원 이치훈, 이엠에이건축사사무소의 이은경, 조진만 아키텍츠의 조진만-를 바라보는 독특한 구성으로 지어졌습니다. 마치 피카소의 큐비즘 그림 같다고 할까요? 시선 하나는 디자인·미술 평론가 임근준이 '건축을 사랑했지만, 치과의사가 된 ○○에게 부치는' 편지형식으로 수상자를 바라본 것이고, 시선 둘은 디자인 연구자인 박해천 교수가 베이비붐 세대와 그들의 자녀 세대인 에코 세대로 이어지는 암울한 흐름 속에서 '새로운 주거 대안'에 대한 작은 기대감을 내비추며 수상자를 바라본 것이며, 시선 셋은 책을 기획한 기획자와 편집자 그리고 디자이너가 수상자를 바라본 것입니다.


<젊은건축가상 2015> 단행본 표지

책은 이 세 개의 시선을 따라 '지어지지 않은 건축', '주거대안', '다큐멘터리'라는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먼저 기획자와 편집자의 시선이 담긴 '다큐멘터리'장부터 소개해야 흐름이 자연스러울 것 같습니다. '다큐멘터리'는 책이 기획되고 만들어져 발간 및 출판 기념회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타임라인 형식으로 세세하게 담은 장입니다. 이는 단순히 수상자나 수상자의 작품이 아닌 특정 주제 아래 젊은건축가상 수상자를 바라보고자 한 기획의 연장선상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이번 단행본은 그동안의 젊은건축가상 단행본과 완전히 다릅니다. 다큐멘터리에 기록된 기획 배경에 따르면 "기존의 젊은 건축가상 단행본은 건축가에게 집중하는 작품집도 아니고, 읽을거리를 제공하는 텍스트 중심의 단행본도 아닌 모호한 성격"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올해는 건축에 관심 있는 30~50대 일반인 독자층으로 삼고, 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건축 전문 필자보다 외부 필자가 참여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앞서 소개한 나머지 두 시선이 추가되어 입체적으로 젊은건축가상 수상자를 조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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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어지지 않은 건축' 장에 담긴 임근준의 시선은 기획자가 독자층으로 삼은 '건축에 관심 있는 30~50대 일반인'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을 취해 편안하게 느껴집니다. 마치 글을 읽는 자신이 수취인인 듯한 느낌으로 젊은 건축가상 수상자에 대해 폭넓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수취인 ○은 건축을 전공하였지만 IMF 이후 경기침체기에 진로를 바꾼 치과의사로 부모님께 물려받은 고향 땅이 있는 인물입니다. 자연스레 그가 가진 땅과 건축에 대한 꿈을 중첩하며 젊은건축가상 수상자 인터뷰 이야기를 끌어들입니다.


수상자가 자신의 건축 스튜디오를 열게 된 배경부터 성향에 이르기까지 이야기하는데, 특히 '지어지지 않은' 대표 프로젝트를 통해 각각 수상자를 묘사하는 부분이 흥미롭습니다. 예컨대 2013년에 영주시노인종합복지관 공모에 참여했던 이은경 건축가를 두고 "착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을 실재계에 구현하는 '대화형 건축가 이은경'이라는 대외용 캐릭터"에 "심저에는 독재자적 이상 질서 구현의 욕망이 작동"하는 "가상적 모더니스트 건축가의 캐릭터가 염치로 억압되고 통제"되고 있다고 묘사합니다. 계획안을 들여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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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대안' 장에 담긴 박해천의 시선은 한국형 도시와 주거문화가 만들어지고 변화하는 (다소 암울한) 흐름 속에서 젊은건축가상 수상자들을 향합니다. '아파트-중산층-핵가족 이후 세계'란 글은 그동안 <아파트 게임>, <콘크리트 유토피아>, <확률가족>에서 저자가 살펴온 흐름을 함축적으로 담았습니다. 베이비붐 세대가 아파트로 상징되는 도시 주거문화를 만들어온 과정과, IMF-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거치며 그 자녀 세대인 에코 세대가 겪고 있는 암울한 현실을 짚었고, 그 뒤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 것이 분명한 15년 뒤 한국 사회에서 젊은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어떤 변화를 이끌어 낼 지에 대한 관심을 내비춥니다.


박해천은 '인터뷰'에서 젊은건축가상 수상자에게 열다섯 개의 질문을 던지며 그들의 대표 주거 프로젝트를 조명합니다. 공교롭게도 주거 프로젝트가 그들을 대표하는 프로젝트입니다. SOA의 '토끼집'은 민간이 추진한 소규모주택 임대사업으로 지어졌고, 이은경의 '가양동·만리동 협동조합형 공공주택'은 서울시에서 추진한 공공주택으로 지어졌으며, 조진만의 '층층마루집'은 3대 가족이 함께 살기 위한 단독주택을 개인이 의뢰해 지어진 것이었습니다. 그만큼 개인, 조합, 공공의 요구와 건축가의 제안 사이의 다채로운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단편적인 작품들이지만 '아파트-중산층-핵가족 이후의 세계'글과 함께 앞으로의 주거가 공공에서는, 또 개인에서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짧게나마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다큐멘터리' 장은 '지어지지 않은 건축'과 '주거대안' 장 사이에 독특하게도 거꾸로 제본되었다. 이 부분을 넘겨 읽어도 글 흐름이 어색하지 않아서 "보고싶지 않으면 보지 않아도 된다."라는 느낌의 구성-


-하지만 한편으로 재밌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젊은건축가상 도록인 만큼 의미있는 부분. SNS로 연락한 사항까지 세세하게 기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