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네 스튜디오 청담 리서치 / 소피 힉스 건축

2015. 9. 20.

아크네 스튜디오 Acne Studios 가 청담에 문을 열었습니다. 건축은 런던에 사무실을 둔 소피 힉스 Sophie Hicks 가 맡았습니다. 몇 달 전 크리스티앙 드 포잠박이 디올 부띠끄를 열기도 했는데, 청담동 명품거리가 본격적으로 패션 브랜드의 건축 각축장이 되어가는 모습이네요. 아크네 스튜디오 브랜드와 소피 힉스에 대해 리서치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크네 스튜디오는 스웨덴 스톡홀름에 본사를 둔 패션 브랜드로 스톡홀름, 덴마크, 베를린, 뉴욕, LA, 런던, 파리, 코펜하겐, 앤트워프, 오슬로, 홍콩, 도쿄 그리고 서울 등 전 세계에 매장을 두고 있습니다. 아크네 스튜디오는 1996년 스톡홀름에서 그래픽 디자인, 필름, 광고에 중점을 둔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로 시작되었습니다. 아크네 ACNE 네이밍은 “참신한 표현의 야망 Ambition to Create Novel Expression” 란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다운 뜻을 담고 있습니다.


image : www.somethingaboutmagazine.com


1997년 아크네의 공동 설립자인 Jonny Johansson이 친구들과 가족들을 위해 빨간 색 바느질로 마감된 수백 벌의 청바지를 만든 것이 패션 브랜드의 시작이었습니다. 당시 월페이퍼와 보그 파리 등 패션 브랜드에서 아크네 스튜디오의 청바지를 소개하며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2006년 아크네 스튜디오는 이커머스 웹사이트를 개설하며 아크네 필름, 아크네 애드버타이징, 아크네 디지털과는 완전히 독립된 패션 브랜드로 론칭했습니다. 아크네 스튜디오는 매년 SS/FW 패션 파리위크에서 신제품을 선보이며 기성복 브랜드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Acne paper / image : blog.defgrip.net


아크네 스튜디오의 2012년 목표는 환경적으로 바람직한 재질을 사용하는 것이었고 2014년 기 목표를 바탕으로 20% 오가닉 코튼과 같이 환경 친화적인 재질을 사용합니다. 전통적인 형태의 마케팅 광고를 하지 않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요, 아크네 스튜디오는 연 2회 ‘아크네 페이퍼 Acne Paper’라는 매거진을 발행합니다. 이 매거진은 예술, 패션, 사진, 디자인, 건축 등 문화 전반을 아우르며 각 분야 전문가가 에디터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만나는 소피 힉스 SOPHIE HICKS 의 건축


아크네 스튜디오가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를 위해 선택한 건축가는 소피 힉스입니다. 소피 힉스는 런던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건축가인데요, 그동안 폴 스미스 런던(1998), 클로에 플래그십 스토어 런던 파리 도쿄(2002~2007), 요지 야마모토 파리 플래그십 스토어(2008)를 설계하는 등 패션 브랜드의 건축을 전문으로 하다시피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패션 분야에서 더욱 독보적인 이유는 10대부터 시작해 9년간 하퍼스&퀸, 보그, 아제딘 알라이아의 패션 스타일리스트로서 활동한 이력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26세가 되어서 돌연 건축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런던 AA 스쿨에서 3학년에 재학 중 1990년 자신의 이름을 건 건축 사무소를 열었습니다.


PIN-UP 매거진 2009 2010 FW 에 실린 소피 힉스 인터뷰 ⓒ PIN-UP 2009


예술을 보며 드는 생각들이 건축을 자유롭게 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저는 종종 정신적으로 건축적 틀에 갇힌다는 느낌을 받는데요, 건축 분야 전에 패션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것이 이러한 느낌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힘이 됩니다. 패션은 시대정신을 담는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분야예요. 건축 역시 그렇지만, 패션이 담는 시대정신에 비해 긴 시간의 시대정신을 담고 있죠. / 소피 힉스, 2009 PIN-UP 인터뷰 중


첫 시작은 자신의 집을 디자인하는 것이었고, 평소 관심을 두고 있던 예술분야의 디자인-Sensation, Young British Artists from the Saatchi Collection, Picasso, Painter and Sculptor in Clay-의 실무경험을 쌓으며 조금씩 성장했습니다. 그리고 1998년 폴 스미스가 그녀의 재능을 알아보고 플래그십 스토어를 맡겼고, 그 이후 클로에, 조지 야마모토, 아크네 스튜디오와 함께 작업하게 된 것입니다.



아크네 스튜디오 청담 ACNE STUDIOS CHEONGDAM


소피 힉스가 건축한 아크네 스튜디오 청담은 한 마디로 ‘빠르게 움직이는 도시 속 평화로운 안식처 a haven of peace in a fast-moving city’입니다. 그녀가 느낀 서울이라는 도시는 매우 독특한 곳이었습니다. 보통 개성 강한 서구의 브랜드가 모이면 서서히 개성이 퇴색되기 마련인데, 서울의 도시 문화가 포용하는 서구의 브랜드는 더욱 흥미롭게 뒤섞인다는 것입니다.


Acne Studios CheongDam Images: www.acnestudios.com ⓒAnnabel Elston


Acne Studios CheongDam Images: www.acnestudios.com ⓒAnnabel Elston


Acne Studios CheongDam Images: www.acnestudios.com ⓒAnnabel Elston


Acne Studios CheongDam Images: www.acnestudios.com ⓒAnnabel Elston


Acne Studios CheongDam Images: www.acnestudios.com ⓒAnnabel Elston


그녀는 아크네 스튜디오의 정체성을 건축 언어로 녹였습니다. 그녀가 느끼기에 스웨덴 문화는 모더니티와 자유분방함을 소중히 여기는 반면, 그곳에서 출발한 브랜드인 아크네 스튜디오는 강력하고 발산적인 태도를 갖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대비를 건축으로 드러낸 것이죠. 외부는 우아한 라이트박스로 담백하고 절제된 느낌이 강한데 이는 건물의 본성을 숨기는 장치입니다. 내부로 들어서면 라이트 박스가 무거운 콘크리트 괴물을 품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독특한 점은 건물의 내부에 장식은 물론 덕트나 파이프와 같은 건물에 필수적인 시설이 눈에 띄지 않는 점입니다. 최신 기술을 느낄 수 있는 압도적인 기계도 없습니다. 이러한 모든 시설은 외관에서 보다시피 옥상 층에 쌓아 올려져 있습니다. 퐁피두센터의 그것이 시대정신이었다면, 이곳의 것은 브랜드를 건축 언어로 표현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내부의 원시적인 분위기는 스웨덴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것입니다. 그녀는 스웨덴이 빛과 공기의 땅이라고 표현하며, 생생한 빛과 깨끗하고 신선한 공기가 미지의 세계(otherworldliness)에 온 것 같은 행복감을 준다고 합니다. 콘크리트는 스톡홀름 군도의 해변에 있는 널빤지의 목재로 짠 틀에 부어 만든 것으로 그 형상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불투명한 표피로 태양 빛이 원시적인 내부를 부드럽게 비추며 미지와 같은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하나 더, 스웨덴 다도해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식물들을 외부에 심었다고 합니다.


참고 : 소피 힉스 홈페이지 보도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