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라인스토리 리뷰

by 보심 · 2014. 8. 11.

 

하이라인스토리 리뷰

책을 읽기 전 내가 알고 있던 하이라인은 하이라인이 아니었다. 내가 알고 있던 하이라인은 건축가 제임스 코너가 디자인한, 뉴욕 맨해튼 로어웨스트사이드 상공을 가로지르는 1.6㎞ 길이의 고가공원이다. 하지만 진짜 하이라인의 가치는 다른 곳에 있다. 부동산 개발업자들에 의해 철거위기에 놓인 하이라인을 살리고 그 위를 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꿈을 꾼 두 남자, 조슈아 데이비드와 로버트 해먼드의 10년간의 노력이 하이라인의 가치다. 2010년 겨울 따근따근한 하이라인을 걸어봤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몰랐으니 나는 하이라인을 몰랐다고 할 수밖에.


건축가는 동네를 바꾸지 않는다.
 ‘외국 동네는 아름다운데, 우리 동네는 왜 이 모양이지?’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 봤을 것이다. 그리고 건축가를 탓한다. 건축가가 책임지고 건물을 설계하고, 건축물이 모여 동네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건축가는 동네를 바꾸지 않는다. 그럼 누가 동네를 바꿀까? 바로 우리, 주민이 바꾸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 가장 아름다운 프로젝트로 손꼽히는 하이라인에서 제임스 코너는 숟가락만 얹었을 뿐이다. 재료선정부터 요리, 테이블 세팅은 조슈아 데이비드와 로버트 해먼드가 했다. 그들은 건축과 큰 관계없는 일을 하는 뉴욕커, 로어 맨해튼의 주민이었다. 이들은 사라질 운명에 놓인 하이라인에 관한 기사를 읽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막연하게 이 일에 뛰어들었다. 그러다 서로를 만나 ‘하이라인 친구들’이란 시민단체를 만들었고 하이라인을 지키기 위해 전략적이면서도 순수하게 노력했다. 순수하지 않았다면 10년이란 시간을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동네를 사랑하는 주민.
그들은 동네를 사랑했다. 그들이 즐겨 찾는 바와 음식점을, 낮은 건물들을, 폐쇄된 철로를 오르면 보이는 고즈넉한 동네풍경을, 새로 짓지 않은 오래된 것을, 자연을 사랑했다. 철로가 철거되고 지역이 재개발돼 높은 새 빌딩이 들어서는 것이 싫었다. 하지만 지역주민도 그들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을 리 없다. 당연 두 남자는 많은 주민의 반대에 휩싸였고 자신들이 옳은 일을 하는지 확신이 없었다. 근데 돈을 떠나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새 빌딩으로 가득한 삭막한 동네에서 행복할 수 있을까? 살던 곳을 떠나 도시 외곽으로 떠나야만 하는가? 아름다운 동네는 주민이 동네를 사랑하는 것부터 시작이다.


나부터 동네를 사랑하자.
조슈아 데이비드와 로버트 해먼드가 하이라인을 지키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된 건 9 •11테러였다. 한창 철거반대계획을 세우던 가운데 일어난 일이다. 그들은 허무했고 몇 달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일을 계기로 주민의식이 조금씩 바뀌었다. 폐허가 된 그라운드제로의 모습을 보며 뉴욕 시민은 도시에 무언가 도움을 주고 싶어 했다. 그들이 쉽게 참여하고 도시를 바꿀 수 있는 일은 하이라인을 지키는 일에 동참하는 것이었다. 부수고 개발하기보다 지키고, 가꾸는 평화적인 방법이 좋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그 뒤로도 일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아니지만 두 남자는 든든한 시민 지원군과 함께 끝까지 힘썼고 뉴욕시를 설득하기에 이른다.


한국의 하이라인을 꿈꾼다.
나는 연남동 월세방 주민이다. 이곳에 온 지 두 달도 채 안 됐는데 나는 연남동이 좋다. 아마 두 남자가 맨해튼 로어웨스트사이드로 이사했을 때 느꼈던 감정이 이와 조금 비슷했을 수 있겠다. 나는 연남동의 낮은 주택가가, 주택을 개조해 음식점으로, 카페로, 상점으로, 갤러리로, 게스트하우스로 바꾼 풍경이 너무 자연스러워 좋다. 걷기 좋은 거리에 일자리가 있고 맛있는 음식점이 있고 분위기 좋은 카페, 술집이 있어서 좋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근처 번화가로 1시간 내로 이동할 수 있어서 좋다. 이렇게 좋은 동네가 땅값이 올라 높은 빌딩으로 가득한 것은 상상도 하고 싶지 않다.
하이라인이 완공된 지 5년이 지났다. 그 교훈을 이제야 책을 통해 조금씩 알아간다. 그들이 9 •11테러의 아픔을 하이라인으로 이겨냈듯 우리도 세월호의 아픔을 딛고 당당히 일어났으면 좋겠다. 그들은 적이 외부에 있었고 우리는 적이 내부에 있다는 큰 차이가 있다지만 우리는 우리 식으로 이겨내리라 믿는다. 하이라인을 이야기 하다가 보니 뜬금없이 나라 걱정까지 하는 오지랖을 펼쳤지만 하고 싶은 말은 하나다. 동네를 사랑하자.

 

하이라인의 풍경

2010년 겨울 찍은 하이라인 사진 몇 장 - 그때 사람도 없고 식물도 없어서 뭐야이게 싶었지만, 지금생각해보면 계절의 변화도 그대로 수용하는 것같아 더 매력적이다



 

 

 

 

 

 

 

아래부터는 구글링 이미지. 아래 첫 사진은 조슈아 데이비드와 로버트 해먼드.

 

 

(c) flcickrhivemind.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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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cdn.theatlantic.com

 

(c) ewyork.seriouseats.com

  • _0Fany2014.08.11 22:42 신고

    하이라인 프로젝트를 깊게 공부하지는 않아서 왈가왈부하기는 힘들지만, 단순히 한 명의 건축가, 조경가가 멋지게 디자인을 했다고 해서 활성화가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았음. 니말대로 동네를 사랑하는 마음과 진심이 모여서 이 디자인의 완성이 되었다고 생각해!

    • 보심2014.08.12 10:03 신고

      응! 사실 디자인이 없지?! 디자인 하지않고 시민을 위한 좋은 기획만 있는 것 같아. 좋은 기획과 실행력!

  • _Teo2014.08.17 06:26 신고

    2학년때 주택설계를 하면서부터 느낀건데,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마을과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진짜 필요한 것은 단순히 좋은 건축가 한명이 아닐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좋은 시민운동가나 자기 마을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야지만 좋은 마을, 좋은 도시를 만들 수 있는게 아닐 싶더라구. 커뮤니티계획이라는 전공도 있는것 같더라. 외국에만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튼, 우리나라도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의식을 함량하고 교육하는게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 보심2014.08.17 19:50 신고

      맞어. 건축관련학과 뿐만 아니라 일반교양으로 건축에 대한 강의가 많아져야 한다는 생각이 드네,

      이번에 홍대입구역 3번출구에 하는 '경의선공원' 조성관련 주민참여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가보려구. 나부터 관심갖다보면 조금 더 동네가 아름다워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