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 공간을 독립적으로 바라보는 네 가지 시선

2013. 8. 8.

공간을 독립적으로 바라보는 네 가지 시선


[매거진파노라마/생각버스/인덱스오브/아마추어서울/YES, I am a Junior Architecture] 


“당신은 공간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기존의 잡지가 공간을 ‘공적’으로 바라보던 것과 다르게 개성 있는 시각으로 바라보는 5개의 독립출판물이 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버스를 매개로 도시 공간을 바라본 「매거진 파노라마 (Magazine Panorama)」와 「생각버스(Thinking Bus)」, 공간을 물체의 총체로 바라본 「인덱스오브(index of)」’, 주목되지 않았던 공간을 새롭게 바라본 「아마추어 서울(Amateur Seoul)」, 공간을 예비건축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YES, I am a Junior Architect」가 바로 그것이다.




ⓒwww.fromthebooks.com


1. 흘려보기


「매거진 파노라마」와 「생각 버스」는 일상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교통인 버스를 매개로 도시를 본다. 이창원(매거진파노라마의 발행인)은 “대중이 건축을 일상의 관심으로 두게 하려고 기획했다”고 말했다. 창간호 ‘파노라마 420’은 420번 버스를 타고 창 밖에 펼쳐진 풍경에 대해 말한다. 420번 버스 노선은 강북 청량리에서 시작해 동대문, 남산을 지나 한남대교를 통해 강남대로를 경유 하는데 이는 서울의 역사와 현재를 잘 보여준다. 노선을 따라 도시를 지나며 만나는 동대문 패션센터, 경동교회, 어반하이브, 부띠끄모나코 등의 건축이야기가 담겨있다. 지극히 평범한 건물인 정성약국에 대한 글은 일상의 건축을 다시보게 함과 동시에 비전공자가 건축에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한다. 또한, 김인철과 구본준을 인터뷰하는 등 일반인에게 건축을 쉽게 전달하기 위해 내실을 다졌다. 어반하이브를 설계한 김인철 건축가의 인터뷰에는 건축가의 의도와 다르게 사용자가 건물을 이용하는 것과 부동산적 개념으로 건축을 바라보는 대중에 관한 이야기 등이 실렸다.



ⓒalice0445 naver blog


사실 버스로 서울을 보는 아이디어는 「생각 버스」가 먼저 시작했다. 2009년 9월 472번 버스를 다룬 창간호를 시작으로 2013년 3월 ‘1005-1번x기호’로 4호까지 발행했다. 버스가 다니는 길과 그 주변, 그리고 버스 자체의 공간을 키워드로 분석했다. 이를테면 7011번 버스가 지나는 거리(을지로 자재 거리, 남대문 시장, 염천교의 구두거리, 아현역의 각거리와 웨딩타운 등)를 간판을 통해 보고 그에 관해 이야기하는 식이다. (‘7011번x간판’) 서울스퀘어의 전광판을 도시의 상징적인 간판으로 보고 그를 기획한 김정임(서로아키텍츠 대표)을 인터뷰해 미디어 캔버스가 가지는 예술을 일상으로 끌어들여 서울 시민에게 건물의 큰 면을 다시 되돌려준다는 의의를 되짚어본다.


발행인 이혜림은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과 만나고 싶어 버스에 관련된 이야기를 수집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발행인 이예연은 “시민이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풍경이 일상적이지만 그곳에서 런던이나 뉴욕같이 서울의 매력을 지각하고 문화를 환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5호 ‘143x서울 블루스’를 준비 중이다. 143번 버스가 지나는 남산, 명동, 서울역, 한강이라는 공간을 서울에 관한 노래로 새롭게 읽어 내려는 시도가 흥미롭다. 매 호 버스 노선을 고르고, 하나의 키워드를 통해 공간을 섬세히 관찰하는 그들은 자신의 도시를 사랑하는 눈빛을 지녔다.




ⓒ헬로인디북스


2. 수집하기


공간을 구성하는 물체를 수집해 한자리에 모은다면 어떤 힘을 지닐까? 디오브젝트(the object)는 이러한 개인적 창작 욕구로 「인덱스오브」를 기획했다. 디오브젝트는 디자이너 0-paper와 ANG로 이뤄진 소규모 디자인스튜디오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사진에 관심이 있었던 0-paper는 평소 흥미로워했던 공간을 시각화해 수집한다. 그 첫 번째 공간은 경복궁. 이곳은 민족의 역사를 담고 있는 곳이라 패턴과 물체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는 「인덱스오브」를 독립출판이라기보다 창작 욕구를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표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 없이 오로지 사진과 그래픽 작업으로만 100페이지를 구성했다. 처마, 돌담, 창살, 문고리, 항아리 등의 사진과 패턴의 조합은 경복궁을 색다르게 볼 수 있다. 현재 300부를 제작했고 독립출판물을 취급하는 온라인,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비정기적으로 발행되는 인덱스오브는 두 번째 공간으로 을지로를 준비 중이다. “을지로는 서울의 중심부에 있으면서도 옛 시장의 분위기를 지닌 독특한 공간”이라며 “사라져가고 있는 그 모습을 기록한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다"고 말했다. 을지로라는 조금은 더 넓은 범위의 대상을 시각화하였을 때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올까. 그들은 독자에게 공간을 새롭게 바라볼 기회를 제공한다.



http://www.typographyseoul.com/


3. 주목하기


「아마추어 서울」은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던 공간을 다루는 여행 가이드맵으로 2009년부터 출판된 독립출판물이다. 주류에서 다루는 유적지나 상업적인 지역 대신 잘 알려지지 않은 종로구 익선동과 같은 서울의 소소한 공간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들은 서울에 대해 나름 뚜렷한 취향을 가지고 디자인이라는 요소를 가미해 만들었다. 창간호는 북촌에서도 원서동-계동-제동에 걸친 지역을 옛 서울이라 명명하고 이곳을 여행하는 네 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그들은 “많은 사람이 서울의 다양한 얼굴을 보고, ‘서울답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에 대한 생각의 계기를 갖길 원한다”고 말한다.


발행인 유혜인은 “지도는 보여주고 싶은 정보를 제공하는 주관적인 매체”라며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정보만 골라 더 편협하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들의 방법은 주관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 안에서 보여주는 정보는 객관적이다. 외국에는 주관적으로 주제를 설정하고 그에 따른 정보와 지역을 소개하는 독립출판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영국 런던 스피탈필드(Spitalfields) 지역에서는 ‘East End Trades Guild’라는 상인모임이 있으며 이 곳에서 주민과 가게를 소개하는 독립출판을 통해 지역의 특징을 알려 사람들과 교류하고 있다. 이처럼 한 지역을 소개해 사람들과 교류하는 매개로써 아마추어 서울은 가이드맵을 선택했다. 그들은 여러 사람들과 교류하고 지역정보를 나누기를 소망한다.


4. 돌아보기


ⓒ YES, I am a junior architecture 페이스북


기존 건축잡지는 유명한 건축가의 작업과 전문가의 관점으로 구성한다. ‘YES, I am a Junior Architect.’는 기존의 관점이 아닌 예비 건축가의 관점으로 바라본 매체다. 발행인 황주현 씨는 “실제 건축을 가장 가까이에서 하고 있는 예비 건축가들이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며 발행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1호 ‘Editor’s Letter’에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주니어 건축가이다. 건축 일을 하고 있지만, 우리는 모두 건축가가 될 수 없다. 그 이유는 스스로 더 잘 알고 있다. 나는 나 자신에게, 또 이 땅의 모든 주니어 건축가들에게 질문을 던지다. 너는 거기서 뭐 하고 있니?" 이는 건축가를 꿈꾸는


예비건축가들에게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강한 메시지를 던진다.


인터뷰와 에세이를 통해 이제 막 건축사무소에 취직해 활동하고 있는 예비 건축가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그들의 대학생활과 취업에 관한 이야기, 포트폴리오 등으로 채워진 인터뷰는 현재 건축을 공부하고 설계를 꿈꾸는 학생이 흥미로워할 내용이다. 그뿐만 아니라 11명의 예비 건축가가 휴가를 어떻게 보내는가를 조사한 ‘Junior Architects Holiday’, 5명의 예비 건축가가 전 세계 4개의 도시에서 찍은 건축 사진을 소개한 ‘Street Architecture-facade’ 등 예비건축가의 시선으로 일관성 있게 구성했다.


살아남기


지금까지 만나본 다섯 개의 독립 출판물은 발행 호수가 채 4회를 넘지 않은, 이제 막 발걸음을 시작한 이들이다. 현재 독립 출판물은 몇몇 온라인 사이트와 오프라인매장을 통해 판매되고 있긴 하지만, 이윤을 남기기 쉽지 않은 특성상 지속하기는 쉽지 않다. ANG는 “독립 출판만으로 발생하는 이익으로는 절대 지속적인 운영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외부에서 디자인 의뢰를 받거나 강연을 하는 등의 수익을 통해 독립 출판을 하고 있다. 황주현 또한 건축사무소에서 일하며 틈틈이 모은 사비로 독립출판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사비를 털어 운영하고 있는데 앞으로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장래를 어둡게 보았다. 나름의 전략도 있다. 이창원은 “예전보다는 독립 출판의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온라인 펀딩 등을 통해 독립적으로 홍보하고 후원받는 길이 열렸다"고 말했다. 실제로 매거진 파노라마는 온라인 펀딩 사이트 텀블벅을 통해 창간호 자금을 마련했다. 아마추어 서울도 마찬가지다. 김지은은 “아마추어 서울은 후원을 통해 어려움 없이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는 아마추어 서울을 발행하는 네 명 중 두 사람(김지은, 유혜인)이 운영하는 브랜딩, 디자인 스튜디오인 오디너리 랩(ordinary lab)에서 하는 기존의 수익 사업과는 다르게 아마추어 서울을 하나의 비영리 프로젝트로 보기 때문이다. 황주현은 “지속하기 위해선 자금과 사람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후원이 절실히 필요하겠지만, 그보다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활성화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0-paper는 “독립출판이 역사가 짧지만, 현재 점점 많아지는 추세”라며 앞으로의 독립출판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았다.


상업적 출판물 대부분은 대중이 원하는 정보에 편중돼 있고 광고에서 벗어날 수 없다. 반면 독립출판은 실험적 관점으로 주제에 접근하고 정보와 문화를 풍부하게 한다. 아직은 대중과 만나는 장이 부족하고 뚜렷한 수익구조가 마련되지 못한 실정이지만 사회적 차원에서 다방면으로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유혜인씨는 그간 사라진 독립출판물에 대해 “비용과 여건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독립출판물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뚜렷하게 잡지 못해서이기도 할 것이다. 따라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중심 또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새롭게 독립출판을 기획하는 사람들은 이것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하고 내용의 질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심명보, 유수빈>



2013/05/05 - [d-note] - [기사기획] 인덱스오브(index of) 리서치

2013/05/05 - [d-note] - [기사기획] 매거진파노라마(Magazine Panorama) 리서치

2013/05/05 - [d-note] - [기사기획] 아마추어서울 amateur-seoul 리서치

2013/05/06 - [d-note] - [기사기획] YES, I am a Junior Architect. 리서치


이 글은 SPACE Magazine 학생기자로서 취재하였습니다. SPACE 8월호에 실린 '건축과 도시에 관한 독립적인 작은 목소리'는 이 글을 바탕으로 추가·보완·편집된 것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