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7017 걷기 / 만리재로 썬더볼드에서 소월로 비단콤마까지

서울역고가공원 서울로가 개장해서 친구와 산책했다. 함께 간 친구는 서울역에 공원이 있어? 라는 반응이었지만, 나는 서울역고가도로가 철거판정을 받은 뒤 공원화된다는 소식을 들은 뒤부터 줄곧 관심을 두고 기대했던 터라 친구와 약속을 잡은 뒤부터 흥분해 있었다. 이런날 약속시간에 30분 늦는 친구는 확실히 별 관심 없어 보였다. 밉다.


서울로 중림동 방향 계단


서울로 만리동 방향 접근로


일단 아침도 거른 늦은 점심시간이여서 배가 몹시 고팠다. 기왕 먹는 점심 식사, 아무 음식점이나 갈 순 없지. 인스타그램과 네이버 블로그를 총동원해 주변 맛집 힙플레이스를 찾았다. 베리스트릿키친. 고픈 배를 부여 잡고 조금 해멘 뒤에 찾았는데 오픈 시간이 저녁 6시여서 발길을 돌렸다. 친구는 30분 늦고, 가고 싶던 맛집은 문을 닫다니, 분하다. 더 배가 고프다.


만리재로 썬더볼드 외관


썬더볼드 블랙페퍼 참스테이크와 맥주


중림로 방향에서 서울로로 오르는 계단 건너편에 썬더볼드 그릴&펍 레스토랑이 눈에 띄어서 곧장 들어갔다. 레스토랑이 눈에 띄었다기보단 입간판에 있는 스테이크와 맥주 사진을 보곤 침을 줄줄 흘리면서 들어갔다. 스테이크에 맥주를 먹으니 늦은 친구도, 점심에 문을 열지 않는 맛집도 모두 용서가 됐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서울로를 올랐다.


만리동 광장 윤슬


서울로 만리동 방향 접근로 사인


서울로 만리동광장 방향 사인


예상대로 사람이 많다. 공원이라고 하기엔 무리다. 공원이라 하면 자고로 넓은 토양에 식물이 빼곡히 들어차 있으며 앉아서 휴식할 수 있는 공간도 충분해야 한다. 서울로 바닥은 토양이 아닌 콘크리트 바닥이다. 식물이 듬성듬성 있다. 앉아서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지 않다. 그러니 서울로는 공원이라기 보다 거대한 육교 같았다. 콘크리트 화분을 늘어 놓은 육교. 키 150㎝ 미만만 이용할 수 있는 트램플린과 족욕탕이 있는 육교.. 괴상한 설치 작품이 있는 육교.. 


서울로 전경


서울로 둥글둥글한 화분들


서울로에서 내다 본 철길 풍경


서울로에서 내다 본 국보 제1호 숭례문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그동안의 모든 기대를 지우고 생각을 긍정적으로 고쳐먹으니 그리 나쁘지만도 않았다. 주로 운전하는 사람들이 서울로 프로젝트와 박원순 서울시장을 욕하더라. 하지만 난 차가 없으니 걸을 수 있는 길이 늘어나면 좋다. 차도를 보행길로 바꾸는 것 자체가 반갑다. 막상 대중교통이 끊긴 야심한 밤에 술에 흔건히 취해 집으로 가는 길, 서울로 덕분에 택시 요금이 많이 나온다면 사정은 달라지겠지만.


서울로에서 내다 본 서울역


그리고 수많은 신발들로 만든 예술! 작품


서울로 수국식빵 2층에 오른 사람들


소월로에서 내다 본 서울로


마침내 사람들로 가득한 지옥 같은 육교를 빠져나왔다. 몇십 분 걸었다고 그새 힘이 들어서 카페인을 보충하러 소월로 비단콤마 카페로 갔다. 서울로 개장이 워낙 큰 행사여서 카페에도 사람이 많을 줄 알았는데 운 좋게 자리가 넉넉했다. 푹신한 소파 자리를 잡고 커피를 폭풍 흡입했다. 카페 분위기가 조용해서 잠이 쏟아진다. 친구도 나도 너무 피곤해서 곧장 집에 가기로 합의. 체력이 비슷해서 다행이다.


비단콤마 카페


비단콤마 라떼와 아이스아메리카노


비단콤마 카페 마당


소월로에서 내다 본 서울로


서울로, 사람 없을 때 다시 가야지. 야경이 휘황찬란하던데, 그 요란함도 언제 한번 와서 구경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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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 보행자 위주의 길이라서 전 만족합니다 (안가봤지만 ^^)
      하지만 말씀대로 저 해괴망칙한 신발로 만든 예술?? 작품은 난감해보이고...
      박시장님도 몬가 업적을 내려는거같아 전과 달라진거같아 살짝 아쉽고요...

    • 네 신발은 저도 마음에 안 들었어요. 반면, 만히동 광장 쪽 SoA가 설계한 공공작품은 끝내줍니다!
      박원순 시장님에 대한 의견 무슨 느낌인 지 알 것 같아요. 너무 과정을 중시하다 보니 그러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실 전 공모제도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지금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대부분의 건축은 투명함을 앞세워 공모전으로 진행되죠.. 아쉬움이 있지만 방향이 좋으니 전 지지하는 입장이에요 :-)

    • 근데 제목이^^ 서울로7017 이라고 한답니다. 7107이라고 적혀있어서요^^;; 오타일듯 하지만요. 1970년도에 처음 서울고가도로가 생겨났고 이제 2017년도에 새롭게 공원으로 탄생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이상 가끔 눈팅하며 즐겨보는 구독자.

    • 안녕하세요 TV 피플 님 오타 바로잡아주셔서 고맙습니다 ㅎㅎ 처음에 2017로 했다가 7107로 했는데, 계속 틀리고도 알아차리지 못했네요. 네이밍이 많이 이슈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ㅋㅋ 사견을 덧붙이면, 손혜원 의원님이 제기한 문제에 공감합니다. 공공시설물로서 좀 더 직관적이고 알기 쉬웠으면 좋았다고 생각해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

    • 비밀댓글입니다

    • 앗 감사합니다 ㅎㅎ
      휘향찬란이 맞는 말인줄 알았어요 ㅋㅋ 나름 에디터인데 교정 감사합니다 :)
      서울로에는 밤보다 낮이 이쁘니 낮에 가보세요 ㅎ 만리동광장에 있는 윤슬도 꼭 들러 보시길 추천합니다! ㅎ

    • 저희 친척이 만리동고개에 살아서 얼마전 이 곳 야경을 찍어 보내 줬었는데 상당히 예쁘더라고요! 저도 꼭 방문해서 야경 찍어보고 싶어요!

    • 밤에도 다녀와봤습니다. 파란색 조명이 인상적인데, 사람들 반응이 심하게 엇갈리더라구요. 전 야경보단 낮 풍경이 더 마음에 듭니다. 오감이님께서 찍은 야경 사진을 보면 마음이 바뀔 지 모르겠어요 ㅎ

    • 이거, 아이디어 들었을 땐 하이라인 파크가 떠오르면서 제법 기대가 됐었는데 완성되고 사진을 보니... 저도 좀 기괴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콘크리트 육교에 화분 좀 옮겨놓은 모양새가 공원이라기엔 딱 말씀하신 것처럼 녹색이 너무 부족하고... 한가로이 앉을 데도 없고... 더 예쁘고 좋은 공간이 나올 수 있었을 것 같은데, 너무 아쉬운 거 있죠. 하긴 청계천이나 광화문 광장만 봐도 아직(도) 관에서 하는 조경에 기대를 할 수준이 안 되나 싶기도 하고요...

    • 그죠 많이 아쉽고 또 한편으로 서운하기도 했어요 ^^ 더 자주 가고 싶은 공간이 되었으면 좋았을 텐데요. 하이라인은 시작부터 끝까지 시민 주도로 오랜 토론을 거쳐 진행된 프로젝트인데 반해 서울로는 시 주도로 조금은 급한 느낌으로 진행되어서 컨셉은 비슷하지만 과정은 완전히 다른 듯해요. 어쨌든 보행 친화 도시가 되어가는 점은 무척 반갑습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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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디자인 기행.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을 담는 블로그입니다. 열린 마음으로 운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