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 AE-1P 필름카메라 열 번째 롤 / 나의 방과 우리의 광장이 있다는 안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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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2일 친구, 후배와 함께 광화문 광장 촛불 집회에 참여했다. 인원 폭주로 시청역에 내리지 못하고 충정로역에서 내려 집회 장소인 시청으로 걸었다. 집회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더라.


촛불집회로 서소문고가차도 차량을 통제하는 경찰


수많은 인파가 몰렸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손을 꼭 잡은, 혹은 아이를 목말 태운 가족 참가자가 유난히 멋졌다. 학생 참가자를 보면 왠지 미안하고 뭉클했다. 그들을 보며 사회를 구성하는 한 개인으로서 책임감이라는 걸 처음 느낀 것 같다.


본격적인 집회전 들뜬 분위기의 시청 주변


집회 장소인 시청앞 서울광장에 모인 시민들


스피커에 흘러나오는 구호를 따라 외치며 조금씩 광화문으로 걸었다. 내가 합류한 행진 대열은 시청에서 출발해 소공로 방면으로 우회하여 청계천을 건너고 안국동 사거리를 지나 광화문으로 향하는 코스였다. 청계천부터는 사방이 사람으로 가득 차서 행진이 힘들었다.


#박근혜 퇴진#퇴진 박근혜

광장 한복판에 서서 구호를 목청껏 외쳤더니, 뉴스를 보며 고구마 백 개는 족히 먹은 듯한 텁텁함이 시원하게 가셨다. 그러고는 분노로 참여한 집회라는 게 무색하게 즐거웠다. 다 함께 한곳을 바라보며 손을 높이 들고 노래를 부르는 게 마치 축제 같았다. 사람들 표정도 밝고 행진도 질서정연했다. 차 없는 대로변을 걸으며 도시를 감상하는 것도 기분이 좋았다.


소공로를 지나는 집회 행렬, 멀리 LGBT 깃발이 보인다


소공로를 지나는 집회 행렬, 멀리 LGBT 깃발이 보인다


결국 광화문을 찍고, 친구, 후배와 대열에서 빠져나와 안국동으로 향했다. 거기서 국밥에 소주 한 병을 나눠 마셨다. 그리고 붐비는 지하철을 타고 동네로 돌아와 또 술을 마셨다. 기분이 좋아서 노래방도 갔다. 그리고 집으로 가서 또 술을 마셨다. 술자리가 깊어질수록 그 많던 나라 걱정은 온데간데없었고, 우리는 각자 개인 걱정과 농담만 늘어놓았다.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을 지나는 집회 행렬


집회 행렬들이 합류해 청계천을 건너 광화문으로 향한다


나 홀로 내 걱정을 할 집이 있다는 것에, 다 함께 나라 걱정을 할 광장이 있다는 것에 안도한 하루였다. 집회에서 미처 다 쓰지 못한 남은 필름에 담은 사진 몇 장을 덧붙인다.


빌라 복도에 집주인님이 키우는 식물


J형 결혼식날 받은 해피트리와 GNP 향초

미니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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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 담긴 의견 14

    • 시청에 계실때 저랑 아주 가까운 곳에 계셨네요 ㅋㅋBOSIM님이 사진찍으신 근처에 앉아있었답니다

    • 앗 정말요 ㅎㅎ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아마 안면이 있었더라도 못 알아챘을 것 같아요 ㅋㅋ 이번 주는 지방에 일이 있어서 광화문에 참석 못했는데.. 오는 주에 또 가야겠어요.

    • 제목이 정말로 근사해서 감탄이 나왔어요!
      최인훈의 광장보다는 BOSIM님의 광장이 훨씬 더 긍정적인 의미로 와닿습니다.
      집회 사진 말미에, 제목을 부연하듯 덧붙이신 문구에도 공감이 갔고요. 이런 글솜씨, 참 좋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향초 사진이 매우 예뻐요! :D

    • 감사합니다. 향초 예쁜만큼 향도 좋아요 ㅎ 부끄럽지만 최인훈의 광장은 고등학생때인가? 입시공부하면서 일부분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평양을 두고 개인적인 공간이 없는 거대한 광장이라고 묘사했던 것 같은데.. 맞나요 ㅋㅋ 그러고 보니 개인의 기본권, 특히 자유권을 지킨다는게 공간과 밀접하게 연관된 게 실내설계전공자로서 흥미롭네요 !

    • 비밀댓글입니다

    • 아 안녕하세요. 먼저 축하드려요 100일 깨신거 ㅋㅋ 다들 그때부터 군생활 시작이라는 사람도 있긴 한데.. ㅋㅋ 생각보다 시간 금방 갔던 것 같네요. 이사하면 다른 동네에서 한 번 뵈어요~!

    • 세상은 중심을 못잡고 흔들리는데, 사진은 흔들림이 거의 없네요.
      BOSIM님의 마음이빛을품고있어서겠죠!?!?
      그 빛 참 따뜻하네요:)

    • 찌개집알바생님 안녕하세요 ㅎ 과분한 칭찬이라 부끄럽네요. 사실 찌개집알바생님의 필름사진이 세련되어서 부러웠거든요. 아무튼 감사합니다 ㅎㅎ 앞으로도 좋은 사진 올려주세요. 종종 들리겠습니다. 행복한 젊은 날의 워홀 보내시구요 ^^

    • 서울 너무 매략적이죠 특히 구시가지요 사진 너무 아름답습니다

    • 일상에서 보는 것보다 차가 없는 사진이라 (시위 때문에)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 같아요. 서울 살면 살수록 매력적입니다 그에 비례하게 각박하기도 ㅋㅋㅋ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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