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일기] 비알레띠 모카포트, 하리오 세라믹 핸드밀 / 집에서 즐기는 커피

2016. 10. 13.

보통 주말에 약속이 없다. 그렇다고 주말에 약속이 있는 걸 좋아하는 건 아니다(어떤 약속인지에 따라 다르지만). 단지 혼자 조용히 멍한 상태로 주말을 보내고 싶다. 집(이라기보다는 원룸, 방)에만 있기 좀 쑤실 때 카페에 가곤 하는데, 이 동네는 어디를 가나 사람이 많고 시끄러워서, 내가 주말을 보내고자 하는 취지와 맞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때 후배와 동거하는 동안 요리를 즐겼던 적이 있다. 그땐 요리하며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즐거웠다. 후배가 떠나고 다시 혼자 살게 되자 요리하는 게 귀찮더라. 신선한 재료가 있는 마트도 멀고, 혼자 먹다 보니 버리는 재료도 많아서 사서 먹는 것보다 비싼 경우가 많았다.


무인양품 주전자, 비알레띠 모카포트, 하리오 세라믹 핸드밀


최근에 버린 것들


요즘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즐거움에 대해 생각한다. 최근에 미니멀라이프를 지향하며 웬만한 물건을 다 버렸다. 예를 들면 요리도구와 식재료, 의류. 그리고 꼭 필요한 물건은 심사숙고한 끝에 마음에 드는 물건으로 바꾸었다. 예를 들면 시리즈7 체어와 무인양품 주전자, 마이크로소프트 디자이너 마우스.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물건도 다시 한 번, 정말 꼭 필요한가, 생각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한 주 정도 두었다가, 없어도 불편하지 않음을 확인하고 버렸다. 예를 들면 벽시계, 쓰레기통.


하리오 세라믹 핸드밀, 비알레띠 모카포트


하리오 세라믹 핸드밀 밀폐용기


테일러커피 니카라과 엘 나랑호 디필토 100g


방이 원체 작은데도 좋아하는 것들로 하나하나 바꾸는데 꽤 오랜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아무튼, 집을 최대한 비우고 좋아하는 물건으로 바꾸다 보니, 카페보다 집이 시간을 보내기에 더 쾌적하게 느껴지는 정도가 되었다. 그래서 집에서 직접 커피를 내리기로 했다. 요리하며 느꼈던 집의 즐거움을 커피로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비알레띠 모카포트


비알레띠 모카포트


핸드드립을 오랫동안 생각해왔지만, 막상 귀찮을 것 같아서, 조금 손이 덜 가는 모카포트를 샀다. 모카포트는 비알레띠 모카 익스프레스(2컵)을 샀고, 간 원두를 오래 두면 안 좋다고 해서, 그때그때 원두를 갈려고 하리오 세라믹 핸드밀을 함께 샀으며, 원두는 테일러커피에서 산미가 강하고 뒷맛이 묵직하다고 바리스타가 추천해준 니카라과 엘 나랑호 디필토 100g을 샀다.


비알레띠 모카포트


비알레띠 모카포트


비알레띠 모카포트로 끓인 커피


처음 커피를 끓일 때 원두를 너무 굵게 갈고 물을 너무 많이 넣어서 커피 맛이 별로였는데, 원두를 곱게 갈고 물 양을 잘 맞추었더니, 원하는 커피 맛이 났다. 비알레띠 모카 익스프레스 2컵 양은 막상 한 번에 혼자 마셔도 적당하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미지근한 물이나 커피를 1:1 정도로 섞어 마시니 좋다. 집 한가득한 커피 향도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