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논 AE-1P 필름카메라 여덟 번째 롤 연남동 산책

2016. 7. 26.

필름 카메라로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찍고 싶은데 매일 무거운 카메라를 가방에 넣고 다니는 건 싫더라. 그래서 가까운 동네에서 친구들을 만날 때 작정하고 카메라만 들고 나갔다. 일상 찍으러. 가끔은 집에서 찍기도 하고.

 

친구를 마중가는 길, 음식점 순서를 기다리며, 친구가 잠시 화장실 간 사이 틈틈히 필름 한 롤을 채웠다. 요즘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만사가 귀찮고 짜증나는데 사진 찍는 게 유일한 낙이다. 후텁지근한 여름이 얼른 지나길.

 

 

필름에 빛이 스며서 생긴 듯. 필름 교체하고 찍은 첫 사진.

 

 

베트남 가정식 안 AHN 웨이팅하며 화단을 찍었다. 초록 잎 사이에 유난히 붉은 잎.

 

 

이건 화단 전경.

 

 

우리와 함께 웨이팅하는 사람들. 길 이름은 성미산로.

 

 

연남동에 지난 주 새로 문을 연 레스토랑 퍼밀. 듣기로 연남동에 마지막 남은 한옥을 리모델링했다고. 분위기가 좋다.

 

 

종종 들러서 빵 사오는 스프링 베이커리. 매일 아침(문을 안 여는 월요일 빼고) 출근길, 그날 팔 빵을 열심히 만드는 제빵사의 모습을 보면, 오늘 하루 힘내야지, 라는 긍정적인 생각이 든다.

 

 

물 따라 마시려다 유리컵에 반사된 빛이 예뻐서

 

 

평일에 친구 놀러와서 포도를 안주삼아 맥주 한 잔 했다.

 

 

다음날 아침, 술병을 치우다가 간만에 아침 햇볕이 좋길래.

 

 

연남동 고야. 카페에 가기는 싫고 혼자 조용히 글 쓰고 싶을 때 종종 들린다. 사장님이 반겨줘서 기분 좋은 곳.

 

 

홍대입구역에 친구 데리러 가는 길 파사드가 예쁜 낙랑파라.

 

 

홍대입구역 3번출구 카페 꼼마 뒷문에서 친구 기다리다가, 옆에 앉은 커플이 행복해보이길래 몰래 찍었다. 몇 번 만나지 않았지만 서로 호감이 있는 남녀 특유의 설렘이 느껴졌다. 초점이 안 맞지만 그대로도 설레는 분위기는 담긴 듯. 그러고 보니 설레는 감정이란게 상대방에게 초점이 제대로 안 맞은 상태에서 생기는 것 같기도 하다.

 

 

이자카야 단단. 안주가 나오기 전 맥주 한 모금씩 마시고 찍은 친구의 손.

 

 

단단은 둘, 셋씩 모여 앉아 맥주 한 잔하며 수다떨기 좋은 분위기. 가장 자주가는 술집인 듯.

 

 

친구랑 헤어지기 아쉬워서 얼마전 새로 문을 연 효자바베에 갔다. 새벽 1시까지 영업하는데 12시 이후로 메뉴 주문이 안된다고 하더라. 아쉬운대로 에일 맥주 두 잔씩 마셨다. 친구 화장실 간 사이 활기차 보이는 옆 테이블을 찍었다. 사진속 표정은 활기차기보다 진지해 보이지만.

 

 

여긴 그 옆테이블. 화려한 조명에 비친 유리 병과 스테인레스 주전자가 예뻤다.

 

 

고향 내려가는 길 찍은 토미스 베이커리 풍경. 이 골목을 지날 때마다 맑은 풍경 소리가 기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