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B 에어비앤비 / 현지인이 사는 그 집

2016. 7. 12.

장우철은 지큐에서 "집이라는 말보다 방이라는 말이 더 와 닿는다. 우리는 서울에서, 대체로 가난한 줄도 모르고 가난하게, 임시라는 듯이, 큰 집에 관한 별다른 이상도 갖지 않으며 세를 받지 않고, 세를 내며 살고 있다. 서울의 방은 점점 작아지니, 가구다운 가구, 접시다운 접시, 스피커다운 스피커는 방이 아니라 널찍한 카페에 가야 있다."라고 했다. 아주 공감.



에어비앤비가 이슈가 될 때마다, 나도 방을 올려볼까,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건, 방이 너무 좁기 때문이기도 하고, 내 취향대로 꾸미지도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 취향대로만 마음대로 꾸밀 수 있다면, 에어비앤비 초창기에 그랬듯, 접이식 매트리스를 놓고 손님을 맞을 수 있었을 거다. 그럼 지금 매달 블로그 애드센스 광고보다 더 큰 부 수익이 생기겠지. 전 세계에 친구도 사귀고(건물 주인이 안된다면 안되는 거지만).


상황이 이렇게 빡빡하다 보니, 내가 생각하는 에어비앤비는 비즈니스에 치중된 형태이다. 여윳돈이 있으면, 은행에 넣어두기보다 주택을 사고 개조해 집 전체를 에어비앤비에 올리는 거다. 그게 은행 이자보다 높이 치고 멀리 보면 부동산 가격도 크게 오를 수 있으니까 손해 볼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전략만 잘 세우면, 웬만한 월급보다 낫기도 하고(아는 분이 운영하는 에어비앤비도 이 형태).


에어비앤비의 탄생 배경이 높아지는 주택 임대료를 충당하기 위함이었으니, 수익형 비즈니스에 치중된 형태가 잘못된 건 아니다. 시장이 바뀌는 상황에서 돈 있고 스마트한 사람이 부차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것뿐이다. 다만, 매거진B 에어비앤비 편을 읽고 놀란 건, 일부러 호스트가 지내는 방을 찾아간다는 의견이었다.


"저는 애어비앤비를 이용할 땐 누군가의 아파트를 통째로 빌리는 것보다 현지인과 같은 집에서 생활하며 방 하나만 빌리는 방식을 더 선호해요. 현지인과 상호 교감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니까요." Will Hide


내가 내성적이어서 그런지, 해외여행에서 에어비앤비를 이용할 때 독방 또는 집 전체만 찾았지, 현지인과 함께 사용할 거라곤 생각도 안 해봤기 때문에 더욱 신선했다. 그리고 그게 에어비앤비이기 때문에 당연한 거고, 결국은 그게 핵심이란 듯한 분위기에 적잖이 당황했다.


내가 생각하는 '공유'는 매우 이기적인 것이다. 공유하면 내가 얼마나 이득인가? 에어비앤비는 집을 공유하면 돈이 떨어진다. 그러니 에어비앤비가 성공한다. 반면, 현재 국내에 있는 공유 주거(우주)는 원룸 보다 비싸다(원룸보다 비싼데 왜 남과 방을, 화장실을, 부엌을 나눠 쓰나?). 단지, 계약 기간이 짧고 보증금이 적기 때문에 단기간으로 살기 좋을 뿐이다. 그래서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내가 보기에).


아마 에어비앤비가 추구하는 밝은 면만 다룬 것이기도 하겠지만(그 면만 보고 싶었는지도 모르고), 매거진B 에어비앤비 편을 읽고 당황했던 건 아마 내가 생각하던 '이기심' 너머에 있는 '인간애' 때문이었을 것이다. 너무 각박한 세상 속에, 너무 좁은 집에만 살다 보니, 마음까지 좁아진 건 아닐까, 라는 반성. 인간애도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게 어쩐지 슬프기도 하다. 나눠 쓸만한 집이 있고, 게스트를 맞아줄 시간과 마음의 여유 말이다(내가 사는 세상이랑 너무 다른 이야기라 슬프다).


다음 여행에는 현지인이 머무는 집을 예약해 볼까 한다. 인간애 느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