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북클럽 세계문학전집 위대한 개츠비 / 번역 문제를 뛰넘는 문장과 서사

2016. 5. 3.

혼자 식당에서 밥을 먹다 보면 옆 테이블의 대화에 마음을 쏟을 때가 있죠. 지난주에 있었던 일입니다. 밥도 팔고 술과 안주도 파는, 그래서 둘 다 그저 그런 식당에 저녁을 먹으러 갔다가 옆 테이블에서 술을 먹는 남녀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습니다.


둘은 인문학과 번역에 대해 사뭇 진지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남자가 "한국어는 표현이 풍부해서 외국어로 번역하면 그 본뜻의 감성이 잘 살지 않아요."라고 말했고, 여자는 "한국어 뿐만 아니라 모든 언어가 고유의 감성을 갖고 있어요. 하지만 위대한 작품은 그런 번역의 문제를 뛰어넘죠."라고 답했습니다. 남자는 바로 수긍하고는 여자에게 건배를 제안했습니다.


민음사 북클럽에 가입했습니다. 연회비 3만 원을 내면 회원이 되고, 세계문학 전집(모든 세계문학 책이 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뭔가 속은 느낌이 들었다.) 중 3권과 출간 예정인 책 3권을 선택해 받아볼 수 있는데, 출판계의 어려움 속에 꽤 매력적인 서비스라 생각했습니다.




아무튼, 세계 문학 전집 중 3권을 알라딘 판매량 기준 아래 내 흥미를 끄는 것으로 선택했습니다. 3권의 책은 바로 <인간 실격>, <픽션들> 그리고 <위대한 개츠비>였죠. 먼저 <인간 실격>을 읽었는데, 문장 곳곳에 생각해 볼 만한 아포리즘이 있었으나, 이야기에 몰입되거나 공감이 가지 않아 마치 중요한 조각을 잃어서 큰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퍼즐을 맞추는 기분이었어요.

다음으로는 <픽션들>을 읽으려 했으나, 흥미를 끌었던 제목의 '원형의 폐허들' 첫 문장을 읽고 바로 덮어버렸습니다. 시작부터 6줄짜리 한 문장이라니요. 다음날 다른 내용도 이래저래 읽으려 시도해 봤지만, 굳이 고통을 느끼면서까지 읽을 필요는 없었습니다.



두 책에서 꽤 실망하고 펼친 <위대한 개츠비>는 앞서 디캐프리오가 주연한 영화를 봤습니다. 그래서 더 흥미롭고 이야기가 잘 이해된 탓도 있겠지만, 읽는 내내 한 문장 한 문장이 마음에 들더군요. 세련되었다, 이런 게 걸작이구나, 라고 느꼈습니다. 술과 밥을 파는 그저 그런 식당에서 엿들은 이야기도 잊고 있다가 <위대한 개츠비>를 읽으며 떠올랐습니다. 역시, 뛰어난 문장은 번역을 뛰어넘나 보네요(번역을 못 했다는 뜻은 아니지만, 원문보다는 뛰어날 수 없겠죠).


다람쥐가 겨울을 앞두고 도토리를 모으듯, <위대한 개츠비>를 읽으며 흥미로웠던 문장을 이곳에 모아 두었습니다. 마음이 추울때 꺼내 읽으니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