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E7 언리미티드 에디션 2015 리뷰 / 받은 것. 계획해서 산 것. 충동적으로 산 것.

2015. 11. 7.

어제저녁부터 낮은 먹구름으로 가득하더니, 오늘 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게다가 바람도 꽤 불었죠. 날씨는 궂었지만, 아침 일찍 집을 나서 일민미술관에서 이틀간 열리는 언리미티드 에디션 다녀왔습니다.


지난 수요일, 목요일 열린 포스터온리전에 사람들 줄이 엄청났다는 소식을 듣고, 언리미티드 에디션도 방문객이 엄청 많을 것이라 예상은 했습니다. 1시부터 시작이라 한 시간 전에 도착하면 얼추 빨리 들어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입장을 시작하고 1시간이 지난 뒤인 2시가 다 되어서야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도착했을 때 이미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일민미술관 앞 인도를 가득 메우고, 청계천을 따라 줄지어 있었습니다.


국내 독립출판계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언리미티드 에디션(Unlimited Edition)'이 오는 11월 7일부터 양일간 서울 일민미술관 1~3층서 열린다. 언리미티드 에디션은 2009년 1회를 시작으로 매년 진행된 아트북페어로 어느덧 국내 최대 독립출판계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언리미티드 에디션은 일반적인 유통·판매 시스템과 거리가 있는 독립출판물 제작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자신의 책에 대해 말하고 직접 판매한다. '판매 부스'를 매개로 작가와 독자가 소통하는 셈이다. 참가자들은 이곳에서 그해 독립출판물이 어떻게 존재하고, 또 변화하는지를 조망할 수 있다. / <국내 최대 독립출판 축제 '언리미티드 에디션'…내달 일민미술관서 열린다> 일요신문, 김임수 기자.

네 번째 매거진 파노라마에 교열로 참여해서 책을 받을 겸. 평소 갖고 싶은 책을 한 자리에서 볼 겸 언리미티드 에디션을 찾았습니다. 버스를 타고 일민미술관으로 향하는 길에 전날 인터넷으로 검색해 놓은 갖고 싶은 책 리스트를 따라 전시장 평면도를 보며 동선을 짰습니다. 현장에서 책을 보고 마음에 들면 샀습니다.


언리미티드 에디션에서 사고 싶은 것들 메모와 동선 계획.


일곱번째 언리미티드 에디션이 열린 광화문 일민미술관


1시간 대기 후 입장할 수 있었다. 대기인원의 줄을 2층에서 바라본 모습.


언리미티드 에디션 입구


언리미티드 에디션 1층 모습


언리미티드 에디션 2층 모습


언리미티드 에디션 3층 모습


01. 받은 것.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건축 잡지, <매거진 파노라마>의 네 번째 책을 받았습니다. 한 시간을 기다려 내부로 들어서니 책 제작에 참여한 C형이 반갑게 책을 가져다줬습니다. 현장에서 매거진 파노라마 기획자인 L씨도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네 번째 책은 "도봉구에서 출발해 서울을 남북으로 종단해서 시흥시까지 도달"하는 150번 버스를 타고 건축 여행을 떠납니다. 정부서울청사, 삼일빌딩, 노량진 수산시장 등 익숙한 곳과 도봉산역 광역 환승주차장, 녹상교회, 엘가모아 웨딩홀, 스마트 하우스 고시원 등 잘 눈에 띄진 않지만 일상을 채우고 있는 곳들을 마치 파노라마를 보는 듯 책에 담겨 있습니다. 내용은 결혼, 빈 공간, 발코니, 건축가의 역할 등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인터뷰에는 우주 신예지 매니저와 박인석 교수님이 참여해 새로운 주거유형과 일상의 건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네요.


매거진파노라마 #4. 13,500원에 판매


매거진파노라마 #4. 13,500원에 판매


02. 계획해서 산 것.

계획해서 산 책들입니다. 마을에숨어에서 출판한 <둔촌주공아파트>는 재작년 처음 출판됐을 때부터 관심 있었는데, 이번에 어린 시절 우리들의 놀이터라는 주제로 세 번째 책이 나왔다고 해서 구매했습니다. 둔촌 주공아파트의 놀이터가 헐렸는데, 그에 대한 아파트 주민들의 추억이 담담하게 담겼습니다.

안그라픽스 16시의 <작가를 위한 워드프로세서 스타일 가이드>는 이름만 듣기로 워드프로세서 편집 방법에 대한 책인 줄 알았는데, 구매한 후 계속해서 보아도 정확하게 어떻게 활용해야 할 책인지 와 닿진 않습니다. "16시는 시인과 타이포그래퍼가 만드는 작품집"인데, "제한된 16쪽의 평면을 시인과 타이포그래퍼에게 제공하고, 그들은 이 공간을 채"우는 형식입니다. 실무에 도움이 되기 보다는 실험에 가까운 책입니다.

<영화잡지 아노>는 평소 영화에 관심이 많아서 깊이 알고 싶다는 막연함을 갖고 살았던 저의 흥미를 끈 책입니다. 매호마다 영화에 관한 하나의 주제를 조명해서 영화를 깊이 있게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전 아노의 세 번째 호인 미장센을 샀습니다. 읽고 난 뒤 영화를 보는 관점이 조금 성숙해 있을 거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듣고 말하는 사람들을 위한 노트>는 이번 언리미티드 에디션에 맞추어 워크룸 프레스에서 제작한 노트인데요, 제안들 총서와 닮은 금박 노트가 갖고 싶은 욕구를 마구 불러일으켰습니다. '듣고' '말하는' 사람들을 위한 노트라길래 지면 레이아웃이 그와 관련되지 않았을까, 기대했는데 그냥 무지 노트였습니다.


영화잡지 아노 anno. #3 미장센, 10,000원에 구입


영화잡지 아노 anno. #3 미장센, 10,000원에 구입


안그라픽스 16시, 작가를 위한 워드프로세서 스타일 가이드, 9,000원에 구입


안그라픽스 16시, 작가를 위한 워드프로세서 스타일 가이드, 9,000원에 구입


안녕, 돈춘주공아파트, 세 번째 이야기-어린시절 우리들의 놀이터. 13,000원에 구입


안녕, 돈춘주공아파트, 세 번째 이야기-어린시절 우리들의 놀이터. 13,000원에 구입


듣고 말하는 사람들을 위한 노트. 7,000원에 구입


03. 충동적으로 산 것.

막상 현장에서 보고 사게 된 것들도 있습니다. 999아카이브에서 만든 <디자이너의 물건>이란 책인데요, 6명의 디자이너(이장섭, 최성민, 잭슨 홍, 김기조, 김영나, 오창섭)의 강연을 지면에 담은 책입니다. 책 구성도 흥미롭고 판매하는 방법도 흥미롭습니다. 강연 녹취록을 들리는 그대로 기록한 후 불필요한 문장은 제거되었고, 제거된 부분은 까맣게 칠해 제거됐다는 것을 읽는 독자가 그대로 알 수 있습니다. 내용과 관련된 이미지는 뒤로 몰아 놓고 본문에는 크게 번호를 매겨 놓은 것도 재밌습니다. 이 책은 페이퍼백(29,900원, 999권), 하드커버(79,900원, 99권) 그리고 하드커버&사인본(149,000원, 9권) 세 가지로 나뉘어 한정판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각 책은 넘버링 도장이 찍혀 있어서 소장가치를 더했습니다. 제가 구매한 책은 페이퍼백 No.622입니다.

이제 다 둘러봤다, 라고 생각하고 나오는 길에 뭔가 아쉬워서 코뮌프레스의 사키 오바타 신작 <계절의 기록-Records of the seasons> 일러스트집을 샀습니다. B3 포스터도 함께 담아 주셨습니다. 예쁜 그림체에 이끌려 산, 완벽한 충동구매였습니다만, 한장 한장 매력적인 일러스트로 가득합니다. 좋은 작가를 알게 된 것 같아 기쁘기도 합니다.


999아카이브, 디자이너의 물건, 페이퍼백. 29,900원에 구입


999아카이브, 디자이너의 물건, 페이퍼백. 29,900원에 구입


999아카이브, 디자이너의 물건, 페이퍼백. 29,900원에 구입


코뮌프레스 사키 오바타 신작, 계절의 기록. 10,000원에 구입


코뮌프레스 사키 오바타 신작, 계절의 기록. 10,000원에 구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