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 토속 Modern Vernacular / 세운상가 공모전 당선작 리서치

2015. 6. 18.

지난 2월부터 시작된 세운상가 공모전이 며칠 전 발표되었습니다. 서울시 최초의 도심재개발사업으로 1960년대 김수근 건축가가 설계한 세운상가는 도시건축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고 평가받는 상징적인 건축물입니다. 하지만 서울 각 지역에서 이루어진 재개발로 점점 일대가 쇠퇴했고 2000년대 중반에는 완전 철거하고 전면 공원화 하겠다는 계획이 세워졌습니다. 그때 초록띠 공원도 생겼죠. 재정상의 이유가 컸고 세운상가를 지키자는 여론이 높아 철거는 백지화되었습니다. 그 연장선에 이 공모전이 있습니다.


공모 당선작 《현대적 토속》

당성작은 건축사무소 이_스케이프의 ‘현대적 토속(Modern Vernacular)’입니다. 회색빛 렌더링 이미지가 꽤 칙칙했는데 자세히 들여다 보니 재밌는 아이디어가 몇몇 있었습니다. 현재 초록띠공원이 있는 종묘 건널목부터 세운상가 2층에 이르는 공간을 완만한 경사를 둬 자연스럽게 내부로 진입할 수 있도록 했고 기존 세운상가 데크 위아래로 추가 데크를 설치, 그 사이에 모듈 박스인 ‘플랫폼 셀’을 끼워 실핏줄 같은 주변 골목길 환경과 세운상가를 3D 그물망으로 엮는다는 제안입니다.


서울의 빡빡한 공·기

서울시는 이 작품을 계획설계, 실시설계를 거치고 내년 말까지 완공한다는 계획인데 너무 이르지 않나 생각됩니다. 시민과 문화계의 공감대를 만들어가기엔 역부족인 시간입니다. 예전과 같이 부수지만 않았지, 빨리빨리 문화는 여전합니다. 고작 나아진 게 시간의 흐름보다 더 더뎌서야 될까요. 당선작을 놓고 여러 담론을 거쳐 세운상가의 설계를 공론화 해나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부디 도시계획과 관련된 사업만큼은 천천히 오랜 시간을 갖고 진행되었으면 합니다.


서울과 건축 비엔날레

역시 서울역 고가공원과 마찬가지로 이번 시장 임기 내에 끝내는 것과 2017 서울 건축 비엔날레 개막에 맞춰 모든 일정을 끝마친다는 계획인 것같습니다. 건설에서 건축으로 문화를 이제 막 만들어가는 국가가 건축 비엔날레를 만들겠다는 서울시 총괄 건축가의 생각도, 그것을 전폭적으로 받아들인 시장도 이해하기 힘듭니다. 시 재정만 악화되는 꼴이 아닐지 걱정입니다.







모든 렌더링 이미지는 ⓒ이_스케이프

렌더링 이미지와 사진은 서울시 보도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