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가요 스티브-

2015. 6. 14.


뉴저지 출신의 스티브는 보기드문 교수님이었다. 언어는 잘 통하지 않지만 왠지 더 가깝게 느껴졌다. 대학 교육을 당연한 과정으로 여기는 문화의 축 밖에서 학생을 가르쳤다. 그의 강의는 정말 대학교 같았다. 취업해서 캐드는 어차피 다시 배워야 한다는 둥, 실내 건축은 돈벌이도 쉽지 않다는 둥의 실상 교육에는 별 필요없는 말은 없었고 오로지 가르침과 성장만 있었다.


그런 스티브가 떠난다. 졸업 후 마땅히 해야할 일 없어 아버지 일을 도왔던 때, 나의 진로를 적당한 거리에서 불편하지 않게 고민해 줬다. 나의 가치를 항상 높게 평가해줬는데 무직인 상황에 걸맞지 않는 그런 조언조차 진심이 묻어나서인지 정말 힘이 되었다. 얼마전 스티브가 나의 연락처를 물어 봤다는 소식을 후배에게 전해 들었다. 취업한 후에 제대로 연락한 적은 없지만 미안함도 없고, 스티브가 섭섭했을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저 때가 되면 연락이 닿게 되리라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나에게 스티브는 참 묘한 거리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