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맨해튼 이치고니 152 / 뉴욕을 닮은 안도 다다오의 건축

2015. 6. 12.

세계적인 건축 거장 안도 다다오는 그동안 뉴욕 맨해튼에 단 하나의 건축물도 없었다고 합니다. 모더니즘과 함께 성장하며 수많은 건축물이 지어졌고 필립 존슨이 MoMA에 있을 시절 소개도 많이 되어 뉴욕에도 일찍이 잘 알려졌을 텐데 이상할 따름입니다. 아무튼 그의 첫 번째 뉴욕 건축물인 럭셔리 레지던스 빌딩 ‘이치구니 ICHIGUNI 152’가 뉴욕 엘리자베스 스트리트 152번지에 2016년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지난 달 렌더링 뷰가 공개되고 지난 주에는 나우니스 NOWNESS 가 제작한 영상도 공개되었는데 이미지만 보고 마치 실물 같아 이미 완공된 줄 착각해 버렸습니다.



모더니즘의 아이콘 안도 다다오

안도 다다오는 모더니즘의 상징이며 이는 곧 콘크리트입니다. 차가운 콘크리트가 만들어내는 강렬한 빛과 그림자의 대비와 긴장감은 그를 세계적인 건축가로 명성을 높였습니다. 그의 반 세대 뒤를 바짝 쫓는 건축가 구마 겐는 콘크리트로 대변되는 모더니즘의 위선적 건축을 비판합니다. 강해 보이지만 오히려 내구성이 약하고 지속가능하지 않은 콘크리트의 속성과 그것으로 대변되는  사고방식 때문, 그래서 구마 겐고는 나무와 같은 재료를 활용한 약한 건축을 지향합니다.


거장의 작품과 도시 건축 문화

한국에도 안도 다다오의 건축이 뒤늦게 유행을 타듯 번졌습니다. 한국에 ‘건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 지기 시작한 2010년을 전후로 그의 저서가 번역 출판되고 강연회도 열리며 제주 섭지코지의 지니어스 로사이와 글라스 하우스(2008), 본태 박물관(2012), 원주 한솔뮤지엄(2012), 혜화문화센터(2013)를 줄줄이 건축 했습니다. 거장의 클래스는 영원하지만, 다양한 시도와 실험이 이루어져야 할 동시대 건축의 흐름과는 동떨어진 건축으로 유행처럼 번지는 것은 국내 건축 문화로 봐서는 좋진 않았습니다. 완성된 자신의 모더니즘의 이미지를 도시에 심는 정도였으니까요. 


* 참고 스페이스 매거진 2013년 11월호 '지금, 여기, 안도




맨해튼의 모더니즘 기념비

그의 뉴욕 첫 작품도 안도의 이미지를 그대로 답습합니다. 이 레지던스 공간을 기획하는 디벨로퍼 ‘Sumaida + Khurana’ 가 안도 다다오의 뉴욕 첫 작품이라는 의미로 모더니즘 건축의 정수를 심는다는 전략으로 읽힙니다. 새로 공개된 영상에서 안도는 “주거 공간은 피난처야 하며 당신의 삶을 반영하는 장소여야 한다.. 나는 일본 사람 만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고 이것은 감각적인 부분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맥락의 존중과 협업 보다는, 자기주장이 강한 모더니즘의 시나리오 그대로입니다.


뉴욕을 닮은 건축

다이나믹한 도시의 분위기와 단절해 고요하고 프라이빗 공간을 만든다는게 안도의 컨셉인데 역설적으로 뉴욕과 이 건축은 서로 닮은 듯 느껴집니다. 콘크리트 벽으로 차갑게 복잡한 외부와 단절하지만 속으론 그것을 갈망하는, 겉으론 말끔하고 세련된 듯 보이지만 속으론 한없이 고독한, 작게 축약된 뉴욕처럼 느껴집니다. 이런 도시의 고독이 읽혀서 일까요, 모더니스트가 심어 놓은 숭고한 이미지 때문일까요. 외관은 왠지 더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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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ë & Associates and The Boundary via Dezeen